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 무너진 나라-③ 공공분야까지 파고든 돈의 논리 / 의료
영리화 심각한 미국도 25% 육박 민간병원, 수익성 낮은 분야 외면
감염전문 인력 등 인프라 안갖춰
2009년 신종플루때 정부 우왕좌왕 박근혜정부 의료영리화 가속화
“세월호처럼 국민안전 위협 심각” ■ 적정진료할 공공의료는 무너지고 민간병원 90%, 공공병원 10%(병상 수 기준).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수치다. 의료 영리화가 가장 심각하다는 미국조차 공공의료 비율이 24.9%이며, 오이시디 평균은 75.1%다. 우리나라는 공공병원 비중이 너무 적어 정부가 적정의료를 추진하거나, 국가 재난 등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을 정도다. 열악한 공공의료의 폐해는 2009년에 여실히 드러났다. 전염성이 강한 ‘신종 인플루엔자’(신종플루)가 세계를 휩쓸 당시 정부는 우왕좌왕했다. 민간병원들은 수익이 되지 않는 감염전문 인력이나 격리병동 등 인프라가 전혀 없었다. 신종플루 환자를 일반환자들이 꺼려 진료를 거부하는 병원도 많았고, 급조한 컨테이너에서 치료받는 환자들도 대거 등장했다. 우리나라 최대 공공병원인 서울대병원이 신종플루 거점병원 지정을 거부하다 여론에 밀려 합류한 일도 있었다. 공공병원마저 수익에 내몰린 점도 심각하다. 공공병원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진료과를 없애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작성한 ‘지방의료원 운영진단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전국 34개 지방의료원 가운데 소아청소년과가 없는 곳은 5곳, 산부인과가 없는 곳은 7곳이나 됐다. 신경과(12곳)·정신건강의학과(19곳) 등 주요 진료과목에서도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지난해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적자가 심하다며 진주의료원을 폐업시키기도 했다. 지방의료원도 수익을 위해 주요 진료과목은 없애는 대신 장례식장, 건강검진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 박근혜 정부, 의료 영리화 가속화 현실이 이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의료 영리화 정책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나온 정부의 ‘4차 투자활성화대책’을 보면 정부는 의료법인 병원들이 영리 자회사를 세워 각종 수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추진하기로 했다. 또 거대 통신회사들의 이해에 맞춰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안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도 지난 3월 말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의료 영리화 정책으로 환자들의 의료비가 폭등하는 것은 물론 수익을 좇아야만 하는 병원들이 환자들의 안전까지도 등한시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한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19일 성명을 내어 “병원이 영리 자회사를 세울 수 있고 원격의료를 허용해 거대 통신회사가 인프라를 깔게 하는 등 의료 민영화 정책을 추진하면 병원과 통신회사는 수익을 크게 남길 것이다. 미국에서 드러난 것처럼 영리병원은 비영리병원보다 사망률이 약 2%포인트 높다. 안전을 등한시하고 수익을 중심에 두다 보니 세월호 침몰 사건이 나타난 것처럼, 의료 영리화 정책은 환자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김소연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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