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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톡톡 씹히는 새콤달콤 ‘매실고추장’

등록 2013-06-04 20:18수정 2013-06-04 20:45

[나는 농부다] 숨쉬는 제철밥상
봄이 오자마자 여름으로 후딱 넘어가니 시원한 게 당긴다. 지난해 담가놓은 매실효소차를 떠다가 시원하게 한잔 타서 마신다. 새콤달콤한 게 입에 짝 달라붙는다.

맞아, 매실장아찌가 아직 남아 있지. 이참에 매실고추장을 만들자. 매실장아찌를 커터기에 넣고 드르륵드르륵 성기게 갈고 거기에 고추장을 넣고 한번 섞어주는 정도로 돌리면 완성이다. 자잘하게 갈린 매실 살이 톡톡 터지며 씹히는 새콤달콤한 고추장이 된다.

텃밭으로 간다. 봄에 방석 자리만큼씩 심어놓은 상추야 쑥갓이야 무 싹이 좋다. 쌈 거리를 한 바구니 해다가 시원한 물을 틀어놓고 흔들흔들 씻으니 입안에 벌써 침이 고인다. 밥 한 그릇 퍼 놓고 밥상에 앉았다. 싱싱한 상추를 먼저 손바닥에 올리고 거기에 쑥갓을 하나 올린 뒤 매실고추장을 올려 한입 먹어본다. 싱싱한 쌈에 맞는 새콤한 매실고추장. 구수한 보리된장이 남성의 저음이라면 새콤한 매실고추장은 하늘거리는 새댁의 웃음소리 같구나.

마당의 매화나무야, 고마워. 지난해 맺어준 열매 덕에 내가 이런 맛을 누릴 수 있구나. 매화는 과일나무 가운데 가장 먼저 3월 춘분이면 벌써 꽃망울을 터뜨린다. 이때 영하로 떨어지는 건 물론이고 한두 차례 눈보라까지 맞는다. 저러다 열매를 맺겠나 싶다가도 5월이 되면 열매가 하나둘 눈에 띄기 시작한다.

시장에 매실이 나오면 여러분 가정에서도 매실로 효소차를 담그리라. 식구들 건강을 챙기는 어머니 마음이다. 매실효소차를 담글 때 청매에서 씨를 빼내고 매실 살만 발라내 효소차를 담그면 좋다. 효소차는 그대로 먹을 수 있고 건더기인 매실 살로 장아찌까지 담글 수 있다. 된장이나 고추장에 박아도 좋지만 소금물만 부어도 깔끔한 장아찌가 된다.

씨는 어떻게 빼내나? 나무로 만든 작두 하나만 있으면 어렵지 않다. 나무 작두는 하나 마련하면 평생 쓸 수 있는 좋은 연장이다. 목공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는데, 단단한 재질의 나무로 만들기를 권한다.

매실장아찌를 한 병 담아놓으면 일년이 든든하다. 나들이 갈 일 있으면 주먹밥에 박고, 밥하기 힘겨운 날은 누룽지 끓여 매실장아찌 몇 개 곁들여 먹으면 온몸에 스민다. 한데 올해 우리 동네 매화나무는 매실을 몇 알 달지 못했다. 올 봄 날씨가 너무 나빠서다. 봄 날씨가 점점 평탄하지 못한 게 사람 탓 같아 미안하지만, 매화나무여 힘내서 살아보자.

장영란 <숨쉬는 양념·밥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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