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옥 한겨레두레공제조합연합회 대표
[99%의 경제]
HERI의 시선
HERI의 시선
사람은 본디 사회적 동물이다. 무리를 이루어 함께 살지 않으면 혼자서는 결코 살 수 없다. 로빈슨 크루소는 이미 사회적 인간으로 교육을 받은 성인이었기에 무인도에서도 살아갈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인도의 늑대소녀는 성인 여성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결국은 늑대로 죽었다. 오직 이윤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자본주의는 이런 사회와 공동체를 철저히 해체시켜 버리고, 파편화되고 고립된 개인들만 존재해야 유지되는 매우 기이한 경제체제이다. 물론 이런 자본주의의 영리회사들조차 노동자들의 협동과 협업이 없으면 어떤 상품도 생산해내지 못한다.
모든 공동체와 협동조합은 결핍의 공동체, 결핍의 협동조합이다. 결핍이 있기에 사람들은 서로 상부상조해서 그런 결핍을 극복해낸다. 그런데 자본주의는 상부상조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는,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체제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사람들을 오직 만인의 만인에 대한 경쟁 속으로 몰아넣었다. 이런 자본주의의 풍요는 지속불가능하다. 무엇보다도 대량생산-대량소비 체제를 가능케 한 값싼 에너지와 천연자원이 모조리 고갈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협동조합 경제의 시대가 열렸다. 누구나 경쟁과 전쟁 대신 협동과 평화의 경제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경제 영역에서부터 협동조합이 영리회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답은 지극히 간단하다. 다름 아닌 무엇인가 결핍된 곳에서부터이다. 먹을거리의 안정성과 신뢰가 결핍된 곳에서 한살림생협을 비롯한 한국의 생협운동이 성장할 수 있었다.
극도로 신뢰가 무너지고 결핍된 곳이 또한 장례산업과 예식산업이다. 장례산업은 극단적으로 상업화되어 온갖 리베이트와 불법·탈법 바가지 상혼이 난무한다. 장례산업의 복마전 실태는 그동안 숱하게 언론에 보도되었음에도 여전하다. 상조회사에서 제공하는 여러 상품의 종류는 전혀 의미가 없다. 값싼 30만원짜리 수의를 구입하는 상주들은 거의 없다. 가시는 길이나마 잘 모시겠다는 상주와 가족들의 심리는 상조회사나 장례식장이 추천하는 50만~70만원짜리 수의를 구입하게 만든다.
70만원짜리라고 하지만 30만원짜리 수의와 품질은 거의 같고 둘 다 원가는 5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여기에서 상조업계 용어로 ‘추가’라고 불리는 차액 40만원은 상조회사나 장례지도사의 수입으로 들어간다. 납골당 리베이트만 해도 1기당 보통 50만원 이상이다. 한겨레두레공제조합 상포계가 이런 각종 리베이트와 바가지를 없애고 직거래 공동구매의 협동조합 방식을 적용한 결과 수도권에서는 최소 200만~300만원 이상의 장례식 비용이 절약됐다.
1994년만 해도 집에서 장례식을 지내는 가구가 72.2%에 달했다. 2005년에는 그 비율이 6.9%로 급속히 줄어들었다. 공동체의 해체가 단 10년 만에 이렇게 애경사 문화를 상업화시킨 나라는 없다. 병원에 장례식장이 있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지금 한국 젊은이들의 고향은 병원이다. 이들은 병원에서 태어나 병원에서 죽는다.
예식산업은 장례산업보다 더한 복마전이다. 한겨레두레공제조합이 혼인계를 기획하면서 새삼 깨닫는 사실은 간명하다. 신뢰를 바탕으로 상부상조하는 협동조합이 대안이다.
박승옥 한겨레두레공제조합연합회 대표
<한겨레 인기기사>
■ 이명박·오세훈 시장때 임원 20% ‘한나라 경력’
■ 방위사업청 “중소기업 육성제도” 홍보했는데…방위산업 지원금 80% 대기업 독식
■ 이대호 귀국 “올시즌 점수는 50점”
■ 불산 검출 미미?…환경부 “안전하다”, 주민들 “못믿겠다”
■ 싸이-김장훈 ‘화해 러브샷’
■ 대학 다녔다고 손가락 잘리고… 결혼지참금 문제로 300명 피살…
■ [화보] 고귀한 우리땅 ‘독도’사진전
■ 이명박·오세훈 시장때 임원 20% ‘한나라 경력’
■ 방위사업청 “중소기업 육성제도” 홍보했는데…방위산업 지원금 80% 대기업 독식
■ 이대호 귀국 “올시즌 점수는 50점”
■ 불산 검출 미미?…환경부 “안전하다”, 주민들 “못믿겠다”
■ 싸이-김장훈 ‘화해 러브샷’
■ 대학 다녔다고 손가락 잘리고… 결혼지참금 문제로 300명 피살…
■ [화보] 고귀한 우리땅 ‘독도’사진전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