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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이탈리아 협동조합에선 단 1명의 해고도 없습니다”

등록 2012-11-01 19:26수정 2012-11-02 08:38

협동조합 연구의 세계적 석학인 스테파노 차마니(오른쪽), 베라 차마니 볼로냐대 교수 부부가 31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로 플라자호텔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 href="mailto:anaki@hani.co.kr">anaki@hani.co.kr</A>
협동조합 연구의 세계적 석학인 스테파노 차마니(오른쪽), 베라 차마니 볼로냐대 교수 부부가 31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로 플라자호텔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99%의 경제]
‘협동조합 석학’ 이탈리아 볼로냐대 차마니 부부 교수
“경제 어려울 때 협동조합은
해고 아니라 일자리 공유로
위기를 극복…
이탈리아 전체실업률 9%이지만
협동조합이 기업의 3분의1인
에밀리아로마냐주 실업률은
지금도 3%에 머물러…”

“이탈리아 경제가 어렵다지만, 협동조합 기업들에서는 단 1명의 해고도 없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 주의 실업률은 지금도 3%에 머물러 있어요. 협동조합이 전체 기업의 3분의 1이나 되거든요.”

협동조합 연구의 세계적 석학인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의 스테파노 차마니와 베라 차마니 교수(경제학) 부부는 “경제가 어려울 때 협동조합은 해고가 아니라 일자리 공유로 위기를 극복한다”고 강조했다. <협동조합으로 기업하라>를 펴낸 차마니 교수 부부는 다음달 1일로 예정된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을 앞두고 기획재정부와 특임장관실, 재단법인 행복세상의 초청을 받아 한국을 찾았다. 차마니 부부와 31일 오후와 1일 오전 두차례 인터뷰를 가졌다.

-이탈리아 경제사정이 많이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협동조합에선 해고가 없나요?

“(베라) 모든 나라 협동조합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탈리아 협동조합에서는 해고가 없습니다. 단 1명의 해고도 없어요. 가족공동체에 비유하겠습니다. 살림이 어렵다고 4명만 먹고 1명을 굶기지는 않잖아요. 협동조합이 그렇습니다. 5명의 가족 모두 조금씩 소비를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맵니다. 그렇게 위기를 견뎌냅니다. (스테파노) 지금 같은 때는 협동조합 기업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기업들처럼 해고로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 않습니다. 기업의 수익과 조합원 혜택을 먼저 줄입니다. 협동조합 기업들이 경제위기에 강한 이유이죠.”

-실업률도 낮겠군요?

“가족공동체 살림 어렵다고
4명만 먹고 1명을
굶기지는 않잖아요…5명의 가족 모두
조금씩 소비를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맵니다
그렇게 위기를 견뎌냅니다”

“(스테파노) 인구 400만명의 에밀리아로마냐 주는 3%의 낮은 실업률을 유지하고 있어요. ‘해고없는 협동조합 기업들’ 덕분이지요. 에밀리아로마냐는 이탈리아에서 협동조합이 가장 활발한 지역입니다. 이탈리아 전체 실업률은 9%나 됩니다. 특히 남부 지역의 실업률이 아주 높아요. 22~25%에 이릅니다. 그 지역에는 협동조합 기업들이 거의 없어요. 최근 들어 협동조합이 경제위기에 강하고 일자리를 지킨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남부에서도 협동조합을 많이 만들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이 부도 위기를 극복하거나 해고를 회피하는 보편적인 기업형태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스테파노) 여러 나라에서 부도 위기를 맞은 중소기업들이 종업원들의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몇년 전 미국에서는 어메리칸에어라인이라는 대기업이 협동조합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그렇게 부도위기를 넘기고 해고도 피할 수 있었습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책을 펴내는 미국의 세계적인 출판사 노튼(Norton)도 10년 전 쯤 도산위기를 맞아 협동조합으로 전환했어요.” 차마니 부부는 최근 우리나라 대선 정국에서 경제민주화 요구가 분출되는데 대해, “한국의 정치가 건강하다는 증거”라면서 “민주주의가 속성인 협동조합이 경제민주화를 가져오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민주화에서 협동조합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베라) 1인1표의 협동조합은 민주적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생산성을 유지하면서도 사람을 사람답게 대우합니다. 다른 중소기업들과도 수평적 네트워킹으로 협력합니다. 협동조합 기업은 분배 기능도 동시에 수행합니다. (스테파노) 반면, 자본주의 기업은 민주주의에 바탕을 두지 않습니다.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사람을 동물처럼 다루고, 분배와 무관하게 생산만 합니다.”

-우리는 막강한 재벌 체제가 경제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과의 공존이 가능할까요?

“(스테파노) 최근의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대기업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 배웠습니다. 대기업은 자기한테 유리한 법제도를 요구하고, 그게 어렵겠다 싶으면 ‘기업이 부도난다’ ‘공장을 해외로 옮긴다’ ‘대량해고가 불가피하다’면서 정부와 의회를 협박하기 일쑤입니다. 인구 5000만명의 한국 같은 나라에서 너댓개 재벌 기업이 경제를 좌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민주적 원칙에도 맞지 않습니다. 민주정치에서 여러 정당이 필요하듯이 경제에서도 협동조합이라는 다른 기업 형태와의 균형과 공존이 필요합니다. 협동조합은 신뢰에 기반한 사회적자본을 가장 효과적으로 창출합니다. ”

-한국에서는 동네슈퍼와 동네빵집이 몰락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이 영세 자영업자들의 효과적인 자구책이 될 수 있을까요?

“(베라)이탈리아 사례를 들어볼까요. 코나드(CONAD)라는 소매업체들의 협동조합이 있습니다. 동네 슈퍼들이 힘을 합쳐, 공동구매와 공동브랜드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아예 대형 마트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코나드는 벨기에, 스위스, 프랑스, 독일의 협동조합들과 함께 5개국이 참여하는 다국적 협동조합 브랜드도 탄생시켰습니다. 유럽을 협동조합으로 혁신하자는 뜻에서 코페르니쿠스(Copernicus)라고 이름을 붙였어요.”

-협동조합은 경제의 어떤 분야에서 순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요?

“(베라) 노동집약 분야에서 비교우위가 있고 윤리적 경영을 합니다. 소매업 쪽에서는 대규모 협동조합 기업들이 크게 두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스테파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는 신용협동조합이 금융 건전성을 유지하는 대안이라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주었습니다. 최근에는 노인과 어린이 돌봄, 보건의료 등의 복지서비스 쪽에서 협동조합이 가장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사회적협동조합들이지요. 협동조합이 중요한 또다른 이유는 좋은 일자리를 유지하고 만들어낸다는 겁니다. 청년실업이 많은 한국에서 협동조합은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한국에서는 협동조합기본법이 12월부터 시행됩니다. 협동조합 생태계가 약한데, 정부가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스테파노) ‘산이 모하메드에게 가지 않는다면, 모하메드가 직접 산을 올라야 한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협동조합의 문화와 가치를 사람들이 충분히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대학과 지식인들이 큰 역할을 해야 합니다. 또 협동조합이 기업활동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제도와 환경을 세밀하게 정비해야 합니다. 에밀리아로마냐는 협동조합과 시민단체 및 지방정부의 네트워킹을 잘 이뤄낸 성공모델입니다. 한국적인 협동조합 성공모델이 생겨나기를 기대합니다.”

김현대 선임기자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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