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소득 주도 성장이다 ②
800만명 월평균 143만원 불과
일자리 확대만으론 내수 한계
800만명 월평균 143만원 불과
일자리 확대만으론 내수 한계
노동을 대가로 받는 임금은 가계소득에서 76%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가계소득을 키우려면 임금이 늘어나야 한다. 그래야 내수가 활성화돼 경제가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현재 한국 사회에는 소득이 낮아 소비 여력이 떨어지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지난 3월 기준 823만명에 이른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의 45%(한국노동사회연구소 추정)다. 통계청 공식 통계로도 비정규직 비율은 30%가 넘는다. 이들이 매달 받는 임금은 정규직의 49%인 월평균 143만원에 불과하다. 4인 가구 최저생계비인 163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규직의 ‘반토막’ 수준인 저임금은 구매력을 뒷받침하기 어렵다. 민간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계속 밑도는 소비 부진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이런 구조적 요인의 영향이 크다. 800만 비정규직을 그대로 놔두고선 한국 경제의 고질병인 내수 부진을 극복하기는 요원하다고 할 수 있다. 고용 형태와 고용의 질에 대한 문제를 방치한 채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수 늘리기만으로는 가계소득의 증대를 꾀할 수 없는 것이다.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연구조정관은 “한국 사회에서는 그동안 임금 등 인건비를 줄이고 기업 이윤을 좀더 확보해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오면서, 가급적 비정규직을 쓰려고 하는 등 노동시장이 기형적으로 형성됐다.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도 이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토막 임금’ 비정규직 문제 풀어야
비정규직의 규모를 줄이고 소득을 높여주는 것은 내수 활성화를 바탕으로 한 경제성장에 가장 중요한 부분 가운데 하나다. 홍장표 부경대 교수(경제학)는 “저소득층은 소득이 늘어나면 거의 다 소비로 이어져 평균 소비성향(처분가능소득에 견준 소비지출 비중)이 높다”며 “저소득층의 주요 부분인 비정규직의 소득 증대 또는 비정규직의 최소화는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성장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에서도 이런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최저임금 상승,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을 포함한 가계소득 증대 방안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을 맡고 있는 강석훈 의원도 최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체감경기를 살리려면 단순히 추가경정예산 편성만으로는 부족하다. 비정규직 등 고용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과 닿는다.
이런 인식에 근거해 기재부는 조만간 내놓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비정규직 대책을 주요하게 포함시킬 예정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비정규직 문제가 하나의 장으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 또한 “비정규직 관련 대책을 포괄적으로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당장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축소다. 민간기업에 대해서도 불법파견 등에 대한 엄단과 함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저소득 노동자의 임금이 일정선 아래로 내려가지 않도록 최저임금 문제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류이근 김소연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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