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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사회적기업으로 수익내기가 하늘의 별 따기네요”

등록 2013-05-02 19:21

<b>서울은퇴자협동조합 우재룡 이사장</b> 우재룡 서울은퇴자협동조합 이사장이 한국형 은퇴자 모델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이현숙 소장
서울은퇴자협동조합 우재룡 이사장 우재룡 서울은퇴자협동조합 이사장이 한국형 은퇴자 모델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이현숙 소장
99%의 경제
협동조합으로 제2인생 ‘베이비부머 은퇴자들’의 조언
<b>베어베터 김정호 대표</b> 예비 사회적기업 베어베터의 김정호 대표가 서울 성수동의 아파트공장에서 빵을 굽고 있다. 베어베터 제공
베어베터 김정호 대표 예비 사회적기업 베어베터의 김정호 대표가 서울 성수동의 아파트공장에서 빵을 굽고 있다. 베어베터 제공
서울은퇴자협동조합의 우재룡 이사장(52)은 23년 동안 금융계에서 근무했다. 적립식 펀드를 처음 설계했고, 펀드평가사를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다. 금융회사의 연구소에서 은퇴설계 전문가로 일하다 올해 초 사표를 냈다. 그리고 3월 은퇴자들의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2년 전 미국 출장에서 참여형 노화 모델을 접했어요. 행복한 은퇴생활은 다양한 연령층과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잖아요. 은퇴자들이 사회와 단절되지 않고 경제활동과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한국형 모델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예비 사회적기업인 베어베터의 김정호 대표(48)는 21년 동안 정보통신 업계에서 일했다. 대기업의 인사·재무 부서를 거쳐 국내 최대 포털업체에서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기도 했다. 평소 보람있는 기부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했다. 2012년부터는 직장생활을 접고 본격적으로 사회봉사 활동에 나서, 발달장애인들의 일터를 만드는 베어베터를 설립했다.

“지인들 중에 자폐 장애나 지적 장애 자녀를 둔 이들이 꽤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발달장애인을 위한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처음엔 이들을 단기간 돌봐주는 센터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발달장애인들은 일반인과 소통하기 어렵고, 그게 취업의 장애물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김 대표의 베어베터에서 함께 일하는 발달장애인들은 불과 1년만에 65명으로 늘어났다. 사업영역도 인쇄제본, 명함제작으로 시작해 커피 로스팅 판매업과 제과제빵까지 넓혀가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1955년~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의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은퇴자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 협동조합상담센터에서 상담한 사람의 60~70%가 50대 이상이다. 보건복지부는 베이비부머 세대 712만명 가운데 약 14.6%의 퇴직이 앞으로 10년 사이에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울은퇴자협동조합은 후기 베이비부머 세대(64~74년생) 900만명까지 합쳐 무려 1600만명이 앞으로 20년 동안 은퇴를 맞이할 것으로 내다본다.

인생 후반전
“사람들은 은퇴하면
노는 걸로 생각하는데
남은 인생 다시 달린다는
새출발 의미가 더 커”

훨씬 힘들다
“협동조합 만들기는 쉽지만
일반기업보다 운영 힘들어”
네트워크 최대 활용하지만
기존 영업망 헤쳐나가기가…

사회 초년병처럼
“조직에서 일해온 사람들
지시·감독역할에 익숙…
사회생활 처음 시작할 때처럼
열린 태도로 주어진 일을”

우 이사장은 “은퇴(retire)란 타이어를 갈아 낀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은퇴하면 노는 걸로 생각하는데, 타이어를 갈아 끼고 앞으로 남은 인생을 다시 달린다는 새 출발의 의미가 더 크다. 인생 후반전에서 사회적으로 보람있는 경제활동을 하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고 말했다.

하지만,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이 처한 현실은 녹록치 않다.

김 대표는 “사회적기업으로 수익을 내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고 말한다. 그간 쌓은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지만 무엇보다 영업이 쉽지 않다. 값이 싸고 사회적 가치까지 담은 상품이라 해도, 거래처 입장에서는 기존 공급사와의 관계를 끊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더욱이 발달장애인들의 생산성이 떨어지니, 일반 회사에서 일할 때보다 몇배의 힘을 들여야 한다.

은퇴를 앞두고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에 관심을 갖는 이들에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시간을 두고 충분히 준비할 것을 강조한다.

우 이사장은 “협동조합 운영이 일반기업보다 훨씬 힘들다”고 말한다. 협동조합을 만들기는 쉽지만, 조합원들의 의견을 조율해 의사결정을 내리고 서로 배려하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직 협동조합에 익숙지 않은 상당수 조합원들은 “조합이 뭘 해 줄 수 있느냐”고 요구하기 일쑤이다. 송문강 아이쿱협동조합지원센터 팀장은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협동조합에 관심을 갖지만, 이 가운데 5% 정도만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갖고 있다. 협동조합도 망할 수 있다는 것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일반기업으로 창업할 때보다 부담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인 ‘함께일하는세상’의 이철종 대표는 사회 초년병의 마음 자세를 가질 것을 강조한다. 이 대표는 대기업 임원 출신들과 함께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두 가지를 조언했다. 작은 조직의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자세와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처럼 다방면의 일을 기꺼이 할 수 있다는 열린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에서는 처음 창업할 때처럼 한사람이 여러가지 역할을 해 내야 합니다. 관료화된 대규모 조직에서 한 분야의 일만 해온 사람들은 지시하고 관리, 감독하는 역할에 익숙해 있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기존에 자신이 하던 일을 고집하기보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처럼 주어진 일을 기꺼이 할 수 있다는 열린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이런 노력은 작은 조직 문화를 받아들이는 태도와도 이어지죠.”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장은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들 간의 신뢰부터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은 신뢰와 협동으로 발전할 수 있고, 신뢰와 협동은 오랜 기간 서서히 쌓이므로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h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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