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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풍악 울려야 제격인 단오절 모내기

등록 2013-06-11 20:22수정 2013-06-11 20:26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도시농부들이 서울 한강대교 중턱의 노들텃밭에서 모내기를 하는 모습. 뒤에서 농악패가 풍악을 울린다.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도시농부들이 서울 한강대교 중턱의 노들텃밭에서 모내기를 하는 모습. 뒤에서 농악패가 풍악을 울린다.
[농사와 절기] 망종과 단오
24절기 중 망종(芒種) 기간에 드는 단오는 제일 중요하고 큰 음력 명절이었다. 단오는 먹는 축제라기보다 벼 모를 내는 일하는 축제였다. 두레패들이 마을의 모든 논을 돌아다니며 모를 내는데, 네 논 내 논 구별 없이 다 우리 것처럼 정성스럽게 모를 냈다. 모를 내면서 풍악도 울리고 논 주인은 막걸리와 새참을 내오니 매일 잔치였다. 한달이 넘는 동안 잔치를 벌이는 것인데 아마 이렇게 긴 축제는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듯하다.

몇 년 전 전통농업을 복원하기 위해 시골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을 인터뷰하러 다닐 때, 농악을 울리는 손으로 함께 모를 내면 일을 빨리 끝낼 텐데 굳이 농악을 노는 뜻이 뭐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한술 더 떠 역으로 물어보시기를, “모를 꽂는 손 움직임과 농악은 엇박자가 나는데다 농악만이 아니라 노래도 불러가며 일을 하면 일은 더 더딘데 왜 그랬을까요?” 하신다. 글쎄요 했더니 웃으면서 하시는 말씀이 “놀면서 하라는 거지요. 급하게 하면 몸 망가질까봐.” 재미로 말씀하셨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기가 막히는 말이었다. 우리의 농사에서 일과 노동, 그리고 축제는 하나였던 것이다. 농사를 뜻하는 영어단어 agriculture의 뜻을 새겨 보아도 마찬가지이다. 땅(agri)을 간다(culture) 할 때의 `culutre’가 문화라는 뜻도 되니 농사에는 노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현대사회의 노동엔 놀이가 없다. 그러다보니 주말이면 너도나도 놀러 다니는데, 목숨을 걸 듯이 한다. 놀이차량들의 답답한 고속도로 정체를 볼라치면 생존을 위한 몸부림 같아 안쓰럽기만 한다.

못줄을 띄워 모를 꽂는 방식은 일제강점기에 들어온 신기술이었다. 그 전엔 ‘판띄기’라 하여 한 사람이 1미터쯤의 줄 간격으로 모를 꽂아가면 나머지 사람들이 그 사이에 모를 꽂았다. 못줄은 줄을 잘 맞출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일머리 없는 사람에게는 몸 축나는 방식이다. 일손 빠른 남들을 쫓아가다보면 쉬 지칠 수밖에 없다. 우리 조상들은 판띄기로 자기 리듬에 맞게 일을 했다. 농악과 놀이는 일머리 있는 사람과 일머리 없는 사람들이 다 함께 신나게 일을 하고 축제로 즐기는 공동체의 필수품이었다.

안철환 텃밭보급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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