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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농협이 나서라

등록 2013-01-17 19:43

99%의 경제
HERI의 시선
새내기 협동조합들이 태어나고 있다. 지금 추세로 가면 올 연말쯤 최소한 2000여개가 넘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기존 협동조합들을 모두 다 합친 것보다 많은 숫자다. 하지만 저성장과 양극화 시대에 한번 살아보겠다고 언 땅에 박치기하듯 생겨나는 이 많은 후배들 앞에서 선배 협동조합들의 손이 주머니 속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은 수치상으로만 보면 유럽의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협동조합 공화국’이다. 선배 협동조합들의 전체 자산은 300조원에 육박한다. 1년 사업규모도 그와 비슷하다. 정부 예산과 맞먹는다. 이 가운데 농협이 절대적인 비중은 차지한다.

한국 농협의 역사는 가난한 농업국가에서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른 굴곡진 우리의 현대사와 궤를 같이한다. 1961년 이후 30년 가까이 정부주도 협동조합으로 지내온 데 대해 농협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그 시절에는 대다수 국민이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1988년 한국사회의 민주화로 협동조합의 모습을 회복한 이후, 더욱이 지난해 말 협동조합기본법 시대가 열린 이후, 농협의 일거수 일투족은 오롯이 자신의 책임이다. 정부주도 관행이 강하게 남아있는 탓으로, 농협은 지난해 굴욕적인 사업구조개편(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 과정에서 굴욕을 당했다. 독립적인 협동조합으로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못된 관행을 극복하는 것 또한, 이제는 농협이 스스로 하기에 달렸다.

농협은 새로 태어나는 후배 협동조합들을 돕는 과정에서 자신의 위상을 강화할 수 있다. 수천 개, 길게 보면 수만 개의 후배 협동조합들과 연대할 때, 협동조합으로서 발언권을 강화하고 사업영역도 확대할 수 있다. 협동조합간 협동의 원칙은 세계협동조합운동의 보편적 철칙이다. 반대할 사람도, 반대할 명분도 없다.

먼저, 농협은행 안에 새내기 협동조합을 지원하고 이들과 거래하는 전담부서를 만들어야 한다. 망할 사업계획을 가지고 오는 후배들은 한 수 가르치고 될만한 사업계획을 가지고 오는 후배들은 더 잘되도록 도와야 한다. 후배 협동조합들은 농협은행의 많은 직원들을 먹여살릴 수 있는 잠재 고객이기도 하다.

두번째, 농협이 보유한 협동조합 재무관리 노하우를 공유해야 한다. 협동조합 회계는 주식회사 회계와 90%는 같지만 10%는 다르다. 다른 10%를 경험해본 후배는 거의 없다. 프로그램 공유는 물론이고 사용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국각지의 지역농협들이 지역협의회의 우산을 펴들어야 한다. 그래서, 외롭고 두려워하는 걸음마 협동조합들이 뛸 수 있을 때까지만이라도 보호해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차지하는 영향력과 신뢰를 조금 나눠주고 호의적인 구매자로 나서면 되는 일이다. 후배들은 결코 은혜를 잊지 않을 것이다.

농협에게 천재일우의 기회가 찾아왔다. 주머니에서 손을 빼기만 하면 된다.

김성오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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