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챔피언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빈프린트 베버(56) 독일 만하임응용과학대학 교수가 <한겨레> 기자와 만나 독일경제의 밑바탕인 시스템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독, 고교때 기업-학교 병행인턴제…중소기업 숙련노동 젖줄”
‘히든 챔피언’ 전문가 베버 교수 인터뷰
‘히든 챔피언’ 전문가 베버 교수 인터뷰
매년 대학진학자 2배인 80만명
직업훈련 3년뒤 정식직원 돼
그중 80%이상 중소기업서 일해
산·학연계직업교육 미·중 “도입추진”
CEO처럼 전체 작업과정 이해
신제품 개발 등 적극 나서 “독일의 산·학 연계 직업교육시스템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할 정도로 독특하다. 이것이 없었다면 독일 히든 챔피언의 탄생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히든 챔피언의 전문가인 독일 만하임응용과학대학의 빈프리트 베버(56) 교수는 3월 초 독일 남서부 슈투트가르트 인근 자택에서 <한겨레>와 만나 히든 챔피언(강소기업)의 첫번째 성공 비결로 독일 특유의 직업교육시스템을 꼽았다. 그는 미국, 스페인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독일식 직업교육시스템의 도입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독일에서 수많은 히든 챔피언이 나올 수 있었던 비결은? “기업이 발전하려면 사회적 시스템과 자본, 문화 등의 뒷받침이 필요한데, 직업교육시스템과 직장 내 평생학습체제가 히든 챔피언을 만드는 데 결정적 구실을 했다. 만약 이것이 없었다면 중소기업은 숙련 노동자를 확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세계 대학 상위권에 독일 대학이 거의 없는데도 독일 경제가 강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직업교육시스템 덕분에 직원들은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 이미 자기가 할 일을 알고 있다. 또 틈새시장(니치마켓)에 집중하고, 세계화에 힘쓴 것도 히든 챔피언의 중요한 성공 비결이다.” -독일의 직업교육시스템은 어떻게 운영되나? “독일 경제의 심장인 남서부 지역 젊은이들의 경우 70~75%가 10년 교육을 마친 뒤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2학년부터) 기업과 학교를 병행하는 인턴(직업훈련생) 생활을 시작한다. 이들은 일주일 중에서 이틀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사흘은 기업에서 기술을 배운다. 독일 전체로 이런 직업훈련생이 매년 70만~80만명씩 새로 유입되는데, 이들의 80% 이상은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이에 반해 대학 진학자는 40만명 정도다. 직업훈련생들은 3년간의 인턴 생활을 마치면 정식 직원으로 채용된다. 이들은 이후 기사, 마이스터(기장)로 단계적으로 올라간다. 독일은 직장 내 평생학습체제가 발달해 있어서, 직장에 다니면서도 대학 공부를 병행할 수 있다. 또 독일 대학은 상당수가 순수학문이 아닌 기업과 연관된 연구를 수행한다. 특히 1980년대 중반 이후 설립된 응용과학대학의 경우 학생 가운데 절반 정도는 기업과 연관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사실상 일과 공부를 병행한다. 또 교수가 되려면 최소 5년 이상 현업의 경력이 필요하다. 기업은 대학과 다양한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기술 및 상품 개발, 공정혁신, 연구자 육성을 할 수 있다.” -한국과 독일의 현실은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한국은 청년 실업자 수가 30만명인데도, 중소기업의 부족 인력이 26만명에 달하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영국의 유력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2011년 말 한 번의 시험으로 젊은이들의 인생이 판가름나는 ‘한방사회’인 한국과, 젊은이들에게 여러 선택과 진로가 열려 있는 독일을 비교하는 기사(Korea is one-shot society, but Germany is 5~10 shot society)를 다뤘다. 한국 젋은이들은 최근에는 대학을 마쳐도 원하는 직장을 구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렇다면 어렵사리 대학에 들어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독일 젊은이들은 직업교육시스템에 의해 안정적인 일자리와 보수를 보장받는다.” -한국에선 대졸자에 비해 고졸자의 대우가 너무 낮다. “2년 반 전에 독일의 유력 주간지인 <디차이트>가 10학년이 끝난 뒤 인턴을 거쳐 기술자가 된 젊은이와, 12학년까지 마치고 대학으로 진학한 젊은이를 비교한 특집기사인 ‘아비투어(Avi·대입자격시험) 2010 vs 미틀러레 라이페(Mittlere reife·중급단계 10학년 이수증) 2008’을 실었다. 2년이나 더 공부해서 대학으로 진학한 젊은이는 몇 년 뒤 오래되고 찌그러진 차를 타고 다니는데, 기술자의 길을 밟은 젊은이는 비싸고 좋은 포르셰 차를 몰고 다닌다는 내용이다. 독일에서는 기술자의 길을 선택한 젊은이들이 오히려 대학을 나온 젊은이들보다 사회적으로 더 나은 대우를 받고 있다.” -독일의 직업교육시스템에 관심을 갖는 나라들이 있는가? “중국의 지역 상공회의소가 독일과 협력해서 독일식 직업교육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중국 젊은이들은 교육과정의 3분의 1은 학교에서 배우고, 3분의 2는 기업에서 실습을 한다. 또 3년의 과정을 마치면 독일처럼 기술자 자격증을 받는다. 재정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페인도 독일 모델의 수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도 수년 전부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도 독일의 경험을 참고해서 직업교육시스템을 도입하기를 권한다.” -독일 경제는 히든 챔피언을 포함한 강한 중소기업들이 강점이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체제에 익숙한 한국으로서는 솔직히 생소한 면이 있다. “작은 것 자체가 강점이다. 즉 중소기업이라는 게 성공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세계적 섬유업체 고어텍스의 창업자인 빌 고어는 사업부서가 커져서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다시 작게 쪼개는 것을 철칙으로 삼았다. 기업가 정신이 제대로 발휘되려면 조직 규모가 최대 150명을 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 이상이 되면 조직이 경쟁력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실제 독일의 경우 히든 챔피언의 생산성이 대기업보다 높다. 수천명, 수만명이 일하는 대기업은 직원들끼리 서로 모르고, 위에서 지시하는 것만 이행한다. 반면 중소기업은 직원들의 가족들까지도 서로 잘 알아, 강한 유대감과 일체감을 갖고 있다. 직원 한명 한명이 경영자와 똑같이 회사의 생산성 향상, 품질 개선, 신제품 개발 등을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경쟁력이다. 기업문화 측면에서도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성과를 추구하는 데 더 적극적이다. 직원들의 동기 부여에 더 유리하다. 작업을 작은 단위로 분리시키는 대기업에 비해 훨씬 유연하게 일할 수 있다. 직원들은 자신이 맡은 작업만 아는 게 아니라, 전체 작업 과정을 이해한다. 히든 챔피언의 종업원들은 모두 지식 근로자다. 문제 해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총선과 대선에서 경제민주화가 시대정신으로 떠오르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부쩍 높아졌다. “히든 챔피언은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어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가 매우 중요하다. 1886년 설립된 자동차 부품업체 보슈는 사회책임경영의 좋은 사례다. 보슈의 창업자인 로베르트 보슈는 평소 ‘내가 돈이 많아서 임금을 많이 주는 게 아니라, 내가 임금을 많이 주기 때문에 돈을 많이 버는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는 회사 직원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주택을 지어주고, 노인들의 병을 치료해주었다.” 슈투트가르트(독일)/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전 세계에 2734개 독일에만 1307개 ‘히든 챔피언’은 ‘히든 챔피언’이라는 용어는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이 1992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선보였다. 1996년에는 <히든 챔피언>이라는 책을 미국에서 펴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2012년도 개정판에서 히든 챔피언을 ‘매출 규모가 50억 유로(한화 7조2500억원)가 넘지 않고, 일반인은 잘 모르지만, 세계시장 점유율 1~3위를 하는 강소기업’으로 정의했다. 헤르만 지몬은 이 기준에 따라 전 세계에 2734개, 독일에 1307개의 히든 챔피언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히든 챔피언의 정확한 숫자는 그 누구도 모른다고 봐야 한다. 이미 알려진 히든 챔피언 외에 가려진 히든 챔피언이 더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독일의 히든 챔피언 수를 1600~1700개로 꼽기도 한다. 헤르만 지몬의 기준에 따른 히든 챔피언의 면모를 살펴보면 평균 매출액이 3억2600만 유로(한화 4700억원), 평균 근로자 수가 2037명이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중소기업보다는 중견기업에 가깝다. 하지만 히든 챔피언의 매출과 근로자 수 분포는 다양하다. 일례로 매출액 5천만 유로(725억원) 미만의 히든 챔피언도 25%에 달한다. 또 근로자가 200명 이하인 히든 챔피언이 22%를 차지한다. 작은 중소기업도 히든 챔피언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히든 챔피언의 매출액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62%다. 내수시장이 아니라 글로벌시장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제품구조는 산업재가 69%로 가장 많고, 소비재 20%, 서비스 11%의 순이다. 히든 챔피언의 회사 존속 기간은 40년 이상이 75%에 이른다. 100년 이상 된 기업도 34%에 달한다. 히든 챔피언에서 이제는 대기업으로 성장한 프로이덴버그는 164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곽정수 선임기자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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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2734개 독일에만 1307개 ‘히든 챔피언’은 ‘히든 챔피언’이라는 용어는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이 1992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 선보였다. 1996년에는 <히든 챔피언>이라는 책을 미국에서 펴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2012년도 개정판에서 히든 챔피언을 ‘매출 규모가 50억 유로(한화 7조2500억원)가 넘지 않고, 일반인은 잘 모르지만, 세계시장 점유율 1~3위를 하는 강소기업’으로 정의했다. 헤르만 지몬은 이 기준에 따라 전 세계에 2734개, 독일에 1307개의 히든 챔피언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히든 챔피언의 정확한 숫자는 그 누구도 모른다고 봐야 한다. 이미 알려진 히든 챔피언 외에 가려진 히든 챔피언이 더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독일의 히든 챔피언 수를 1600~1700개로 꼽기도 한다. 헤르만 지몬의 기준에 따른 히든 챔피언의 면모를 살펴보면 평균 매출액이 3억2600만 유로(한화 4700억원), 평균 근로자 수가 2037명이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중소기업보다는 중견기업에 가깝다. 하지만 히든 챔피언의 매출과 근로자 수 분포는 다양하다. 일례로 매출액 5천만 유로(725억원) 미만의 히든 챔피언도 25%에 달한다. 또 근로자가 200명 이하인 히든 챔피언이 22%를 차지한다. 작은 중소기업도 히든 챔피언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히든 챔피언의 매출액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62%다. 내수시장이 아니라 글로벌시장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제품구조는 산업재가 69%로 가장 많고, 소비재 20%, 서비스 11%의 순이다. 히든 챔피언의 회사 존속 기간은 40년 이상이 75%에 이른다. 100년 이상 된 기업도 34%에 달한다. 히든 챔피언에서 이제는 대기업으로 성장한 프로이덴버그는 164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곽정수 선임기자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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