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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다양한 우리술, 판로 뚫기 힘들었는데…조합 만들어 술술~”

등록 2012-12-27 19:35수정 2012-12-28 17:13

26일 서울 서대문구의 경기대 부설 ‘수수보리아카데미’ 교육장에 우리 술 장인들과 전문가들이 모였다. 이들은 대한민국 최초의 우리술협동조합(가칭)을 내년 1월 중에 설립할 예정이다.
26일 서울 서대문구의 경기대 부설 ‘수수보리아카데미’ 교육장에 우리 술 장인들과 전문가들이 모였다. 이들은 대한민국 최초의 우리술협동조합(가칭)을 내년 1월 중에 설립할 예정이다.
99%의 경제
‘우리술협동조합’ 만드는 전통술 장인·유통전문가들
강릉 ‘방풍도가’ 장흥 ‘수미지인’…
소규모 전통술 제조업자 등 50여명
‘수수보리아카데미’서 만나 뭉쳐
소매점 유통 등 공동 마케팅 나서
고급 유리병 디자인도 함께 개발
“돈벌면 직원복지·전통주 발전 먼저”

우리 술의 숨은 장인들이 뭉쳤다. 26일 경기대와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서울 서대문구의 우리 술 평생교육기관 ‘수수보리아카데미’의 교육장. 강원도 강릉의 ‘방풍도가’(이기종), 충남 아산의 ‘이가수불’(이상헌), 전남 장흥의 ‘수미지인’(정재철), 부산의 ‘청춘주가’(임정희), 충북 청원의 ‘장희도가’(장정수), 경북 봉화의 ‘법전양조장’(강기호) 등, 우리 술의 고집쟁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내로라하는 우리 술 연구자와 유통 전문가들도 가슴을 맞댔다. 우리술협동조합(가칭) 설립을 추진하는 발기인 모임이었다.

“우리 집이 종가여서 20년 넘게 제 손으로 제주(제삿술)를 빚었어요. 전국의 장인들을 찾아다니며, 우리 술을 두루 배웠고요. 전통 누룩과 물만 써서 프랑스에 뒤지지 않는 최고의 핸드메이드 술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술을 만들어도 혼자서는 제대로 팔 방도가 없어요. 협동조합으로 합치는 게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해요.” 이가수불의 이상헌(56) 대표는 “사실 우리 술은 모든 발효음식의 기본이다. 우리 술 하는 사람들이 뜻을 잘 모으기만 하면, 복합적인 발효음식문화로도 확장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올라온 청춘주가의 임정희(46) 대표는 집 근처 아파트 단지의 상가 공간에서 저비용 고품질의 ‘항아리 막걸리’를 숙성시키고 있다. “항아리 100개에 막걸리를 담고 있어요. 그 정도는 큰 투자 없이 혼자서 할 수 있거든요. 최소한 한달, 길게는 6개월 숙성시킨 막걸리도 있어요. 소매점 유통망은 개인이 뚫기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잖아요. 지금은 박람회 마케팅을 하고 수출 상담도 2건 진행하고 있어요. 협동조합으로 판로만 열리면 얼마든지 항아리 막걸리 생산을 늘릴 수 있어요.”

임 대표는 ‘청춘애’ 브랜드를 붙인 작은 병의 막걸리를 도맷값 8000원(식당가격 1만5000원)의 고가로 판매한다. “협동조합 방식으로 여럿이 힘을 모으면 큰 자본 부담 없이 마케팅을 할 수 있고, 공동브랜드의 막걸리 카페를 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의 국내 막걸리 시장은 일본식 누룩인 ‘입국’을 사용하는 장수막걸리와 개량 누룩을 쓰는 국순당이 70%를 독과점하고 있다. 이가수불이나 청춘주가 같은 소규모 장인 브랜드의 소매유통 진출 길은 사실상 막혀있다. 양질의 전통주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릉 방풍도가의 이기종(60) 대표는 전통의 우리 술에 걸맞은 세련된 용기를 갖추기 위해서도 협동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명절의 고급 한과세트에 우리 술을 넣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요. 값싼 플라스틱 병을 쓰잖아요. 유리병 회사에서는 최소 10만개 단위로 주문을 받아요. 세련된 유리병을 쓰기 위해서도 홍보를 위해서도, 협동조합으로 대응해야 해요. 우리 같은 소규모 양조장 홀로 투자를 감당할 수가 없어요.”

우리술협동조합 설립 아이디어를 처음 꺼냈던 ‘수수보리아카데미’의 조효진 경기대 교수는 “올 추석 무렵부터 뜻을 모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수수보리아카데미와 인연을 맺은 우리 술 장인과 전문가들이 모였어요. 협동조합 설립 필요성에 다들 크게 공감했어요. 고급 유리병 디자인을 개발해 한꺼번에 10만~20만개 대량주문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각자 브랜드의 상표만 따로 붙이면 되지요.” 12년째 와인가게를 운영하는 이정창씨는 “전통주는 와인가게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절 때면 와인가게에서 우리 술을 찾는 수요가 많습니다. 중국의 수출시장에서도 해볼 만할 거고요. 적정 마진만 보장된다면, 와인가게에서 우리 술을 많이 취급할 겁니다.”

우리술협동조합의 조합원 가입신청서를 제출한 이는 지금까지 50여명에 이른다. 그중 20명이 소규모 우리 술 제조업자이다. 막걸리바 운영자들도 여럿 참여하고, 허시명 막걸리학교 교장 같은 이도 뜻을 함께했다. 이들 우리 술 마니아들은 지난해에 협동조합 방식으로 우리 술 음식점을 출범시키는 성공사례도 만들어냈다.

“수수보리아카데미에서 우리 술을 배우고 가르쳤던 13명이 전통주를 품위있게 마실 수 있는 술집을 지난해에 열었어요. ‘물뛴다’라는 발랄한 이름을 붙이고, 각자 1000만~2000만원씩 출자했지요. 그때는 협동조합이 뭔지도 몰랐는데, 그게 바로 협동조합이었지요.” 조 교수는 “‘물뛴다’는 1년 만인 올여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가급적 주주 배당은 하지 않기로 했어요. 돈을 벌면 직원 복지와 전통주 발전에 기여하는 쪽으로 먼저 쓰기로 했거든요. 특별히 배우지 않아도 협동조합 가치가 몸에 밴 사람들이지요.”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의 남재작 팀장도 협동조합 설립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그는 “온오프 매장 운영, 디자인과 홍보, 유리병 구매 등의 공동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허시명 막걸리학교 교장은 “가장 중요한 신뢰를 확보해, 소비자에게는 안전한 술을 공급하고 생산자에게는 안정적인 유통을 보장하는 것이 우리술협동조합의 목표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동조합 간의 협동을 통해, 생협과 농협 매장으로도 판로를 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술협동조합은 내년 1월 중에 설립될 예정이다.

글·사진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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