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드라곤대학의 프레드릭 프로인들리크 교수가 25일 서울 서대문구청에서 열린 국제심포지엄 첫날 발표에서 협동조합의 기본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99%의 경제
몬드라곤의 내부금융 시스템 보니
몬드라곤의 내부금융 시스템 보니
협동조합의 아킬레스건은 자본조달에 있다. 자본집약적인 업종에서 협동조합이 맥을 추지 못하는 이유 또한 자본조달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스페인의 몬드라곤협동조합은 예외이다. 기계, 철강 등 고도의 자본투입이 요구되는 분야에도 골고루 진출해 있다. 1956년 소수민족지역인 바스크의 소도시에서 5명의 조합원으로 시작한 몬드라곤은 8만명 이상의 직원을 거느린 스페인의 10대 기업집단으로 성장해 있다.
조합원·지역주민 예금 받아
협동조합 관계사 자금 대줘
신협·은행 넘어선 ‘발전 젖줄’
투자자금·연구분석 지원도 한국을 찾은 몬드라곤대학의 프레드릭 프로인들리크 교수는 국제심포지엄에서 몬드라곤 금융의 역할을 몇단계로 나눠 “몬드라곤은 초기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협동조합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지원하는 강력한 내부 금융을 운영해왔다”고 강조했다. 몬드라곤은 협동조합 첫 창립 3년 뒤인 1959년에 최초의 금융협동조합인 노동금고의 문을 열었다. 석유곤로를 생산하는 ‘울고르’(Ulgor)에 이어 여러 사업체가 생겨나면서, 안정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내부금융의 필요성이 커졌던 것이다. 프로인들리크 교수는 “노동금고는 통상의 신용협동조합과는 태생부터 성격이 달랐다. 신협이 조합원 대출을 주로 하는 데 반해, 노동금고는 기존 협동조합들에 대한 자금공급을 기본적인 역할로 삼았다”고 말했다. 조합원이나 지역주민의 예금을 받아 몬드라곤 협동조합 관계사들의 자금수요를 뒷받침한다는, ‘창의적인’ 발상을 했던 것이다. 이를 위해 노동금고는 협동조합 기업들이 노동금고 전체 조합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이사회 멤버의 3분의 2 이상이 되도록 했다. 노동금고의 노동자들이 전체 조합원의 나머지 절반, 이사회 멤버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프로인들리크 교수는 “돌아보면 운도 많이 따랐다. 경제성장이 이어지는 시기여서 대출실패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노동금고가 협동조합들을 지원하면서 안정적 성장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무렵의 노동금고는 단순한 자금지원에 그치지 않고, 초기 협동조합에 필요한 경영 지원 업무도 적극 수행했다. 1985년 이후 스페인 정부에서는 몬드라곤 관계사들을 지원하는 노동금고의 ‘내부 거래’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또한 몬드라곤 관계사들의 자금수요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사업이 자리잡으면서 일반대출보다 벤처캐피털 수요가 커졌으며, 경영지원 수요도 많이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노동금고는 일반예금은행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해야 했다. 몬드라곤은 이때 안팎의 새로운 환경변화에 맞춰 ‘내부금융 기능’의 재편을 시도했다. 협동조합 관계사들한테 투자자금을 공급하는 ‘몬드라곤 투자’와 연구와 사업분석 업무를 수행하는 ‘몬드라곤 재단’을 새로 설립했다. 몬드라곤의 모든 관계사들은 투자자금과 연구분석 지원을 받는 대신 이 두 기관에 의무적으로 투자하거나 기부해야 한다. 프로인들리크 교수는 “노동금고는 몬드라곤의 초기 25년 발전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어린 협동조합들이 가장 절박하게 필요로 할 때에, 자금과 경영지원을 제공했다. 생사를 좌우할 정도였다. 노동금고의 역할은 단순한 신협이나 은행이 아니라 협동조합을 발전시키는 데 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창진 성공회대 교수(정치학)는 토론에서 “우리는 몬드라곤의 금융과 같은 협동조합의 하부구조가 약하기 때문에 새로 생겨난 협동조합의 절반도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이다. 신용협동조합, 민관융합의 투자기금, 합작벤처금융회사와 같은 재정(금융)의 방파제를 구축하는 것이 지금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협동조합의 전문경영자를 적극적으로 초빙하고 길러내야 실패율을 낮출 수 있으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공동조달 및 공공서비스를 협동조합 기업들에 과감하게 개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다. 정당한 참여 기회를 주어야 한다. 지역사회에 뿌리를 두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협동조합은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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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관계사 자금 대줘
신협·은행 넘어선 ‘발전 젖줄’
투자자금·연구분석 지원도 한국을 찾은 몬드라곤대학의 프레드릭 프로인들리크 교수는 국제심포지엄에서 몬드라곤 금융의 역할을 몇단계로 나눠 “몬드라곤은 초기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협동조합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지원하는 강력한 내부 금융을 운영해왔다”고 강조했다. 몬드라곤은 협동조합 첫 창립 3년 뒤인 1959년에 최초의 금융협동조합인 노동금고의 문을 열었다. 석유곤로를 생산하는 ‘울고르’(Ulgor)에 이어 여러 사업체가 생겨나면서, 안정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내부금융의 필요성이 커졌던 것이다. 프로인들리크 교수는 “노동금고는 통상의 신용협동조합과는 태생부터 성격이 달랐다. 신협이 조합원 대출을 주로 하는 데 반해, 노동금고는 기존 협동조합들에 대한 자금공급을 기본적인 역할로 삼았다”고 말했다. 조합원이나 지역주민의 예금을 받아 몬드라곤 협동조합 관계사들의 자금수요를 뒷받침한다는, ‘창의적인’ 발상을 했던 것이다. 이를 위해 노동금고는 협동조합 기업들이 노동금고 전체 조합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이사회 멤버의 3분의 2 이상이 되도록 했다. 노동금고의 노동자들이 전체 조합원의 나머지 절반, 이사회 멤버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프로인들리크 교수는 “돌아보면 운도 많이 따랐다. 경제성장이 이어지는 시기여서 대출실패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노동금고가 협동조합들을 지원하면서 안정적 성장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무렵의 노동금고는 단순한 자금지원에 그치지 않고, 초기 협동조합에 필요한 경영 지원 업무도 적극 수행했다. 1985년 이후 스페인 정부에서는 몬드라곤 관계사들을 지원하는 노동금고의 ‘내부 거래’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또한 몬드라곤 관계사들의 자금수요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사업이 자리잡으면서 일반대출보다 벤처캐피털 수요가 커졌으며, 경영지원 수요도 많이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노동금고는 일반예금은행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해야 했다. 몬드라곤은 이때 안팎의 새로운 환경변화에 맞춰 ‘내부금융 기능’의 재편을 시도했다. 협동조합 관계사들한테 투자자금을 공급하는 ‘몬드라곤 투자’와 연구와 사업분석 업무를 수행하는 ‘몬드라곤 재단’을 새로 설립했다. 몬드라곤의 모든 관계사들은 투자자금과 연구분석 지원을 받는 대신 이 두 기관에 의무적으로 투자하거나 기부해야 한다. 프로인들리크 교수는 “노동금고는 몬드라곤의 초기 25년 발전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어린 협동조합들이 가장 절박하게 필요로 할 때에, 자금과 경영지원을 제공했다. 생사를 좌우할 정도였다. 노동금고의 역할은 단순한 신협이나 은행이 아니라 협동조합을 발전시키는 데 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창진 성공회대 교수(정치학)는 토론에서 “우리는 몬드라곤의 금융과 같은 협동조합의 하부구조가 약하기 때문에 새로 생겨난 협동조합의 절반도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이다. 신용협동조합, 민관융합의 투자기금, 합작벤처금융회사와 같은 재정(금융)의 방파제를 구축하는 것이 지금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협동조합의 전문경영자를 적극적으로 초빙하고 길러내야 실패율을 낮출 수 있으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공동조달 및 공공서비스를 협동조합 기업들에 과감하게 개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다. 정당한 참여 기회를 주어야 한다. 지역사회에 뿌리를 두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협동조합은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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