[이제는 소득주도 성장이다] ⑤ 대기업-중소기업 격차 줄여야
‘구매촉진법’ 개정해 규제했지만
대기업 계열사 최대주주 변경해
일감 몰아주기 등 편법 계속
‘구매촉진법’ 개정해 규제했지만
대기업 계열사 최대주주 변경해
일감 몰아주기 등 편법 계속
지난 2011년 7월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구매촉진법)이 개정됐다. 모그룹 일감을 싹쓸이해 덩치를 불린 대기업 계열 소모성 자재(MRO)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그룹 밖 시장’에 진출하며 중소업체 밥그릇을 빼앗아간다는 지적이 일었기 때문이다. 개정안에는 공공기관이 소모성 자재 구입 입찰 때 중소기업 업체와 우선 계약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중소업체들에 최소한의 자립 기반을 만들어준다는 취지였다.
이후 서브원(엘지)·아이마켓코리아(삼성) 등 대기업 계열 엠아르오 업체들은 매각되거나 사업영역을 축소했다. 하지만 대형 재벌그룹보다 상대적으로 여론의 감시에서 자유로운 중견 대기업들은 삼성·엘지 등이 빠져나간 시장을 잠식해 들어갔다. 구매촉진법에선 대형 대기업뿐만 아니라 300인 이상 고용 기업이나 그 계열사도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가장 손쉬운 방법은 주주 변경을 통해 대기업 계열사 규제를 회피하는 방식이다. 거래의 실질은 그대로다. 공공입찰 시장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큐브릿지가 그런 예다. 이 회사는 1997년 설립 당시부터 중견그룹인 모나미그룹 사주의 개인 회사였으나, 구매촉진법이 개정된 2011년 말 최대주주 변경을 통해 모나미그룹 계열사라는 딱지를 뗐다. 한 엠아르오 중소업체 대표는 “큐브릿지는 최대주주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모나미그룹 일감은 물론, 공공입찰 시장에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며 “구매촉진법 개정으로 실낱같은 희망을 가졌으나, 대기업들 꼼수로 경영 형편은 기대만큼 나아지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대기업의 편법 행위 탓에 2년 새 법이 세번이나 개정되는 촌극도 벌어졌다. 상생법으로 불리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 여기에 속한다. 지난 2009년 1월 사업조정 명령 기간을 2년에서 3년 연장하는 내용으로 한 차례 개정된 이 법률은 2010년 1월에도 사업조정제도의 실효성을 한 차례 더 강화했다가, 다시 같은해 12월 대기업이 운영하는 체인점포도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으로 재개정됐다. 이같은 반복적인 법 개정은 대형유통업체들이 직영점포만 사업조정대상으로 삼은 법의 맹점을 활용해 가맹점포 형태로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들어온 데 따른 것이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국책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최근 2~3년새 대·중소기업 관련 법과 제도가 강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중소기업 간 관계가 질적으로 개선됐다고 속단할 수는 없다”며 “대-중소기업 불공정 거래는 편법과 은밀함을 배경으로 자라나기 때문에 제도 개선만큼이나 정책당국의 감시·감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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