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진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99%의 경제
HERI의 시선
HERI의 시선
협동조합은 오늘 심으면 내일 꽃을 피우는 속성 화분이 아니다. 2008년 캐나다 퀘벡주의 조사에서, 협동조합 기업의 생존율은 설립 5년 뒤 62%, 10년 뒤에는 44%였다. 주식회사 같은 일반 회사보다는 두배 가깝게 높은 생존율이지만, 협동조합법 제도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좋은 조건에서 나타난 결과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재벌 기업이 동네 빵집까지 집어삼키고, 자영업자가 포화상태인 한국에서 십년 뒤에도 살아남을 협동조합 기업이 얼마나 될까?
국외의 유명한 몇몇 협동조합들을 보자. 스페인의 10대 기업 안에 드는 몬드라곤협동조합이 출범한 것은, 20대 중반의 호세 마리아 신부가 5명의 젊은 노동자들과 함께 ‘울고르’(ULGOR)라는 이름의 초라한 난로 생산공장을 시작한 1956년이었다. 반세기 이상 몇 차례 경제위기와 내부 파업을 힘겹게 겪으며 세계가 주목하는 협동조합복합체 모델이 되었다.
캐나다 퀘벡경제의 주축인 데자르댕 금융그룹은 지금부터 한 세기가 훌쩍 넘는 1900년에 태어났으며, 1890년대에 출범한 네덜란드의 라보방크는 여러 농촌은행들의 통합으로 1972년에 재탄생했다. 이탈리아에서는 파시스트 체제의 탄압을 견뎌낸 레가협동조합연합이 1893년에, 트렌티노의 수많은 지역 협동조합도 이미 19세기 말에 활동을 시작했다. 200만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스위스의 미그로가 개인사업체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것이 1940년이었고, 인도 최대의 유제품 회사인 아물낙농협동조합은 1946년, 그리고 등산장비전문 협동조합인 캐나다의 엠이시(MEC)는 1971년에 설립되었다. 모두 40년 이상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살아남고 명성을 얻었다. 최근 급성장하는 한국의 생협들도 1997년의 구제금융 사태 등 20년 이상의 험난한 가시밭길을 넘어 오늘에 이르렀다.
협동조합은 훌륭한 사회적 가치와 윤리경영을 태생적으로 갖춘 기업이다. 하지만 임직원과 조합원들이 상당한 준비와 경험을 갖추지 못한다면 사업체로서 성공하기 어렵다. 조합원의 출자에 의존하는 자본조달의 한계를 극복하는 어려움에 당장 부닥칠 것이다. 성장하는 협동조합에 대한 대기업의 견제와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해야 하고, 대다수 공무원과 시민사회의 협동조합에 대한 무지에도 대응해야 한다. 사업체 경영에 꼭 필요한 회계와 마케팅 인력의 태부족은 현실적인 장애이다.
어느 한 가지도 녹록지 않은 과제이다. 새롭게 출발하는 한국의 협동조합운동이 특유의 역동성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를 조심스럽게 품어보지만, 압축성장을 통한 ‘한강의 기적’을 바라는 환상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긴 호흡으로 인내하는 시간의 시험대를 통과해야 한다.
김창진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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