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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마을기업·생협·도서관…주민 연대로 ‘자생적 발전’ 꿈꾼다

등록 2012-09-20 19:59수정 2012-09-21 11:40

지난 18일 오후 충남 홍성군 한국폴리텍대학 홍성캠퍼스에서 열린 ‘2012 홍성협동사회경제포럼’ 첫번째 강의에서 주민들이 박진도 충남발전연구원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충남 홍성군 한국폴리텍대학 홍성캠퍼스에서 열린 ‘2012 홍성협동사회경제포럼’ 첫번째 강의에서 주민들이 박진도 충남발전연구원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99%의 경제]
충남 홍성 홍동면서 일구는 ‘사회적 경제 생태계’
쌈짓돈 모아 세운 ‘밝맑도서관’
유기농 식품 파는 ‘갓골 가게’
폐업 술집 개조 ‘동네마실방 뜰’
농생태원예조합 ‘가꿈’ 만들어

#지난 18일 오후 충남 홍성군 한국폴리텍대학 홍성캠퍼스. 이 지역에서 일하는 농부, 시민단체 활동가 등 주민 4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지금은 사회적 경제를 이야기할 때’를 주제로 한 2012 홍성협동사회경제포럼 첫 시간이었다. 강의에 나선 박진도 충남발전연구원장(충남대 교수)은 “기업이나 공장을 외부에서 유치해오는 게 아니라 지역이 가지고 있는 힘으로 스스로 발전하자는 게 ‘내발적 발전’”이라며 “농업·농촌이 살지 않고는 지역발전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 모여 앉은 이들의 한결같은 목표는 “경쟁을 넘어 연대와 호혜의 가치에 입각한 자조적 협동사회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충남 홍성군 홍동면 지역화폐 운영모임 주민들이 지난 2월 경기도 안산의 지역화폐 운영사례를 견학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충남 홍성군 홍동면 지역화폐 운영모임 주민들이 지난 2월 경기도 안산의 지역화폐 운영사례를 견학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돈이 돈을 버는 시장만능주의식 경제는 이제 안 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사회적 경제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 경제는 지역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목적으로 생산·교환·분배·소비가 이루어지는 경제체제를 이르는 말이다. 특히 오는 12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과 맞물려 사회적 경제로 ‘공동체의 체질’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충남에서는 홍성군이 사회적 경제 만들기에 가장 적극적이다. 특히 홍동면 일대는 1958년 문을 연 풀무학교를 중심으로 친환경 유기농법과 협동조합이 일찍이 뿌리내린 곳으로, 사회적 경제를 일구는 바탕인 주민자치가 활발하다. 지난해 10월 홍동면 운월리에 들어선 밝맑도서관은 5년 동안 주민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 4억7000여만원이 종잣돈이 됐다. 도서관 옆에 있는 풀무생협 ‘갓골 작은 가게’에서 파는 빵과 과자, 유기농 식품들도 모두 주민들이 손수 만든 것이다. 지난해 3월에는 폐업하게 된 술집을 주민 120여명이 1900만원을 함께 출자하고 내부 수리도 직접 도맡아 ‘동네마실방 뜰’로 탈바꿈시켰다. 뜻있는 사람 4명이 모여 만든 농생태원예조합 ‘가꿈’은 지난해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열린 세계유기농대회에서 충남지역 부스를 꾸미는 데 핵심 역할을 하기도 했다. 홍동면의 알곡 같은 사례가 널리 알려지면서 해마다 전국에서 2만여명이 이곳을 찾고 있다.

지난 2월7일 열린 충남 홍성군 홍동면의 마을활력소 준공기념식에서 농악패들이 흥겨운 축
하공연을 하고 있다.
지난 2월7일 열린 충남 홍성군 홍동면의 마을활력소 준공기념식에서 농악패들이 흥겨운 축 하공연을 하고 있다.

‘홍성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위해
‘마을활력소’ 만들어 산파 맡아
지역내 농업생산품 가공·소비 등
공동체 전체 이익 위한 경제 지향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홍성지역 주민들은 홍동면의 노력을 군 전체로 확산하기 위해 다음달 기관·단체 23곳이 힘을 합쳐 ‘홍성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를 꾸리기로 했다. 네트워크는 사회적기업과 마을기업은 물론 소비자생협과 의료생협, 신협,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연구자 등을 모두 아우르게 되며, 내발적 발전을 위한 ‘착한 내부거래’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지역센터 ‘마을활력소’가 산파 몫을 맡아 네트워크 출범 준비에 한창이다. 마을활력소는 지역 곳곳의 구슬 같은 조직·단체가 잘 운영되도록 엮어내고 중간지원을 하기 위해 2010년 12월 만들어졌다. 박상우 마을활력소 사무처장은 “조금 더디더라도 차근차근 주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하지만 네트워크 출범도 아직 시도 단계인 만큼 지나치게 미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몇몇 사람이 앞에서 끌고 가는 게 아니라 나눔과 연대, 협력을 바탕으로 주민 모두가 함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이들은 지난 18일 첫 포럼을 시작으로 다음달 네트워크 출범 전까지 사회적 경제와 협동조합, 국내외 사례 등의 정보를 함께 나눌 참이다. 출범 이후에도 ‘지금은 사회적 경제로 시작할 때’와 ‘지금은 협동조합을 경영할 때’를 주제로 포럼을 이어간다.

정상진(39) 홍성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 준비위원장은 “주민들이 그동안 지역의 기관과 단체 등을 아우르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점을 줄곧 고민해왔다”며 “시골 구멍가게가 망하고 편의점 간판이 늘어가는 기형적 현실에서 네트워크가 꾸려지게 되면 이 지역 농업 생산품을 가공하고 소비하는 지역민들 간의 ‘내부 거래’가 활발해지고 외부 자본에도 덜 의지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홍성유기농영농조합법인 대표인 정 위원장은 “처음엔 시행착오도 겪겠지만 2~3년 지나면 여러 사업도 공유하고 안정화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홍성/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사진 갓골마을사진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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