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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의료생협 개척 20년…안성시민 10%가 주인이자 이용자

등록 2013-01-17 19:46수정 2013-01-17 20:55

99%의 경제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새출발 꿈 ‘안성의료생협’
1987년 봉사활동서 출발
연세대 의대 기독학생회
안성 고삼면에서 주말 봉사
마을청년들과 뜻 맞아
“상설 의료기관 만들자” 제안

의사 15명 전체직원 107명<br>3개 지역에 6개 진료소
5대암 검진하는 종합시설도
심장내과 전문의도 있다
작년 조합원 건강검진 2322명

가장 큰 힘은 신뢰
환자들 의사지시 잘 따라
의사충원 어려움도 줄어
급여 덜 받더라도
존중받는 괜찮은 직장 인식

경기 안성시 인지동의 좁은 자동찻길로 들어서자, 소박한 녹색 바탕의 안성농민의원, 안성농민한의원, 생협치과의원 간판이 한눈에 들어왔다. 대한민국 ‘협동조합 병원’의 싹을 틔운 선구자이자 맏형인 안성의료생협의 ‘본원’이다. 안성의료생협과 환자의 첫 만남은 진료실로 올라가는 계단 중간층의 ‘환자권리장전’을 읽는 것으로 시작된다.

“환자는 투병의 주체자이며, 의료인은 환자를 치유의 길로 이끄는 안내자이다.”

“환자는 이윤 추구나 지도의 대상이 아니라 존엄한 인간으로 존중받으면서 치료받을 권리가 있다.”

안성의료생협의 ‘아름다운 역사’는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연세대 의대 기독학생회의 예비 의사들이 안성의 고삼면에서 주말 진료 봉사활동을 시작했고, 마을 청년들과 뜻이 맞았다. 봉사활동을 마치고도 인연이 이어졌고, 농민의 건강권을 확보하자는 고민이 깊어졌다.

“의사와 한의사들이 상설 의료기관을 만들자고 먼저 제안했습니다. 마을 청년들은 주민 조합원의 참여를 끌어냈습니다. 국내 첫 의료생협이 그렇게 탄생했어요. 1994년이었죠. 1992년에 먼저 문을 연 안성농민한의원도 의료생협으로 합쳤어요. 그때의 마을 청년 가운데 한 명이 지금 고삼농협의 조현선 조합장입니다.”

안성의료생협 김보라 전무는 “지역주민과 의료인이 함께 하는 내 병원을 세우고, 양의학과 한의학이 ‘협동’하는 의료의 개념을 실천하자고 뜻을 모았다. 그래서 처음 생각했던 이름도 공동의원이었다”고 말했다. 1987년 인턴으로 주말 진료봉사에 참여했던 이인동 의사는 1994년 의료생협 설립 때부터 지금까지 안성농민의원의 진료실을 지키고 있다. 아내인 권성실 의사는 2003년 의료생협에 합류해, 소아진료를 주로 하는 금산동의 우리생협의원을 꾸리고 있다.

20년째를 맞은 안성의료생협은 지역사회에 탄탄하게 뿌리를 내렸다. 3개 지역에서 의원(3개)과 한의원(2개), 치과의원(1개)을 합쳐 모두 6개의 진료소와 별도의 재가 장기요양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5대 암을 검진하는 종합시설을 갖추었고, 의사 숫자만도 15명에 이른다. 요양보호사 40여명과 간호사·치과위생사·물리치료사·행정인력 등을 합쳐 전체 직원이 107명으로 불어났다. 조합원도 4800명이나 된다. 조합원 1가구를 4명으로 잡으면, 전체 안성인구 18만5천명의 10%가 안성의료생협의 주인이자 이용자인 셈이다.

안성의료생협을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은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이다. 환자들이 의사 지시를 잘 따른다. 과잉진료를 의심하지 않는다. 환자 자신이 주인(조합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0년 조사에서 감기 환자 등에 대한 안성농민의원의 항생제 처방률은 전국 평균의 25%에 머물렀다.

안성의료생협은 통상의 1차 의료기관을 넘어서는 다양한 의료활동을 벌이고 있다. 고혈압과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자들을 관리하는 종합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안성에서 유일한 심장내과 전문의를 보유하고 있고, 현미채식법을 익히는 6~8주 프로그램을 지난해부터 시작했다. 올해는 운동프로그램까지 가동할 계획이다.

안성시 보계면의 박상섭(57)씨는 안성의료생협의 충실한 조합원이다. “주위 사람들을 믿고 일찌감치 의료생협에 가입했어요. 농촌에서는 건강검진을 받기 어렵잖아요. 조합원 건강검진을 받다가 위암을 조기 발견했습니다. 지금은 건강하지요.” 안성의료생협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조합원이 지난해에 2322명에 이르렀다. 이들은 의료생협 의사들의 꼼꼼한 주치의 관리를 받는다. 사회적기업이기도 한 안성의료생협은 저소득층과 외국인노동자 의료비를 할인하는 등의 의료복지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간호사들이 장기요양환자의 집을 방문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의료생협이 자리잡으면서, 의사들을 충원하는 어려움도 예전보다 덜해졌다. 급여를 덜 받더라도 환자의 존중을 받으면서 진료에 전념하겠다는 의료인에게 의료생협은 괜찮은 직장으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의료생협에서는 의사의 사업수완을 요구하지 않는다. 실제로, 한의사 2명은 개원했다가 망한 뒤 안성의료생협으로 옮겨왔다. 의료사고를 불안해 하지 않아도 된다. 신뢰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혼자 한의원을 개원했다가 문닫은 동기들도 적지 않아요. 경쟁이 극심해지면서 잘 꾸려나가기가 쉽지 않잖아요. 여기는 진료만 정성껏 하면 되니까, 그게 좋습니다. 양의학이 같이 있으니까, 더 넓게 공부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지요.”(김현숙 한의사) 안성의료생협의 의사들은 대다수가 안성 주민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인동 의사는 지난해 봄에 입주가 마무리된 금광면 들꽃피는마을의 조성사업에 마을대표로 참여하기도 했다.

안성의료생협은 지난해 말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이후, 새출발의 계기를 맞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법인격을 전환하는 작업에 나섰다. 김보라 전무는 “그동안 생협법상의 법인이어서 공익성을 충분히 인정받지 못했고 보건의료 쪽의 역할을 하는데도 한계가 있었다. 이제 비영리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제 몸에 맞는 옷으로 갈아 입게 됐다. 지역사회의 건강한 의료기관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성/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가짜’ 의료생협 난무…‘진짜’는 “20곳”

대다수가 사무장이
의사 고용해 돈벌이
‘진짜’는 모두 올 상반기안
사회적협동조합 전환 방침

영리를 추구하는 유사 의료생협들이 판을 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전국의 의료생협이 2011년 200곳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300곳을 넘어섰다. 이가운데 협동조합 원칙에 충실한 ‘진짜’ 의료생협은 한국의료생협연합회에 소속된 20곳에 그친다. 나머지는 대다수가 사무장이 의사를 고용해 돈벌이를 하는 가짜 의료생협이다.

현행 생협법에 따른 의료생협을 설립하자면, 조합원 300명 이상과 출자금 3000만원 이상을 모집해야 하고, 협동조합 방식의 조합원 참여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유사 의료생협은 갖가지 편법과 불법을 동원해 설립되고 운영된다. 인터넷에서는 3000만원을 받고 의료생협 설립을 대행하는 법무서비스 안내문까지 나돌고 있다. 유사 의료생협 설립자가 의료생협에 자기 돈을 빌려준뒤 고율의 이자로 수입을 챙기거나, 과잉 또는 가공 진료로 의료보험 수입을 올리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유사 의료생협의 불법행위 적발로 인한 법적 책임을 고용 의사가 전적으로 뒤집어쓰는 경우도 있다.

안성의료생협을 비롯한 진짜 의료생협들은 올해 상반기 안에 모두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김보라 안성의료생협 전무는 “건강한 의료생협들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해, 명시적으로 비영리를 천명하고 경영공시를 강화해 보건복지부로 감독을 일원화하자는 게 의료생협연합회의 생각이고 보건복지부도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협동조합 인가과정을 엄격히 관리하고 기존 생협법상의 의료생협 신설을 제한하면, 유사 의료생협의 추가 설립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보건복지부가 유사 의료생협의 불법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보건의료 쪽의 사회적협동조합 설립 요건을 기존의 생협법보다 훨씬 까다롭게 해놓았다. 유사 의료생협을 막자는 취지이다. 일반 시민이 유사 의료생협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한국의료생협연합회 소속이 아니고, (앞으로는) 사회적협동조합이 아니라면, 일단 가짜 의료생협이라고 의심하면 된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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