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유럽 협동조합, 고유의 문화에 뿌리내려
우리나라선 어떤 대안 될지 살펴보고파”

등록 2012-11-08 19:39수정 2012-11-08 22:23

유럽 협동조합을 탐방하고 있는 안나현(왼쪽), 추정효씨.
유럽 협동조합을 탐방하고 있는 안나현(왼쪽), 추정효씨.
99%의 경제
‘협동조합 순례’ 나선 추정효·안나현씨
“스페인의 에로스키 생협은 대형 상점을 도심이 아닌 외곽 지역에 세웠더라구요. 도심의 소상공인들을 배려한 것이죠. 자기만 사는 게 아니라 함께 살자는 태도인 것 같아요.” 스물네살 추정효씨와 안나현씨. 올해 국내 대학을 졸업한 두 동갑내기 젊은이가 유럽과 아시아 협동조합 탐방에 나섰다. ‘꿈’ 때문이었다. 추씨는 협동조합을 미래의 업으로 삼을지 고민중이고, 안씨는 협동조합을 통한 개발도상국의 개발 협력에 관심이 많다.

지난 2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만난 이들은 벌써 한달째 유럽 각국의 협동조합을 순례하는 중이었다. 스페인과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의 협동조합을 둘러봤고 ‘국제협동조합 박람회’에 참석하기 위해 영국 맨체스터로 건너왔다. 영국 탐방이 끝나면 곧 인도로 넘어가 개발협력 현장 등을 둘러본 뒤 귀국할 예정이다.

“한국에선 아직 협동조합이 보편적이지 않잖아요. 본고장인 유럽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하고 싶었어요.” 세계 협동조합을 둘러볼 계획은 애초 안씨의 머리에서 나왔다. 안씨가 같은 동아리원인 추씨에게 후원을 부탁했고, 서로 관심사가 비슷한 것을 확인하고 둘이 함께 나서기로 했다. 귀국한 뒤에는 본인들의 경험을 정리해 책으로 정리해 펴낼 예정이다.

각각 400여만원 정도인 여비는 본인들이 아르바이트로 마련했고, 책 출판 비용은 친구와 선후배 등에게 후원을 부탁했다. 십시일반으로 비용을 보태준 후원자들에게는 튼실한 책으로 답례할 생각이다. “우리 여행이 둘만의 것이 아닌 이유예요. 좋은 책을 써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감도 크지만, 그만큼 열심히 둘러보는 동기가 돼요.”

이들이 본 유럽의 협동조합은 어떤 모습일까? “유럽 소비자들은 확실히 공정무역 등 가치있는 소비에 대해 공감하는 수준이 높은 것 같아요. 협동조합의 가치를 의식해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고, 그냥 사람들 삶 속에 협동조합이 깊이 뿌리박혀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이번 박람회에서 협동조합의 여러 가능성을 확인한 것도 성과 가운데 하나다. “영국에서는 ‘더 코오퍼러티브’라는 로고 뒤에 ‘식품’ ‘연금’ ‘노후’ ‘은행’ 등 뭐든지 달고서 협동조합을 하더라구요. 한국은 생협 정도가 유명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것을 협동조합으로 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하지만 유럽의 협동조합을 곧바로 한국에 도입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직접 보니까 생각이 좀 복잡해졌어요.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바스크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고, 이탈리아 볼로냐 지역의 협동조합도 공산주의와 반파시즘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어떤 협동조합이든 고유의 문화에 기반해 발전하고 꽃을 피웠죠. 우리도 우리 문화에 맞는 모델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최근 국내에서 협동조합이 꽤 부풀려져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우리나라에서 협동조합이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어떤 대안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20유로짜리 유스텔에서 자고 값싼 식사로 끼니를 때우는 것이 힘들다. 하지만 책으로만 봤던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은 행복한 경험이다. “기업이 반드시 주식회사여야 한다는 생각, 이것만큼은 협동조합으로 바꿀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두가 힘든 세상에서 협동조합이 완충 작용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맨체스터/글·사진 최현준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자녀 1명당 1억씩…부영그룹 출산장려금 28억 또 지급 1.

자녀 1명당 1억씩…부영그룹 출산장려금 28억 또 지급

또 사이트 터질라…‘힐스테이트 세종 리버파크’ 청약 일정 변경 2.

또 사이트 터질라…‘힐스테이트 세종 리버파크’ 청약 일정 변경

세계 3위 완성차 회사는 ‘백일몽’?…닛산-혼다 합병 중단 3.

세계 3위 완성차 회사는 ‘백일몽’?…닛산-혼다 합병 중단

8년 만에 출시하는 ‘닌텐도 스위치2’…게이머들 벌써 ‘두근’ 4.

8년 만에 출시하는 ‘닌텐도 스위치2’…게이머들 벌써 ‘두근’

‘적자 수렁’에 갇힌 K배터리 5.

‘적자 수렁’에 갇힌 K배터리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