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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노숙자 수십명 일자리 주고…7만명 어린이 보육 떠안아

등록 2013-05-09 19:22수정 2013-05-09 21:18

(왼쪽 사진)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 시내 덩키휠하우스에 있는 사회적기업 ‘킨포크’ 어귀에 4월24일 출근시간 때 커피를 사려는 손님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 사진)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 시내 덩키휠하우스에 있는 허브 멜버른 내부 모습. 젊은 창업 지원자들이 정보를 주고받으며 네트워크를 이뤄 창업을 준비하는 공동 업무공간이다.
(왼쪽 사진)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 시내 덩키휠하우스에 있는 사회적기업 ‘킨포크’ 어귀에 4월24일 출근시간 때 커피를 사려는 손님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오른쪽 사진)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 시내 덩키휠하우스에 있는 허브 멜버른 내부 모습. 젊은 창업 지원자들이 정보를 주고받으며 네트워크를 이뤄 창업을 준비하는 공동 업무공간이다.
99%의 경제
오스트레일리아 사회적기업들 ‘성공사례’
“모든 게 혼돈상태였는데 이제 안정된 길을 찾았습니다. 사회에 적응해 공부도 하고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동기도 갖게 됐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시의 젊은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사회적응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스트리트’(STREAT)에서 교육을 마친 20대 여성 쉐이가 남긴 글이다.

“맛있는 방법으로 노숙을 없앤다”란 구호를 내건 스트리트는 거리(street)와 먹는다(eat)를 묶어 이름을 만들었다. 2008년 초 출범해 집 없는 16~25살 노숙인들에게 거처를 마련해 주고, 카페·노점 등에서 12~18개월 가량 음식을 만들고 손님을 맞는 방법을 가르친다. 이어 취업해 자리잡을 때까지 현장에서 훈련을 하며 다시는 노숙인으로 떨어지지 않게 뒷받침한다.

스트리트 자료를 보면, 이 나라 인구 2200여만명 가운데 10만5000여명(약 0.5%)이 노숙인이다. 12~18살인 10대 노숙인도 2만6000여명에 이른다. 결손가정, 가정폭력·아동학대·약물남용 등으로 해체 위기에 놓인 가정, 원주인이나 이주민 가정 등에서 아이들이 거리를 떠돈다는 것이다.

사회적기업 스트리트는 젊은 노숙인들을 고용해 수익을 내고, 노숙인들은 스트리트를 통해 안정된 일자리와 주거를 보장받는다. 지하철 센트럴역 등 3곳에 카페나 노점을 내고, 지금까지 50여명에게 안정된 주거와 일자리를 제공했다.

스트리트에 초기 운영자금과 사무실, 노점 등을 지원한 덩키휠재단의 운영매니저 애비 매튜스는 “정부의 복지 시스템이 완벽하다고 볼 수 없다. 조건이 맞지 않거나 방법이나 절차를 몰라 구제받지 못하는 이들도 적잖다. 이런 틈새를 채우는 것이 스트리트의 몫이다. 스트리트는 2011년부터 해마다 투자금액의 7~12%가량 수익을 낸다”고 말했다.

멜버른시내 덩키휠하우스에는 ‘킨포크’라는 사회적기업 카페가 있다. 출근 때나 점심 시간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커피와 차, 음식 값이 싼데다 유기농 재료를 쓰고 맛도 좋기로 소문났기 때문이다. 대학생과 직장인 등 70여명이 일주일에 4시간쯤 자원봉사를 한다. 수익은 멜버른은 물론 아프리카 가나, 르완다 등의 어린이·청소년들에 보낸다. 킨포크의 매니저 리나는 “인건비를 아껴 수익을 낸 뒤 사회에 기부하고, 회원들은 일을 배우며 봉사도 한다는 보람을 느낀다. 손님들도 기부한다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왼쪽 사진) 집 없는 젊은 노숙인들을 위한 사회통합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스트리트가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의 지하철 센트럴역에서 운영하는 카페. (오른쪽 사진) 덩키휠하우스 어귀.
(왼쪽 사진) 집 없는 젊은 노숙인들을 위한 사회통합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스트리트가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의 지하철 센트럴역에서 운영하는 카페. (오른쪽 사진) 덩키휠하우스 어귀.

덩키휠하우스에는 2011년 3월에 개설한 젊은 창업 준비자들의 공동업무공간인 ‘허브(HUB) 멜버른’도 들어서 있다. 공동의 공간에서 협업하며 네트워크를 통해 전세계 허브 회원들과 교류한다. 700여명 회원 가운데 120여명이 상주하고, 오스트레일리아 사회혁신센터의 멜버른지부도 입주해 있다.

2004년 민간 자선신탁기금으로 설립된 덩키휠 재단은 2008년 사회적 기업을 위한 공간 마련을 위해 지하 1층 지상 4층의 고풍스런 옛 건물 덩키휠하우스를 인수했다. 이 재단은 윤리적 주식투자와 덩키휠하우스의 임대수입으로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을 지원한다.

‘스트리트’
집없는 16~25살 노숙인
취업해 자리잡을 때까지
카페 노점에서 일 가르쳐
수익도 투자금의 7~12%

‘킨포크’
멜버른시내 카페
대학생 등 70명 일배우며
일주일에 4시간 자원봉사
수익은 아프리카 어린이에

‘굿스타트’
4개 비영리기관으로 구성
보육시설 ‘ABC센터’ 인수
전국 650곳 어린이 돌봐
“부모들 만족도 높아졌다”

덩키휠(Donkey Wheel)이란 이름은, 식수난을 겪던 마을에서 큰 바퀴와 당나귀를 이용해 깊은 우물을 길어올릴 수 있었다는 16세기 영국 시골마을의 일화에서 따왔다. 우물 물을 길어올리는 당나귀와 바퀴를 지원하자는 취지로 재단을 꾸린 것이다. 혁신적 아이디어와 열정을 가진 사회적기업의 창업·육성을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덩키휠의 구호 또한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하고, 다른 것도 다시 다르게 만들자”이다.

무너져가던 오스트레일리아의 보육시설을 사회적기업이 떠안아 되살린 사례도 있다. 2008년 11월 5살 미만 어린이 15%의 보육을 떠맡았던 에이비시(ABC)센터가 파산 직전에 이르렀다. 민간 기업에 시설을 나눠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4개 비영리기관으로 구성된 ‘굿스타트’라는 사회적기업이 시설을 통째로 인수했다.

굿스타트는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나 장애 아이들도 차별을 두지 않았다. 나라 전역 650여곳에 보육시설을 갖추고 보육교사 등 1만5000여명을 고용해 7만3000여명의 어린이들을 돌보고 있다. 사회적기업이 거대한 보육시설을 운영할 수 있기까지는 정부의 뒷받침이 있었다. 오스트레일리아 교육 및 고용노동부의 사회혁신그룹이 나서 비영리기관과 투자자를 설득해 끌어들이고 직접 투자도 했던 것이다.

사회혁신그룹의 로즈메리 애디스 사회혁신 전략가는 “에이비시센터가 문을 닫는다면 오스트레일리아 보육서비스는 엄청난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어서 정부가 방치할 수 없었다. 사회적기업이 운영을 맡아 어린이 보육에 더 전념할 수 있게 됐고 부모의 만족도도 높아지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멜버른/글·사진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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