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광산구 삼도동 주민들이 지난 19일 낮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는 양촌마을 뒷산 광산구 소유의 밭에서 수확을 앞둔 콩과 수수의 생육 상태를 살피고 있다. 민형배(왼쪽 세번째) 광산구청장은 협동조합 전담팀을 신설하는 등 협동조합 대표 자치구를 만들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광주 광산구 제공
[99%의 경제]
광주 광산구 어르신들 자립형 협동조합
광주 광산구 어르신들 자립형 협동조합
처음엔 소일거리 삼아
노는 뽕밭 개간해
“농사지을 어르신 찾는다” 공고
70~80대 여성 12명 자원
“늙어서 오라는 곳도 없는데…” 30만원 이상씩 출자
내친김에 협동조합 꾸려
“단순히 품삯받는 일자리 아니라
운영주체 돼서 일한다는 것
어르신들에 큰 자긍심” 인근 노인복지관도
사회적기업을 협동조합 전환
50만~100만원씩 출자
시장에 가게 얻어 팥죽가게…두부가게…광주광역시 광산구 삼도동 양촌마을 뒷산 광산구 소유의 땅 1만6529㎡(약 5000평)에는 잡초만 무성했다. 원래는 뽕밭이었지만, 묵혀진 터였다. 삼도동 주민센터 김진학(48·6급) 총괄팀장은 지난해 5월부터 공익요원 2명과 함께 이 땅을 개간하기 시작했다. 김 팀장은 “놀고 있는 땅을 협동농장으로 가꿔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고도 노인 일자리를 창출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에 ‘소일거리 삼아 농사를 지을 어르신을 찾는다’는 공고를 냈다. 70~80대 여성 노인 12명이 협동농장 프로젝트에 자원했다. 이들은 새벽 일찍 밭에 와서 오전 10시까지 일을 했다. 첫해 양파 농사로 1100만원을 벌어 인건비 400만원을 지출했다. 나머지는 종자값·임대료(172만원) 등으로 들어가 남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어르신들에겐 “아직도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존감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정춘매(75)씨는 “늙어서 오라는 곳도 없는데 여럿이 모여 일하면 재미도 있고 운동도 되고 좋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음달 초 콩과 수수를 재배해 광산노인복지관 등에 팔 참이다. 삼도동 주민들은 협동조합을 꾸려 이 농장을 공동 경작하기로 했다. 삼도동 주민자치위원장 최낙용(56)씨 등 주민 6명은 지난 9월부터 광산구가 연 협동조합 학교에 다니며 협동조합을 공부했다. 주민들은 30만원 이상씩 조합비를 출자해 출자자인 노인들이 일하는 ‘농촌형 생산자 협동조합’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최근엔 광산구 수완동 신협 지원으로 비닐집 1983㎡(약 600평)를 마련해 다음달 초 감자를 심기로 했다. 김진학 팀장은 “단순히 품삯을 받는 일자리가 아니라 협동조합 운영의 주체가 돼서 일을 한다는 것이 어르신들에게 큰 자긍심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광산구는 지역경제 공동체 혁신의 지렛대로 협동조합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지난 8월 조직개편을 하면서 자치행정국 안에 주민자치과를 신설했다. 자주·자립·자치라는 기치의 협동조합 도시 건설을 위한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민형배(50) 광산구청장은 “협동조합,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 경제 영역에 예산을 1% 투입하면 지역경제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데는 그 예산의 10배 효과가 날 것”이라며 “협동조합을 구정에 접목하고 도농복합형 협동조합 모델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광산구는 협동조합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교육과 컨설팅 등 덕석을 깔아줄 계획이다. 지난달부터 열린 협동조합 학교는 50명이 정원이었지만, 120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였다. 지난 12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열린 협동조합 학교 강좌 이후 사회복지·문화·교육·생산(효소·목공방·의류소품 제작·농산물 등) 관심 분야별로 4~5개의 학습동아리가 꾸려졌다. 협동조합 학교 수강생 이정환(42·공예 공방 운영)씨는 “가구 제작에 관심 있는 동호회 수준으로는 수익 창출이 되지 않기 때문에 협동조합에 관심을 두고 있다”며 “하지만 곧바로 협동조합을 꾸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광산구는 다음달부터 협동조합 학교 심화과정을 열어 실무내용을 교육한다. 광산구는 앞으로 노인복지와 공동육아, 공동주택 관리 등의 분야에서 협동조합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협동조합기본법과 시행령이 12월1일 발효되면, 5명 이상이면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광산구 노인복지관은 노인들의 출자로 거리 미화 협동조합을 결성해 광산구와 거리 청소 위탁계약을 맺는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으며, 요양보호사 협동조합도 설립해 재가 노인돌봄사업을 할 수 있는 ‘사회적 협동조합’을 설립할 방침이다. 강위원(42) 광산노인복지관장은 “협동조합은 1인 1표라는 원리에 따라 운영되기 때문에 출자자가 주인 의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노인 돌봄 협동조합은 요양보호사들의 열악한 노동조건도 개선할 수 있고 수익금 일부를 활용해 노인복지 서비스 질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광산구 운남동 광산노인복지관은 사회적기업 3곳도 협동조합으로 전환한다. 임종매(63)씨 등 20명은 지난 2월 50만~100만원씩 2000만원을 출자해 월곡시장에 가게를 얻어 팥죽가게 ‘밥상마실’을 열었다. 이 가게에선 출자자 노인 8명이 일을 하고 있다. 또다른 출자자 노인 4명은 월곡시장 한 가게를 무상임대 받아 ‘두부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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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가게 얻어 팥죽가게…두부가게…광주광역시 광산구 삼도동 양촌마을 뒷산 광산구 소유의 땅 1만6529㎡(약 5000평)에는 잡초만 무성했다. 원래는 뽕밭이었지만, 묵혀진 터였다. 삼도동 주민센터 김진학(48·6급) 총괄팀장은 지난해 5월부터 공익요원 2명과 함께 이 땅을 개간하기 시작했다. 김 팀장은 “놀고 있는 땅을 협동농장으로 가꿔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고도 노인 일자리를 창출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에 ‘소일거리 삼아 농사를 지을 어르신을 찾는다’는 공고를 냈다. 70~80대 여성 노인 12명이 협동농장 프로젝트에 자원했다. 이들은 새벽 일찍 밭에 와서 오전 10시까지 일을 했다. 첫해 양파 농사로 1100만원을 벌어 인건비 400만원을 지출했다. 나머지는 종자값·임대료(172만원) 등으로 들어가 남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어르신들에겐 “아직도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존감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정춘매(75)씨는 “늙어서 오라는 곳도 없는데 여럿이 모여 일하면 재미도 있고 운동도 되고 좋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음달 초 콩과 수수를 재배해 광산노인복지관 등에 팔 참이다. 삼도동 주민들은 협동조합을 꾸려 이 농장을 공동 경작하기로 했다. 삼도동 주민자치위원장 최낙용(56)씨 등 주민 6명은 지난 9월부터 광산구가 연 협동조합 학교에 다니며 협동조합을 공부했다. 주민들은 30만원 이상씩 조합비를 출자해 출자자인 노인들이 일하는 ‘농촌형 생산자 협동조합’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최근엔 광산구 수완동 신협 지원으로 비닐집 1983㎡(약 600평)를 마련해 다음달 초 감자를 심기로 했다. 김진학 팀장은 “단순히 품삯을 받는 일자리가 아니라 협동조합 운영의 주체가 돼서 일을 한다는 것이 어르신들에게 큰 자긍심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광산구는 지역경제 공동체 혁신의 지렛대로 협동조합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지난 8월 조직개편을 하면서 자치행정국 안에 주민자치과를 신설했다. 자주·자립·자치라는 기치의 협동조합 도시 건설을 위한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민형배(50) 광산구청장은 “협동조합,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 경제 영역에 예산을 1% 투입하면 지역경제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데는 그 예산의 10배 효과가 날 것”이라며 “협동조합을 구정에 접목하고 도농복합형 협동조합 모델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광산구는 협동조합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교육과 컨설팅 등 덕석을 깔아줄 계획이다. 지난달부터 열린 협동조합 학교는 50명이 정원이었지만, 120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였다. 지난 12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열린 협동조합 학교 강좌 이후 사회복지·문화·교육·생산(효소·목공방·의류소품 제작·농산물 등) 관심 분야별로 4~5개의 학습동아리가 꾸려졌다. 협동조합 학교 수강생 이정환(42·공예 공방 운영)씨는 “가구 제작에 관심 있는 동호회 수준으로는 수익 창출이 되지 않기 때문에 협동조합에 관심을 두고 있다”며 “하지만 곧바로 협동조합을 꾸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광산구는 다음달부터 협동조합 학교 심화과정을 열어 실무내용을 교육한다. 광산구는 앞으로 노인복지와 공동육아, 공동주택 관리 등의 분야에서 협동조합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협동조합기본법과 시행령이 12월1일 발효되면, 5명 이상이면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광산구 노인복지관은 노인들의 출자로 거리 미화 협동조합을 결성해 광산구와 거리 청소 위탁계약을 맺는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으며, 요양보호사 협동조합도 설립해 재가 노인돌봄사업을 할 수 있는 ‘사회적 협동조합’을 설립할 방침이다. 강위원(42) 광산노인복지관장은 “협동조합은 1인 1표라는 원리에 따라 운영되기 때문에 출자자가 주인 의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노인 돌봄 협동조합은 요양보호사들의 열악한 노동조건도 개선할 수 있고 수익금 일부를 활용해 노인복지 서비스 질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광산구 운남동 광산노인복지관은 사회적기업 3곳도 협동조합으로 전환한다. 임종매(63)씨 등 20명은 지난 2월 50만~100만원씩 2000만원을 출자해 월곡시장에 가게를 얻어 팥죽가게 ‘밥상마실’을 열었다. 이 가게에선 출자자 노인 8명이 일을 하고 있다. 또다른 출자자 노인 4명은 월곡시장 한 가게를 무상임대 받아 ‘두부마을’을 운영하고 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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