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전북 완주군에서 열린 몬드라곤 협동조합 국제콘퍼런스에서 몬드라곤의 경험을 발표하는 이나시오 이리사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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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 ‘몬드라곤 국제콘퍼런스’ 스페인 몬드라곤대 이리사르 교수 “협동조합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
유연한 협동의 힘으로
그러한 경쟁력 살릴 수 있다“ 지난 2일 전형적인 시골마을인 전북 완주군 고산면의 폐교를 리모델링한 지역경제순환센터가 시끌벅적해졌다. 2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몬드라곤의 경험을 나누고 완주군의 지역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국제콘퍼런스를 열었다. 지역경제순환센터는 완주군의 사회적 경제를 인큐베이팅하는 구실을 맡고 있다. “모든 것이 교육에서 시작됩니다. 몬드라곤을 일으킨 호세 마리아 아리스멘디아리에타 신부님도 ‘공동체 최초의 기업은 학교’라는 유명한 말씀을 남기셨지요.” 몬드라곤대학의 이나시오 이리사르 교수는 ‘교육’을 강조하는 것으로 대화를 풀어나갔다. “지역사회가 발전하자면 지방정부와 연구기관, 기업 사이의 좋은 관계가 구축돼야 해요. 셋 중 하나도 빠질 수 없지요. 특히 열린 혁신이라는 점을 놓고 보면 대학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몬드라곤 협동조합에는 1개의 대학과 14개의 기술센터, 9개의 직업훈련센터를 거느린 지식부문이 별도로 설치돼 있다.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존재 이유는 일자리 창출이다. 몬드라곤의 250개 기업들 또한 시장에서 경쟁하기에, 얼마나 돈을 벌었는가로 경영의 성패를 평가받는다. 하지만 돈을 버는 궁극적 목적은 조합원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있다. “최근 금융위기가 심해지면서 건설과 가전 쪽 기업들은 평상시 급여의 80%만 지급합니다. 그래도 실업 사태로 가지는 않습니다. 실적이 부진한 기업의 이사들도 이사직에서 쫓겨나지만 일자리는 유지합니다. 다른 직책을 맡게 되지요.” 이리사르 교수는 “몬드라곤의 성장 초기 20년 동안 내부의 은행이 중요한 구실을 했다”고 말했다. 협동조합 기업들이 버틸 수 있도록 저금리로 자금을 공급했던 것이다. 지금은 정부 규제로 저금리 특혜가 불가능해졌지만, 몬드라곤은 3개의 공동투자기금을 조성해 어려움에 처하거나 신규투자를 진행하는 협동조합 관계사들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몬드라곤에서는 사람이 동등하고 윗사람을 위해서 일하지 않는다”고 민주주의 1인1표 원칙을 내세우면서도, “협동조합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이라는 점을 거듭 말했다. “가격, 품질, 서비스 중 어느 하나에서 영리기업보다 뛰어난 역량이 있어야 한다”는 엄혹한 현실을 강조하면서 “유연한 협동의 힘으로 그러한 경쟁력을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함께 전했다. 토론에 나선 임경수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장과 이현민 전북협동조합연대회의 준비위원은 “몬드라곤 같은 협동조합의 경험이 우리에게는 불가능할 것 같았던 다른 가치와 다른 세상을 열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협동조합 방식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권요안 전주의료생협 이사는 “10년 동안 경영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국 협동조합 또한 기업이고 조합원의 힘으로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며 “이제는 협동조합을 디자인한 사람들이 지나친 환상을 심는 것을 오히려 경계해야 하고 실패 사례도 공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완주/글·사진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자신이 농사지은 감을 따서 건네는 국영석 조합장.
농민들 계약가 9천원에 들고왔다
“농민과 상호 신뢰 형성된 것”
6년만에 사업규모 3배로 껑충 ‘기적’ 올해 6월 전북 완주군 고산면에서는 ‘기적’이 일어났다. 74명의 양파 농가들이 수확한 전량을 고산농협에 맡겼다. 당시 20㎏들이 망에 담은 양파의 시중 시세가 1만2000원까지 폭등한 상황. 농민들과 고산농협이 1년 전 파종기에 계약한 가격은 9000원에 불과했다. 농민들이 1망에 3000원의 큰 ‘손해’를 보면서 농협에 양파를 넘긴 것이다. “지난해에도 시세보다 계약가격이 낮았지만 농민들이 양파를 맡겨 주었어요. 대신 농협에서는 잘 팔아서 남은 이익금을 연말 배당금으로 농민들에게 모두 돌려주었습니다. 당장은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농협에 맡기는 게 결국에는 득이라는 상호 신뢰가 형성된 거지요.” 국영석(51) 조합장의 말이다. 고산농협에서 취급하는 양파 물량은 2007년 5000망에서 올해 10만망으로 급증했다. 국 조합장은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의 이사장으로 2일 열린 ‘몬드라곤 국제콘퍼런스’도 직접 주관했다. “몬드라곤 협동조합 또한 사람의 신뢰 확보에서 출발했다”며 “협동조합의 선한 바이러스의 기운이 완주 지역 곳곳으로 퍼져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산농협의 무항생제 한우와 친환경 쌀 등은 생협, 학교급식, 군납 같은 안정적인 공급처로부터 대환영을 받고 있다. 농협과 농민 간의 믿음이 쌓이면서, 품종부터 파종과 저장·유통에 이르기까지 가장 안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덕이다. 완주의 27개 학교, 서울 서대문구의 168개 어린이집과 학교, 대전의 120개 어린이집에서는 고산농협의 친환경 쌀을 시중보다 더 비싼 값으로 사가고 있다. 좋은 값을 쳐주는 아이쿱생협과는 돈독한 신뢰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생산자는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고, 소비자는 생산의 가치를 존중해 가격을 지지한다는 협동조합 상호존중의 기풍을 이뤄냈지요.”(국 조합장) “집이 어려워 초등학교밖에 다니지 못한 것을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해요. 지금도 제 사고가 열려 있잖아요. 17살 때 고산성당에 계시던 문규현 신부님을 만나 가톨릭농민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눈을 뜨게 됐어요.” 관리 대상이던 고산농협은 2005년 국 조합장이 취임하면서 상전벽해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당시 142억원에 불과하던 경제사업 규모가 지난해엔 513억원으로 3배 이상 불어나고, 직원도 36명에서 75명으로 늘어났다. 친환경농업단지는 154㏊에서 500㏊로 3배 이상 확대됐다. 전국의 면단위 농협으로는 견줄 상대가 아예 없다. “이제 고산에서는 ‘농협 놈들’이라는 소리가 사라졌어요.” 국 조합장은 도시의 농협들과 ‘협동조합 간의 협동’을 하면, 전체 농가의 소득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도시 농협이 시골 농협과 협력해 직거래 매장을 여는 겁니다. 몬드라곤에서도 250개 기업이 철저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사실을 잘 새겨야 합니다.” 국 조합장의 협동조합 운동은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달 우리 농업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대산농촌문화상의 21회 수상자로 선정됐다. 완주/글·사진 김현대 선임기자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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