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협동조합 하면 뭐가 달라지냐고요?

등록 2013-02-21 19:24

박영범 지역농업네트워크 대표
박영범 지역농업네트워크 대표
99%의 경제
HERI의 시선
서해대교 위를 달리며 차창으로 스며드는 봄빛이 나른하다.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낯익으면서도 어색한 목소리에 졸음이 달아난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로 야심차게 시작해서 임기 절반 즈음부터 ‘공생 발전’으로 전향한 대통령의 고별연설이 애잔하다.

우리도 전향한다. 십 년 넘게 유지한 주식회사를 협동조합으로 전환한다. 지난해 초 주주총회에서 뜻을 모으고, 올해 2월1일 전환총회 절차를 마쳤다. 협동조합설립 추진위를 구성했고 가을까지 착실히 준비해 창립총회를 한 뒤 내년 1월1일부터는 협동조합이 된다. 많은 분들이 묻는다. 우리 식구들도 묻는다. 나 스스로도 묻는다. 뭐가 달라지지?

1998년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우리 지역농업네트워크의 식구는 다섯명이었다. 우리의 꿈은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일을 즐겁게 하면서 당당하게 연봉 1200만원을 버는 것이었다. 1인당 200만원씩을 목표로 해, 모두 800만원의 종잣돈을 모았다. 대학교 안의 복도 끝에 임대료 없이 사무실을 차렸다. 그리고 우리의 협동기업은 3년 동안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3년이 지나 그동안 밀린 연봉을 지급하고 다시 그 돈을 모았다. 그렇게 5000만원의 주식회사 설립 최소 자본금이 마련되었다. 주주의 지분이 똑같은 주식회사를 세웠다. 서울 사당동에 우리 사무실을 마련했다. 창도 없는 손바닥만한 공간이었지만, 우리에게는 대기업 고층빌딩보다 우아하고 멋졌다.

그리고 10년 뒤. 우리 식구는 60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대표와 신입직원은 스무살 차이가 나고, 직급이 생기고, 연봉이 두세배 차이가 나고, 지분율이 바뀌었다. 전직원이 주주이고 협동기업인 우리가 어느새 회사와 회사원의 모습으로 서로를 바라보게 되었다. 어디까지가 협동이고 공생이며, 어디까지가 평등이고 형평일까?

그래서 우린 그 물음에 스스로 답하기 위해 협동조합으로 전환한다. 앞으로 1년 동안 일하면서 공부하고 토론하며 우리에게 맞는 옷으로 갈아입으려 한다. 노동시장 유연화란 미명하에 무수한 저임금 계약직 직원이 정당화되고, 소수의 수억 수십억 고액연봉자가 영웅이 되는 기업을 거부한다. 신입직원과 최고경영자의 연봉 차이를 6배 이내로 묶어 놓은 몬드라곤협동조합의 선구자들이 옳다고 믿는다.

협동조합 하면 뭐가 달라지죠? 우리도 잘 모른다. 단 하나 분명한 것은 대박도 없고 쪽박도 없다는 것이다. 돈이 돈을 벌고 가난이 가난을 불러오는 기업이 아니라, 우리가 일한 만큼 칭찬받고, 해고 걱정 없이 월급날을 당당히 기다리는 협동조합기업을 만들고 싶다. 우리는 너와 내가 경쟁하지 않고, 서로 신뢰하고 사회에 감사하며 살아가기를 원한다. 더불어! 함께! 같이! 너와 나, 우리의 작은 실천이 출발점이 될 것이라 믿는다.

박영범/지역농업네트워크 대표

<한겨레 인기기사>

유시민 “안철수, 대통령 되려면 인생 통째로 걸어야”
이동관 “고소영보다 성시경 내각이 더 편중”
수목극 전쟁 2차전, ‘그 겨울…’ 단독선두
애인 몰래 바람핀 남자, 구글맵에 딱 걸려
백령도 식물은 북과 남이 공존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중국 개발 ‘가성비 최강’ AI 등장에…미국 빅테크 ‘패닉’ 1.

중국 개발 ‘가성비 최강’ AI 등장에…미국 빅테크 ‘패닉’

투자·절세 ‘만능 통장 ISA’…증권사·은행 어느 쪽 선택할까? 2.

투자·절세 ‘만능 통장 ISA’…증권사·은행 어느 쪽 선택할까?

임시공휴일 지정하면 해외로 떠나 ‘내수 진작’이 반감된다? 3.

임시공휴일 지정하면 해외로 떠나 ‘내수 진작’이 반감된다?

내란 쇼크에 원화 실질가치 엉망…64개국 중 63번째 4.

내란 쇼크에 원화 실질가치 엉망…64개국 중 63번째

휴게소 인기 메뉴 우동, 5년간 가격 얼마나 올랐나 5.

휴게소 인기 메뉴 우동, 5년간 가격 얼마나 올랐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