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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은둔형 외톨이 청소년’에 관한 한 우리가 최고지요”

등록 2012-10-18 19:34수정 2012-10-19 08:33

유자살롱의 직원들이 작업실에 모였다. 왼쪽부터 고서희, 정호경, 이충한(공동대표), 한겨레씨이다.
유자살롱의 직원들이 작업실에 모였다. 왼쪽부터 고서희, 정호경, 이충한(공동대표), 한겨레씨이다.
[99%의 경제]
청소년 음악치유 사업 ‘유유자적살롱’
매주 3차례 오후 내내
기타, 베이스, 드럼, 건반
같이 두들기면서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벌써 6기 배출

처음엔 두려웠습니다
학교서 왕따당하다 자퇴
1년전 살롱에 와 석달…
기타치고 노래 만들 줄 알게 돼
“내게도 하고 싶은 일 생겼지요”

2014년 자립 목표
대표 자신도 한때 ‘무중력 청소년’
사회적기업 인증 2년만에 안착
기본 수입원은 아이들 수강료
20여차례 외부공연으로도 매출

“집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아이들이 참 많아요. 무중력 상태로 방치돼 있지요. 그런 아이들이 석달만에 사람들 앞에 나서서 밴드 공연을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사회적기업이 아니라면 누가 그런 일을 할 수 있겠어요? 마음을 온전히 열고 시간 품을 많이 들여야 하거든요.”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특별한 사업에 도전하는 사회적기업이 있다. ‘유유자적살롱(유자살롱)’을 끌어가는 6명의 사회적기업가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작업을 하며서 ‘은둔형 외톨이’들을 돌보는 사업을 한다. 이충한(36) 공동대표는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서만 지내는 아이들은 교육부 뿐 아니라 대안학교에서도 철저히 버려져 있다”고 말했다. 유자살롱에서는 이 아이들을 ‘은둔형 청소년’ 대신 ‘무중력 청소년’이라는 멋진 이름으로 부른다. 세상에는 발을 못붙였지만, 무한히 열려 있는 아이들이라는 뜻을 담았다.

유자살롱은 석달마다 무중력 청소년 6~8명을 한 기수로 모아 음악을 가르친다. 매주 세차례 오후 내내 기타, 베이스, 드럼, 건반을 같이 두들기면서,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벌써 6기를 배출했다. “아이들이 처음 올 때는 웃지도 않고 모든 게 어색합니다. 3개월 지내면, 사람과 같이 지내는 것을 해내요. 그런 사소한 변화가 대단한 거지요.” 아이들의 담임 노릇을 하는 고서희(26)씨의 말이다. “아이들은 자신이 싫어하는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자존감을 느끼지는 못해요. 여기서는 악기를 다루는 동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잘 하는 일, 좋아하는 일이 생겼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이 대표)

18살의 무중력 청소년 ㅅ군이 유자살롱과 인연을 맺은 것은 1년 전이었다. “학교에서 선생님한테 야단맞고 아이들한테 왕따당하다가 자퇴를 했습니다. 유자살롱에 와서도 처음에는 어울리는 게 두려웠습니다. 그런데 석달을 다니면서 기타를 치고 노래를 만들 줄 알게 됐습니다. 내게도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겼지요.” ㅅ군은 최근 고졸 검정고시를 치렀다. 유자살롱에서 만난 친구들과 밴드 결성도 준비하고 있다. 먼저 유자살롱을 졸업한 아이들이 결성한 5인조 밴드 ‘유자청’은 서울시와 여성가족부 등에서 올 한해에만 15차례 공연을 했다.

2010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유자살롱은 2년만에 지속가능한 사업구조를 갖춰가고 있다. 아직까지 고용노동부의 인건비 지원을 일부 받고 있지만, 올들어 1억1000만원의 자체 수입을 올렸다. 2014년 자립 목표 달성을 자신한다. 유자살롱의 기본적인 수입원은 아이들의 수강료이다. 월 40만원대이며, 취약계층 아이들에게는 무료이다. 직장인들에게 생활음악을 즐겁게 가르치는 ‘직딩예술대학’도 운영하고 있다. 무중력 아이들을 쉽고 재미있게 가르친 경험이 창의적인 음악교육사업의 콘텐츠가 됐다.

유자살롱 사업의 가장 큰 밑천은 사람이다. 이 대표 자신이 한때 무중력 청소년이었고, 동료들도 하나같이 청소년기에 방황한 경험이 있다. “우리는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힘을 갖췄어요, 무중력 청소년에 관한한 우리가 최고이지요.” 음악 역량 또한 상당한 수준급이다. 삼성카드에서 2년 근무한 바 있는 이 대표는 5년 동안 드라마 <연개소문>과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 등의 돈되는 음악을 작곡·편곡한 실력자다. 공동대표를 맡고있는 전일주(31)씨는 대안학교 교사와 공연기획 경력이 있다. 드러머인 정신우(31)씨는 인디음악계의 실력자이고, 기타리스트 정호경(30)씨는 홍대 축제 등의 공연기획 경험이 있다. 보컬을 맡는 한겨레(21)씨는 대안학교를 졸업한뒤 음악강사를 했다. 아이들의 ‘담임교사’ 고씨는 기간제 교사 출신으로, 베이스를 연주한다. 유자살롱 멤버들은 이런 실력을 바탕으로 올해 20여차례 유료 외부공연을 했다. 여수 엑스포 때는 창작공연 ‘바다의 소녀’의 작곡과 음악감독을 맡아 7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사회적기업 하면 열사 정신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그것보다는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처음부터 무중력 청소년 사업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예요. 음악하는 사람들이 먹고 살수 있는 길을 열어보자는 욕구가 더 컸죠. 여러가지 사업을 시도하다가, 지금의 사업으로 귀결됐어요. 저는 지금 일에 만족합니다. 제 인생의 반쪽 목표는 음악이고, 반쪽 목표는 청소년을 돕는 일이었거든요.”(전 대표)

이 대표는 “우리는 음악 좋아하면서 아이들 도와주려는 심성을 가진 실력파 사회적기업가들”이라면서 “올해까지는 기반을 다졌고 내년부터는 돈 버는 일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회적기업 직원들도 최소한 중소기업 정도의 급여는 받아야 한다는게 이 대표의 꿈이다.

글·사진/김현대 선임기자koala5@hani.co.kr

무중력 청소년
국내에는 무중력 청소년(은둔형 외톨이)의 정확한 통계가 없다. 2005년 청소년위원회에서 무중력 청소년의 위험군인 고교생을 전체의 2.3%인 4만3000명으로 추정했던 적이 있다. 무중력 청소년을 위한 치유 프로그램도 없다.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전 직장동료에게 흉기를 휘두른 가해자가 은둔형 외톨이라고 보도되면서 점차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일본의 무중력 청소년에 해당하는 히키코모리는 60만명을 웃돈다. 서유럽에서는 니트(NEET, Not in educationemployment and training)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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