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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작지만 강한 업체 장인들 뭉쳐 ‘주방가구 골목상권’ 지켜요”

등록 2013-03-21 19:35수정 2013-03-21 21:00

한국인의부엌가구 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이 1월9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한 음식점에서 창립총회를 마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펼침막의 ‘협동조합’ 글자 바로 뒤에 선 이가 오영선 이사장이다. ‘한국인의 부엌가구’(케이쿱) 제공
한국인의부엌가구 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이 1월9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한 음식점에서 창립총회를 마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펼침막의 ‘협동조합’ 글자 바로 뒤에 선 이가 오영선 이사장이다. ‘한국인의 부엌가구’(케이쿱) 제공
99%의 경제
‘한국인의 부엌가구’ 협동조합, 브랜드 ‘케이쿱’으로 승부수
‘싱크대 업계의 삼성’ 한샘
동남아산 합판 사용하는 등
저가전략에 중소업체 큰 위기
매출 8~9년 전보다 절반 줄어
작지만 강한, 최고의 주방가구 장인들이 모였다. 협동조합 이름은 ‘한국인의 부엌가구’. 케이쿱은 앞으로 생산할 가구제품의 브랜드다. 부엌(Kitchen)의 첫 알파벳과 협동조합의 영어 글자(Coop)를 땄다. 지난달 15일 경기도청에서 협동조합 신고필증을 받고, 이달 6일 사업자등록증도 발급받았다.

“우리 싱크대 업계에서는 한샘이 삼성이에요. 주방가구의 골목상권이 다 무너지고 있습니다. 혼자서는 눈뜨고 당할 수밖에 없어요. 여럿이 힘을 합쳐 한샘과 맞서보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케이쿱의 오영선(49) 이사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주방가구 장인들이 의기투합했다”고 강조했다. 케이쿱의 창립 조합원으로는 중소규모 사업자 28명이 참여했다. 한사람 한사람, 업계에서 실력과 신망을 갖춘 수십년 장인들이다.

“3~4년 전부터 한샘이 파격적 가격으로 치고 나왔어요. 저가의 동남아산 합판을 재료로 쓰고, 대규모 공장자동화 투자를 했습니다. 납품업체들의 단가인하를 압박했고요. 그 뒤로 가격이 역전됐어요. 이제는 한샘의 가구가 우리보다 더 쌉니다. 이대로면, 중소업체들이 전멸합니다.”

가구시장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지속적인 불황을 겪고 있다. 한샘 또한 위기 극복을 위해 공격적인 비용절감과 국내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불황으로 쪼그라든 시장을 한샘이 거칠게 치고들면서, 5000개로 추정되는 ‘싱크공장’(중소규모 주방가구업체)의 시장기반이 뿌리째 뽑혀나가고 있다. 케이쿱에 따르면, 한샘은 1년 전 9만9000원이던 3단 책장을 쇼핑몰과 온라인에서 4만9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저가 전략으로 군소 인테리어업체의 주문 물량까지 휩쓸어 가고 있다.

“2005년까지 월 5억원 매출을 올렸어요. 2008년 금융위기 때 한차례 부도를 맞고, 지금 월매출은 1억원 이하로 떨어졌어요. 대부분 업체들이 2000년대 중반보다 절반 이상 매출이 줄었습니다.” 경기도 광주에서 가구 문짝을 생산하는 오국원(50) 경원오릭스 대표의 말이다. 오 대표는 오 이사장의 사촌으로, 역시 케이쿱의 조합원이다. “한샘은 밀도가 낮은 동남아산 저가 합판을 많이 쓰지만, 중소업체들은 고품질의 국산 합판을 써요. 그런데도 소비자들은 한샘이 고급이라고 생각하지요. 고급 이미지를 더 싼 값으로 판매하니, 우리가 어떻게 당해냅니까?”

오 이사장이 거들었다. “중소업체들은 저밀도 합판에 나사를 박을 수 있는 고가의 장비가 없어요. 우리처럼 손기계를 쓰면, 합판이 쉽게 부서져요. 그러니, 값싼 합판을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어요. 공급물량이 적으니 홈쇼핑에는 접근할 수 없고, 대량구매로 단가를 떨어뜨릴 수도 없어요. 브랜드도 없고요. 절박합니다.” 오 이사장은 “너무 절박했기 때문에, 사람들의 뜻이 협동조합으로 순식간에 모아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케이쿱은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전국 네트워크 구축에 들어갈 예정이다. 수도권에 12개 전국 각지에 12개씩, 모두 24개의 지구 조직망을 상반기 안에 짠다는 것이다. 각 지구 7~8명씩, 모두 170~180명의 조합원을 모집할 생각이다. 인구로 따지면 30만명마다 1명의 조합원 사업체를 두는 셈이다. 조합원 출자금은 우선 100만원으로 정했다. 조합원당 매달 10만원씩의 회비를 걷어 사무실 운영비로 충당하기로 했다.

케이쿱 쪽은 조합원 모집이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낙관한다. 케이쿱 결성 소식이 이미 업계에 알려져 있고, 최초 28명 설립자들의 신뢰와 연대가 탄탄하기 때문이다. 설립 조합원들은 최근 석달여 동안 11차례나 모임을 열었다. 출석률이 90% 이상이었다. 똘똘 뭉친 조합원들은 양질의 업체를 많이 끌어들이는 데에 힘을 쏟고 있다. 국세 및 지방세 완납증명서 등 최소한의 기업 건전성을 뒷받침하는 자료제출도 요구하기로 했다.

크라텍(김기형 대표)과 엔에프씨(손기용 대표) 같은 이름난 원자재 공급업체들도 케이쿱에 참여했다. 한샘에도 대규모로 납품하는 중견 업체들이다. “협동조합? 다 같이 잘살자고 하는 거잖아요. 우리는 제품개발 능력도 있으니까, 케이쿱에서 새로운 기회를 열 수 있을 것 같아요. 잘되도록 해야 하고, 잘될 겁니다.”(김 대표) “작은 업체들은 당장 발등의 불 끄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습니다. 협동조합으로 여럿이 모이면, 제품 표준화와 공동구매로 원가절감할 수 있잖아요. 친환경도 해볼 만할 거고요.”(손 대표)

케이쿱은 고가와 중저가로 나눠, 10개 안팎의 주방가구 시리즈 제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전국에서 170명 정도의 조합원이 모이면, 독자 제품 개발의 여건이 갖춰질 것이다. 케이쿱 브랜드 홍보와 온라인 쇼핑몰 등을 통한 별도 마케팅도 가능하다고 본다. “가만히 있으면 우리 공장의 제조기반이 무너집니다. 모두 힘을 합치면 할 수 있다는 확실한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이제 희망의 끈을 잡은 느낌입니다.”(오국원 대표)

경기도 광주/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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