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국제심포지엄 이틀째인 24일 서울 성공회대에서 영국 협동조합대학의 줄리 소프(맨 왼쪽)가 로버트 오언의 ‘협동조합과 교육관’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소프 바로 옆에 앉은 이가 왈리레인지 고등학교의 제인 반스 교감이다. 김현대 선임기자
99%의 경제
성공회대·서대문구청 ‘협동조합 국제심포지엄’
성공회대·서대문구청 ‘협동조합 국제심포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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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리레인지 학생들 학업점수
전국 평균보다 10% 이상 높아
학교내 사업 등 협동경제 체험도 “협동조합학교가 이렇게 많아질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 못했어요. 2008년에 누군가 이정도 예측을 했더라면, 미친놈 취급을 받았을 겁니다. 지금은 교장선생님들 사이에 ‘협동조합교육이 바로 우리가 원하던 교육’이라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학교가 계속 늘어날 겁니다.” 영국 맨체스터 협동조합대학의 교육담당책임자인 줄리 소프는 협동조합학교에 대해 “협동조합의 문화가 넘치는 학교”라고 간명하게 설명했다.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업내용을 포함한 학교생활 전체에 협동조합 원칙을 적용합니다. 협동조합 방식으로 교육을 해보니, 이거야말로 가장 훌륭한 교육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겁니다.” ‘왈리레인지 고등학교’의 제인 반스 교감은 협동조합 학교로 전환하던 당시의 일화를 털어놓았다. “이사회 멤버들이 합숙하면서 토론을 했습니다. 벽의 한쪽에는 간절하게 원하는 교육이 무엇인지 적고, 다른 쪽에는 협동조합의 7대 원칙을 적어놓았습니다. 거의 일치하더군요. 협동조합 방식이 최고의 교육임을 확인했던 거죠.” 반스 교감은 “협동조합학교로의 전환은 70개 언어와 문화가 뒤섞여 있는 우리 학생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살아가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영국 교육청의 감사에서도 협동조합학교들은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다. 아이들이 배려심이 있고 예의 바른 인성을 갖추었으며, 배움에 기민하게 반응해 스스로 목표를 넘어서고자 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칭찬이 이어졌다. 학생들의 학업성적이 개선되는 효과도 생겨났다. 왈리레인지의 학생들은 전국 평균보다 10% 이상 높은 학업점수를 유지하고 있다. 영국의 협동조합학교는 별도의 협동조합 법인격을 채택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의 정관에 협동조합의 원칙과 방식을 명시적으로 못박으면, 협동조합학교로 인정받는다. 협동조합학교의 이사회는 학생, 교사, 학부모, 교직원, 지역사회 각각의 조합원 대표들로 구성된다. 졸업생 대표도 이사회 멤버로 참석한다. 협동조합 원칙은 참교육 방식의 채택이라는 결정적인 교육효과로 이어졌다. 협동조합학교의 배움은 4명 규모의 모둠학습을 기본으로 한다. 모둠 안에서 협동학습을 할 뿐 아니라, 모둠과 모둠 사이에 배우고 토론한 것들을 수시로 나누면서 스스로 다양성을 키워가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교사는 되도록 말을 줄이고, 학생들 스스로 학습 과정을 주도하도록 거들어 준다. 모둠마다 리더가 있고, 과목별로 리더가 달라진다. 마음에 드는 친구만이 아니라 누구와도 짝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반스 교감은 “이러한 관계맺기가 갈등을 줄이고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을 길러준다”고 말했다. 왈리레인지에서는 협동조합의 역사적 유산을 교육자료로 적극 활용한다. 협동조합운동의 창시자인 로버트 오언의 삶과 책을 만나는 것은 필수이다. 학생들이 직접 협동조합 사업을 벌이는 영 코퍼러티브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학생들끼리 모여, 작은 사업체를 꾸려보는 것이다. 농업, 쓰레기처리, 댄스파티 운영, 밴드 공연 등 사업 내용도 각양각색이다. “학교 안에서는 작은 돈으로 사업을 벌일 수 있고, 실패도 용인되잖아요. 영 코퍼러티브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아이들은 지역사회에 가치있는 일에 도전하는 기쁨을 맛보게 돼요. 아이들이 협동의 가치와 협동의 경제를 몸으로 체득해 나가는 거죠.”(제인 반스) 조현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gobogi@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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