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가 주최한 사회책임조달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가 6일 서울 성북구청에서 열렸다. 성북구청 제공
‘사회연대경제 지방협’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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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례 만들어도 상위법 없어 제약
담당공무원들 소극적 대응
FTA 등과 충돌 가능성도 걱정 사회책임조달은 정부와 공공기관이 공공이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때 고용, 사회통합 등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사회적 경제 분야 기업들의 생산품을 우선구매해 이들 기업이 자생력을 갖도록 북돋워주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임정엽 전북 완주군수,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 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 등은 자신들의 지자체가 경험한 내용을 발표하고 사회책임조달을 실행하는 데 따른 어려움을 나누었다. 사회적 경제 제품 우선구매나 의무구매 제도를 마련해도 상위법령이 없어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는 점이 공통으로 제기됐다. 예컨대 우선구매 법령이 있는 녹색제품이나 장애인 생산 제품과 경쟁입찰에서 붙으면 밀릴 수밖에 없다. 또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지방계약법)에 따라 2000만원 미만의 계약만 우선구매를 할 수 있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지난해 7월 성북구가 사회책임조달의 한 방법으로 만든 사회적 경제 제품 우선구매 조례가 상위 법령이 없어 제약이 있었다. 이런 여건에서 담당 공무원들은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문제의 소지가 있거나 분명하지 않은 것은 주저하기 마련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사회책임조달제도 도입 방안에 대해 김성기 성공회대 외래교수가 이끈 연구팀에서는 2가지를 제안했다. 첫째는 사회책임조달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존의 조달에 관한 법령을 고치는 것, 둘째는 사회적기업 제품 우선구매특별법을 도입하는 것이다. 법률 전문가로 연구에 참여한 김대인 이화여대 법학 교수와 양동수 변호사는 “사회책임조달을 위해 만든 지자체의 조례가 세계무역기구(WTO)나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 관련법과 충돌이 있을 수 있다”며 “결국에 상위 법령에 근거를 만들어야 된다”고 말했다. 법제화전엔 현행 입찰방식 활용
공공조달 매뉴얼 제작 권고…
“제도적 틀 갖춰져 있지 않으면
지자체장 의지에 좌우” 아울러 현행법 개정이 아닌 특별법 도입을 제시했다. “우리나라 현행법 중 가장 본질적이고 궁극적인 계약법, 조달법의 원리를 전환하는 걸로 가는 것이 가장 좋지만 현행 우리의 정서나 시기적으로 봤을 때는 특별법을 만드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법제화에 앞서 풀어야 할 과제로 사회적 경제 조직의 범위를 획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자체 조례에서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넓은 범위의 사회적 경제를 다루고 있지만 정작 사회적기업육성법에서는 인증 사회적기업으로 제한해 놓고 있다. 연구팀의 김차연 변호사는 “특별법 제정과 동시에 사회적기업 육성법을 개정해 사회적기업 범위를 넓히는 것, 궁극적으로 사회적 경제의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먼저 이루어져야 된다”고 말했다. 연구팀의 특별법 제정 제안에 대해 현장에서 뛰는 사회적기업가인 이철종 함께일하는세상 대표는 현실적 제약을 지적했다. “사회적 경제 조직들과 연관된 정부부처가 6곳이나 되며 각각의 법제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특별법을 만들기보다 사회적기업육성법이나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등 관련법의 일부 우선구매 조항에 대한 제정 자체가 당장 접근하기 좋은 방식이 아닐까 싶다”며 “우선구매 활성화에 있어 전략적인 틀에서는 큰 제도를 바꿔 나가야겠지만 전술적 활용에 있어서는 법률 조문의 개정에 대한 접근전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법제화 전에 자원조사부터 제대로 시행할 것을 제안했다. 공공조달의 수요와 공급을 제대로 연결시키지 못하면 오히려 사회적기업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책임조달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자체나 공공기관의 예산을 꼼꼼하게 분석하고, 제한입찰제 등 현재 가능한 입찰방식을 최대한 활용하고 공공조달 매뉴얼을 만들 것을 권했다. 일반적으로 공공조달 매뉴얼은 사회적기업 당사자 쪽에 제공하는 형태이다. 이철종 대표는 공공기관이 우선구매를 실현할 수 있는 매뉴얼 구성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존 법 개정과 특별법 제정은 이런 일련의 개선활동을 바탕으로 설득력 있는 근거 자료를 마련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특별법 제정보다 현행 제도 개선에 대한 의견에 대해 연구총괄을 맡은 김영식 서울사회적경제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제도적 틀이 잘 갖춰져 있지 않으면 지자체장의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의지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제도화해 안정적으로 조달제도 안에서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경제, 사회책임조달에 대한 인식을 만드는 것이라는 데 공감했다. 또한 이미 있는 제도 내에서 좋은 사례들과 현재 법령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는 사례들을 발굴하고 매뉴얼을 만들어 나가면서 법제화를 준비해 나가자는 데 뜻을 함께했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hslee@hani.co.kr
공공기관-사회적기업 계약 사례 서울 서대문구청 청소용역 사회적 기업만 입찰하게 제한
수원시 가사민원서비스 위탁 지역사회공헌 등 평가 포함
시흥시 중앙도서관운영 위탁 취약계층 고용한 업체 우대 올해 초 서울 기초지자체에서 사회적기업 제한입찰로 7~8건의 억 단위 계약이 이뤄졌다. 수도권 기초지자체에서도 사회적기업 제한입찰 등 10억원 이내 협상계약 사례들이 꽤 생겨나고 있다. 제한경쟁입찰 사례로는 지난해부터 해온 서울 서대문구청사의 청소용역 사업을 들 수 있다. 서대문구청은 사회적기업이 자생력을 갖도록 지원하기 위해 공공기관의 위탁사업 중 사회적기업이 수행할 수 있는 분야를 조사했다. 다양한 사업 중 조달 관련 법규 안에서 사회적기업 제한입찰이 가능한 ‘청소용역위탁사업’을 정했다. 기존 공공조달에서는 공개경쟁입찰에 최저가 낙찰로 위탁사업자를 선정했다. 사회적기업 제한입찰이 되기 위해서는 기존 공공조달 사업 입찰과는 차별화된 기준이 필요했다. 중소기업청장이 공고한 제한경쟁 또는 지명경쟁 입찰 가능 품목을 기준으로 입찰 방법을 설계했다. 청사청소용역이 총 202가지 품목 중 기타 산업군 건축물 일반청소업에 속해 제한경쟁입찰의 조건을 충족할 수 있었다. 선정방식으로는 입찰 참가업체가 사업에 관련된 제안서를 제출하고, 제안서 내용을 기준에 따라 평가해 뽑는 ‘협상에 의한 계약’을 활용했다. 서대문구청은 사회적경제팀(옛 사회적기업팀)에서 사회적기업 제한경쟁입찰을 공고하기까지 관련 조달 법규 조사와 법적 근거 마련, 관련 부서와의 협업을 통해 계약부서의 입찰방법 수용, 제안평가위원회 구성 및 위원회 개최 등의 과정을 거쳤다. 입찰 참여 대상을 사회적기업으로 제한하고, 사회적기업의 소재 역시 서울, 경기, 인천으로 제한해 사업을 통한 경제적·사회적 효과를 지역 안에 퍼뜨릴 수 있었다. 경기도 부천시도 지난해 시청사 및 시의회 등 청사청소용역을 비슷한 방식으로 사회적기업에 맡겼다. 수원시는 지난해 가사생활민원 서비스사업 위탁기관을 모집했다. 일반 경쟁입찰로 진행되면서도 심사 과정에서 지역사회에 공헌한 활동 여부나,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정성적 평가 기준이 적용되었다. 사회적기업에 한정적인 특혜가 아닌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면 지역 밀착형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이 선정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했다. 심사항목에 사업목표 및 내용의 이해도, 가사생활민원 서비스 지역에 기술자 배치 및 운영계획, 유관 기관 및 기타 서비스 업종 기관과의 연계성을 넣었다. 입찰 결과 지역에서 꾸준하게 활동해 온 청소업종의 사회적기업이 선정됐다. 시흥시도 중앙도서관 청사 안내 및 열람 지도 운영위탁 사업을 일반 경쟁입찰로 진행하면서 평가 기준에 관련 업무 실적이 있는 업체 및 단체를 명시했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의 역량에 맞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기회를 공개해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평가 기준에 종사자 처우개선 노력 사항을 넣어 지역의 취약계층을 고용하고 근무 환경 및 조건을 개선해 가고 있는 업체가 우위를 가질 수 있도록 했다. 공공구매 사례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해 오고 있는 이철종 함께일하는세상 대표는 “기존 공공구매 사례들은 향후 공공기관 계약담당 공무원들이 추진력을 갖고 일을 진행할 수 있는 좋은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숙 한겨레경제연구소장
협동조합 5달새 600개 증가…“금융지원체제 구축 필요하다” 협동사회경제연대 토론회 “재무적 수익성 맞춰 대출하는
일반 금융회사서 대출 어려워”
특화된 금융회사 설립 등 제시 협동조합 설립 열기가 뜨겁다. 다섯명만 모이면 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해진 지난해 12월 이후 올 4월 초까지 대략 600여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됐다. 이기심이 아니라 우애에 기반을 둔 경제가 커나가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현장에서는 걱정도 많다. 만들기보다 기업으로서 커나가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이 상품 유통구조도 개선하고 고용에도 도움을 주도록 번성하려면 이를 돕는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긴요한 것은 금융지원 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장종익 한신대 글로벌비즈니스학부 교수는 지난달 29일 민주통합당 김기준 의원실과 한국협동사회경제연대회의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협동조합 발전을 위해 특화된 금융지원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협동조합은 이윤 극대화보다는 조합원의 편익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등 일반 주식회사와 다른 사업 및 경영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며 “기업의 효율성과 재무적 수익성에 맞춰 대출을 하는 일반 금융회사에서 대출받기가 무척 어렵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협동조합에 경영자문을 하고 인큐베이팅 노릇도 하는 협동조합지원 금융회사 설립 △소비자협동조합연합회 등 협동조합 연합조직이 공제기금이나 연대기금을 조성하는 방안 △투자 조합원을 허용하는 등 협동조합에 대한 투자자 확보를 제시했다. 또 문보경 한국협동사회경제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협동조합기본법을 개정해 협동조합에 중소기업 지위를 부여하고 △미소금융이나 사회적기업 투자자금을 협동조합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기존의 신용협동조합에서 대응투자를 통해 협동조합 창업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우리나라 협동조합기본법을 살펴보면 협동조합의 자본금에 대한 규정이 모호한 구석이 많고, 금융 및 보험서비스 분야에 대해서는 협동조합 설립을 금지하고 있어 협동조합들이 제대로 된 금융지원을 받기가 어렵게 돼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협동조합들은 협동조합에 특화된 금융의 도움으로 성장했다. 미국의 오렌지 재배농가 협동조합인 선키스트는 1933년에 설립된 코뱅크라는 협동조합 은행의 금융지원을 받았고, 세계적 원예협동조합인 네덜란드의 그리너리(Greenery)는 라보방크 협동조합의 금융지원을 받고 있다.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복합체가 발전하는 데는 협동조합은행인 노동금고(Caja Laboral)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토론에서 정원각 아이쿱협동조합 지원센터 대표는 “사업자금 조달 과정에서 금융업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자체적으로 직장 새마을금고를 설립하려 시도했으나 난립이 우려된다는 등의 이유로 반려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조혜경 한화생명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협동조합 금융이 활성화되려면 협동조합 기업의 특성에 맞는 재무제표평가, 신용평가 등의 기준이 마련돼야 하며 협동조합의 유형별, 성장단계별로 적합한 자금조달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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