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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33년지기 사장들 뭉쳐 매출 143억원…“신뢰가 우리의 경쟁력”

등록 2013-05-22 20:39수정 2013-05-23 09:44

이탈리아 볼로냐의 포장(패키징) 설비 특화 지역에서 네트워크를 통한 중소기업 협업 기반을 닦은 주세페 콜리(왼쪽) ‘제로우노와이어링’ 대표와 주세페 코르시니 ‘코르시니’ 회장이 회사 설비를 배경으로 나란히 섰다. 권오성 기자
이탈리아 볼로냐의 포장(패키징) 설비 특화 지역에서 네트워크를 통한 중소기업 협업 기반을 닦은 주세페 콜리(왼쪽) ‘제로우노와이어링’ 대표와 주세페 코르시니 ‘코르시니’ 회장이 회사 설비를 배경으로 나란히 섰다. 권오성 기자
제4회 아시아미래포럼 기획
중소기업 강국의 길
네트워크형 기업 ‘와이어링’ 설립
포장기계 정밀부품 ‘맞춤형’ 제작
“작은 기업에 불과하지만 모이면
70명 기술자 갖춘 세계적 기업”

네트워크 기업, 혁신에서도 강점
이탈리아 정부 법제정해 지원

주세페 콜리와 주세페 코르시니는 33년 지기다. 코르시니는 “1980년 자동차 경주 포뮬러원(F1)에서 자동차 정비 기술자로 처음 만났다. 질긴 인연”이라며 웃었다. 둘은 이후 이탈리아 볼로냐 외곽의 포장(패키징) 산업지구에 자리를 잡고 기술자이자 중소기업 경영인으로 같은 길을 걸어왔다. 둘의 인연은 2009년 ‘제로우노와이어링’(이하 와이어링)이라는 네트워크형 기업 설립으로 결실을 맺었다. 지난달 5일 볼로냐시 남서부 외곽의 회사 공장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와이어링은 기업간 협력으로 경쟁력을 높인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 산업지구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콜리와 코르시니를 비롯한 주변 5개 중소기업 사장들은 돈을 모아 당시 망해가던 한 전자기계 기업을 인수해 와이어링을 설립했다. 이 회사의 역할은 관계 기업들이 제조 중에 필요한 정밀기계부품을 ‘맞춤형’으로 제작해 납품하는 것이다. 주요 회사 6개 밑으로는 150개 하청업체가 또 각 부분품들을 맡고 있다.

이날도 와이어링은 코르시니가 운영하는 담배포장기계 제조회사 ‘코르시니’에 필요한 부품을 개발하느라 분주했다. 와이어링 운영을 맡고 있는 콜리는 “각 기업은 직원 10여명에 불과한 작은 기업이지만 70명의 기술자들을 갖추고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와이어링은 지난해 350만유로(약 5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관계 기업들을 모두 합친 매출은 약 1000만유로(143억원)다. 조립된 코르시니의 설비는 한국을 비롯해 동남아, 남미 등 세계로 수출된다.

포장기계 산업을 선도하는 볼로냐, 세계 세라믹 산업을 선도하는 에밀리아로마냐의 사수올로 등 이 지역 산업지구(클러스터)의 경쟁력 배경에는 와이어링과 같이 기업을 구성하는 사람들 사이의 끈끈한 관계가 바탕에 있다. 한 지역에 밀착해 오랫동안 관계를 맺으며 공정을 분담한다.

자립심이 강한 주민 특성도 배경으로 꼽힌다. 마테오 레포레 볼로냐 시의원 겸 부시장은 “이 지역은 2차 세계대전 뒤 1950~60년 경제부흥 시기에 스스로 지역경제를 건설하자는 움직임이 컸다. 협동조합이 주축이 되었고 기업과 협력도 활발했다”고 말했다. 에밀리아로마냐 지역개발을 담당하는 공적 기업 ‘에르베트’의 파올라 마카니 지역개발 대표는 “강한 자치의 정신은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협의를 통해 일을 진행하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발달하는 사회적·문화적 배경이 됐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런 ‘비공식적 관계’가 인맥을 위주로 상대방을 봐준다는 의미는 아니다. 콜리 대표는 “신뢰는 책임에서 온다”고 말했다. “자신이 맡은 부품, 서비스를 제때 맞추지 못한다면 오래 알고 지냈다 해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관계에서 낙오될 뿐이다.”

이들은 네트워크 방식이 대기업과 비교했을 때 혁신에서도 장점을 보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콜리는 “조직이 커지면 조직을 위해 개인의 특성을 죽이게 된다. 어릴 때부터 창고에서 실험하며 커온 기술자에게 그런 문화는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아버지 주세페와 함께 코르시니를 경영하고 있는 이바노 코르시니 사장은 “큰 기업은 안에서 자기 주머니만 생각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작은 기업에서는 그런 방식이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정부 역시 이런 점에 착안해 중소기업간 네트워크 구성을 촉진하기 위한 노력을 벌이고 있다. 작은 기업들은 글로벌 대기업에 비해 수출과 상품 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 대두하자, 중소기업 네트워크의 특성을 육성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이탈리아는 해법으로 2009년 ‘네트워크 계약법’ 시행에 들어가 네트워크 구성 기업들에 세금 감면, 대출 지원 등 인센티브를 주며 확대를 장려하고 있다. 와이어링은 이 법의 지원을 받아 탄생한 기계 분야 첫 네트워크 기업이기도 하다.

볼로냐(이탈리아)/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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