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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장례지도사·주방도우미도 모두 조합원…“바가지 쓸 일 없죠”

등록 2012-12-06 19:49

서울 종로구 사직동의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사무실에는 ‘상포계는 상품이 아니라 이웃’이라는 펼침막이 늘 걸려있다. 5일 한자리에 모인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직원들. 맨 오른쪽이 박승옥 대표이다. 김현대 선임기자
서울 종로구 사직동의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사무실에는 ‘상포계는 상품이 아니라 이웃’이라는 펼침막이 늘 걸려있다. 5일 한자리에 모인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직원들. 맨 오른쪽이 박승옥 대표이다. 김현대 선임기자
99%의 경제
법시행 첫날 설립 신고한 ‘한겨레두레협동조합’
“편안하게 믿고 맡길 수 있어서 그게 가장 좋았어요. 바가지 쓰지 않도록 장례지도사분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일이 챙겨주었지요. 장례식장에서 주방 일을 하는 도우미분들도 다 조합원이었어요. 먼저 나서서 음식 비용을 아껴주려고 했습니다.”

올해 2월 한겨레두레공제조합을 통해 어머니 상을 치른 정원균(55·서울 중계동)씨의 말이다. “10월에 장인어른이 돌아가셨을 때, 미리 가입해둔 상조회사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한겨레두레에 상을 맡기도록 했어요. 처갓집 식구들이 모두 만족스러워했지요.”

김영숙(43·경기 고양)씨는 올 3월 어머니 상을 치른 뒤로 한겨레두레의 예찬론자가 됐다. “장례식장에 갔더니 80만~300만원짜리 수의를 내놓더라고요. 한겨레두레가 아니었다면 그대로 바가지를 쓸 뻔했죠. 우리 장례지도사가 오더니 도맷값 6만~7만원짜리를 보여주더군요. 장례식장에서 내놓은 80만원짜리도 비슷한 품질의 중국산이었습니다.”

김씨는 며칠 뒤 시어머니 상을 당했을 때도, 다시 두달 뒤 고모 상을 당했을 때도, 주저 없이 한겨레두레에 연락했다. “장례지도사가 사촌 오빠 같았어요. 가족처럼 걱정하고 챙겨준다는 느낌이 들었지요. 우리 식구들은 다른 사람 만날 때마다 한겨레두레 가입을 권유해요.”

한겨레두레공제조합은 지난해 5월 마을공동체와 시민사회단체 지도자들이 뜻을 모아 시작한 ‘협동조합 상조회사’이다. 발기인으로는 협동조합운동을 이끌어온 박승옥 현 대표와 유영우 논골신협 이사장, 유창복 성미산 마을극장 대표, 이병학 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장, 해외입양인 모국방문을 지원하는 ‘뿌리의 집’ 김도현 원장,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등 60명이 참여했다. 한겨레두레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첫날인 지난 3일 한겨레두레협동조합으로 이름을 바꿔, 서울시에 설립신고서를 냈다. 서울에 이어 앞으로 한두달 사이에 수도권의 인천, 의정부, 부천, 수원과 부산 등지에서 각 지역 단위의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신고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다른 상조회사에서 장례지도사로 일하다 한겨레두레로 옮겨온 박태호 기획실장은 “여기에 와서 내 사고가 180도 바뀌었다. 그전에는 ‘이번 장례에서 얼마나 벌 수 있을까’를 생각했는데, 지금은 ‘우리 상주가 바가지 없이 장례 잘 치르도록 해야지’를 생각한다. 월급만으로 먹고사니 총수입은 줄었지만 좋은 마음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그전 상조회사에서는 상주들과 많이 싸웠어요. ‘(가격) 더 빼달라’고 하고, 저는 ‘못 뺀다’고 버티는 거죠. 비싼 것을 팔아야 그만큼 제 수입이 늘어나거든요. 돈을 많이 못 버는 날이면 짜증부터 나요. 이래저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요.” 실제로 상조회사의 장례지도사들은 100만원대의 월급을 받는 대신, 비싼 장례물품 판매에서 생기는 중개 수수료(커미션)로 그 몇배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승옥 한겨레두레 대표(오른쪽)와 유영우 서울 논골신협 이사장이 11월1일 업무협약을 맺은 뒤 협약서를 펴 보이고 있다. 한겨레두레 제공
박승옥 한겨레두레 대표(오른쪽)와 유영우 서울 논골신협 이사장이 11월1일 업무협약을 맺은 뒤 협약서를 펴 보이고 있다. 한겨레두레 제공
“장례식장서 80만원짜리 수의 내놓자
한겨레두레 장례지도사가 오더니
같은 품질 도매 6만원짜리 보여줘”
상 치른 조합원, 가족같은 대우 만족

다른 상조회사서 온 장례지도사는
“전엔 비싼 장례용품 파는 데 골몰
이젠 상주 장례 잘 치르는 데 집중”
직거래 공동구매로 거품 확 빼

매달 3만원 조합비의 50% 적립
논골신협과 업무협약 맺어 관리
‘웰빙 결혼’ 위한 혼인계도 구상

서울지역의 한겨레두레는 지난해 5월 300명의 조합원으로 시작해, 1년 5개월 만인 올 10월에 조합원 수 600명을 넘어섰다. 신뢰가 쌓이고 협동조합 열기가 확산되면서, 최근 들어서는 조합원 가입이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박승옥 대표는 “12월 한달에만 조합원이 100명은 더 늘어날 것 같다. 내년 초 조합원이 1000명을 넘어서면 사업도 안정 궤도에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신뢰의 결핍이 있는 곳에 협동조합이 생겨납니다. 바가지와 폭리가 고착화된 대표적인 곳이 경조사 쪽이잖아요. 저희는 직거래공동구매 방식으로 거품을 확 뺍니다. 조합원인 상주들이 직접 도매상 물건을 도매가격으로 고르도록 해요. 수의와 관은 6만원짜리가 제일 많이 나갑니다. 음식비 등을 뺀 총비용이 보통 200만~250만원 정도 들지요. 모두 협동조합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지난달 초에는 서울 성북구의 논골신용협동조합과 업무협약을 맺는 등 ‘협동조합 간의 협동’을 통한 적극적인 사업 외연 확장에도 나서고 있다. 한겨레두레는 논골신협에 자금거래를 맡기고, 논골신협은 자기 조합원들의 한겨레두레 가입을 권유한다는 내용이다. 이달 들어서는 생협계의 맏형인 한살림과도 상호협력방안 논의에 들어갔다.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으로 한겨레두레는 협동조합이라는 법인격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임의단체에 불과했고, 조합비 또한 박 대표 개인 이름의 통장으로 거래됐다. “그동안 법인격도 없는 한겨레두레를 믿고 꼬박꼬박 조합비를 납부해 준 분들에게 감사하지요. 이제는 더 안정적으로 사업을 벌일 수 있게 됐어요.”

장례사업에 이어 혼인잔치계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예식장 이외의 옥내외 공간을 여럿 확보해, 결혼 비용을 최대한 줄이면서 서너시간 여유있게 혼례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쪽방촌과 영구임대아파트 단지에서 ‘홀로죽음’을 당하는 노인들의 상을 마을장례로 치르는 사회공헌사업도 서울시와 함께 추진하고 있다.

한겨레두레 조합원 가입절차는 간단하다. 각 지역의 한겨레두레로 연락해, 매달 3만원씩 조합비를 내면 된다. 상을 당하는 그날, 조합에 가입해도 무방하다.(문의전화 02-720-9517)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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