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식구 감싸기’ 등 부실심사 막아야
공직자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책결정권을 사익을 위해 사용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촘촘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우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퇴직 공직자들의 민간기업 재취업 심사 내용과 재취업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현재 공직자윤리위는 중앙부처, 대법원, 국회,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등 기관별로 흩어져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운영중인 공직자윤리위는 ‘정부 공직자윤리위’ ‘국회 공직자윤리위’ ‘대법원 공직자윤리위’ ‘서울시 공직자윤리위’ 등 266개에 이른다. 모두 심사 내용과 재취업 현황을 자체 공개하지 않는다.
참여연대가 매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공직자 재취업 내역을 분석한 결과를 내놓고 있지만, 이는 정부부처와 일부 지방자치단체에 국한된 것이다. 국회나 사법부 등에는 시민단체 등의 감시의 눈길이 전혀 미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정 탓에 많은 기관의 공직자윤리위가 ‘제 식구 감싸기’ 식으로 형식적인 심사를 하거나, 심사 자체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회에는 통합취업제한심사위원회를 만들자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도 발의돼 있다.
지난 19일 세월호 참사 대책 관련 대국민 담화문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이직 제한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이직 제한 대상 기관도 3배로 확대하는 등 퇴직 공직자들의 재취업 제한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이를 선진국 수준으로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우회로’(제한 기간 동안 대상 기업이 아닌 곳에 취업했다가 옮겨가는 방식 등)를 통한 재취업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서다. 또한 재취업 규정을 어겼을 때는 처벌 수준도 현재 과태료 부과에서 더욱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에선 퇴직 관료의 재취업을 한 차례만 허용해, 여러 곳을 옮겨다니는 행태를 금지한다. 미국에선 직위와 업무 특성에 따라서는 재취업을 영구적으로 제한하는 공직도 있다. 퇴직 후 각각 3년과 5년간 재취업을 제한하는 독일과 프랑스에선 규정을 위반할 때 연금 박탈이나 삭감, 재산 압류 등의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독일은 고위공무원의 퇴직 후 모든 영리활동을 신고 대상으로 정해놓았다.
공직자의 사전적 이해충돌 방지장치를 좀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중 하나가 주식 백지신탁제도의 확장이다.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업무를 보는 공직자는 보유 주식을 사실상 매각토록 한 이 제도는 공직자의 경제적 이해가 직무 수행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2005년 도입됐다. 같은 맥락에서 백지신탁을 주식뿐만 아니라 부동산 등 기타 재산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강남 땅부자’인 공직자가 부동산 정책을 입안할 경우 이해충돌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퇴직 후 일정 기간 동안 재산 변동 내용 보고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에서 제기된다. 윤태범 방송통신대 교수는 “미국에선 이해충돌 여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공무원의 직무를 바꿔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조속한 국회 처리를 주문한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이른바 ‘김영란법’)을 제정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이 법안은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없더라도 금품이나 편의를 받은 공직자에겐 형사처벌이나 행정처분을 부과하고, 금품을 받지 않았더라도 부정청탁을 받고 이를 들어준 경우에 처벌을 받도록 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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