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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1년 씨름해서 매장 판매까지…너무 대견하고 기뻐요”

등록 2012-09-06 19:33수정 2012-09-06 22:46

여성민우회생협의 서울 동북지역 삼총사 조합원이 지난 4일 손노동으로 만든 봉제 소품을 들고 활짝 웃어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남은선, 길경미, 김양순씨. 이들은 올해 말에 노동자협동조합 ‘감좋은 공방’을 정식 출범시킬 예정이다.
여성민우회생협의 서울 동북지역 삼총사 조합원이 지난 4일 손노동으로 만든 봉제 소품을 들고 활짝 웃어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남은선, 길경미, 김양순씨. 이들은 올해 말에 노동자협동조합 ‘감좋은 공방’을 정식 출범시킬 예정이다.
[99%의 경제]
여성이 행복한 작은 협동조합들
서울 방학동 ‘감좋은 공방’
골목안 3층건물 꼭대기 골방
6명이 100만원씩 출자
벼룩시장서 반응좋아 용기
1년만에 ‘행복중심’ 매장 입성

첫 주문이다.

앞치마 120개, 발매트 100개, 방석 60개, 파우치 100개, 주방장갑 150세트, 주방발판 50개. 7일까지 물류창고에 입고를 마쳐야 한다. 미싱을 돌리는 여성 삼총사의 손놀림이 자꾸 바빠졌다. 이제 ‘감좋은’ 브랜드를 내건 ‘내 작품’이 상설매장에서 팔린다.

“여성민우회생협이 운영하는 수도권의 ‘행복중심’ 매장에서 10일부터 우리 봉제 소품이 판매됩니다. 생협에서 취급하는 생활제품으로 정식 채택된 거죠. 1년 씨름해서 여기까지 왔어요. 우리 자신이 너무 대견하고, 기뻐요.” 맏언니 김양순(53·도봉구 창동)씨의 ‘자랑’이 멈출 줄 몰랐다. 여성민우회생협 조합원들이 창업한 서울 도봉구 방학동의 ‘감좋은 공방’ 작업실을 지난 4일 찾았다. 골목 안쪽의 허름한 3층 건물 꼭대기 골방이었다.

“야근하기를 밥 먹듯 했어요. 수입이래야 벼룩시장 열어 10만~20만원씩 두어 차례 나눠가진 게 전부였어요. 그래도 꿈이 있었기에 즐거웠습니다. 이번 매출 300만원은 아주 소중합니다. 안정적인 판로가 생긴 거죠. 월급 50만원을 가져가는 것이 올 연말까지의 1차 목표예요.” 남은선(41·강북구 인수동)씨는 봉제 디자인 회사 10년 경력 출신의 실력자다.

“너무 기쁘고 재미있어요. 지난 7월 벼룩시장에서 원피스를 내놓았는데, 반응이 좋았답니다. 여기에서 봉제를 처음 해봤는데, 나한테 이런 소질이 있는 줄 정말 몰랐거든요. 이제 평생 할 수 있는 ‘내 일’을 찾았어요.” 길경미(45·노원구 중계동)씨는 주말에도 틈만 나면 일터로 나온다. 내 옷을 직접 해입고 선물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20대의 막내 김정현씨는 마침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자리를 함께하지 못했다. 당분간은 1주일에 이틀만 같이 일하기로 했다. 사업이 자리잡혀 제대로 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되면, 김씨도 ‘감좋은 공방’의 전업 일꾼이 될 것이다.

‘감좋은 공방’은 올해 1월에 협동조합준비모임으로 발족했다. 여성민우회생협의 조합원인 ‘사총사’와 운영위원으로 동참한 생협 간부 2명이 100만원씩 출자했다. 지금까지 외부지원을 한푼도 받지 않았다. ‘감좋은 공방’ 사업의 최초 제안자는 맏언니 김양순씨였다.

“지난해 5월쯤이었요. 생협 조합원끼리 수다를 떨다가, 여성들이 좋아하는 옷이나 침구를 손노동으로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꺼냈어요. 여성 생협의 장점을 살려보자는 생각이었죠. 생협 매장에서 먹거리만 팔라는 법은 없잖아요. 당장 6월부터 재봉틀을 빌려 옷 만들기를 시작했지요. 그때그때 벼룩시장을 열어 우리 물건을 팔았는데, 반응이 좋아 용기를 냈습니다.”

‘감좋은 공방’은 조합원들이 입지 않는 헌 청바지를 모아 재활용 옷감으로 쓴다. 안감으로는 몸에 좋은 천연 재료를 사용한다. 우선은 봉제 소품을 내놓았지만, 앞으로 통치마와 통바지로 인기몰이를 해볼 작정이다.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 건강에 좋고 디자인도 예쁜 옷 입는 문화를 열어간다는 것이 이들의 꿈이다. 과대 광고 거품과 비싼 임대료 부담이 없으니, 생산자는 제값 받고 소비자는 착한 가격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대형마트에서 1개에 1만원 하는 주방장갑을 3개 묶음세트로 1만5000원 가격을 붙였다. ‘감좋은 공방’은 올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되면, 노동자협동조합으로 법인 등록을 할 계획이다.

엄마와 아이가 다함께 행복한 세상을 추구하는 ‘다행’ 모임의 회원들이 각자 가져온 도시락을 나눠먹으며 즐겁게 수다를 떨고 있다.
엄마와 아이가 다함께 행복한 세상을 추구하는 ‘다행’ 모임의 회원들이 각자 가져온 도시락을 나눠먹으며 즐겁게 수다를 떨고 있다.
바로 아래층 ‘다행’
엄마 조합원 10여명 모임
한달에 두차례 물물교환 장터
요리나 미술놀이 프로그램
아이들은 또래 친구 어울려

‘감좋은 공방’의 바로 아래층에서는 ‘여성이 행복한’ 또다른 협동조합의 싹이 자라고 있었다. 여성민우회생협의 엄마 조합원 10여명이 꾸리는 ‘다행’ 모임이었다. ‘엄마와 아이가 다 같이 행복하자’는 취지로, 한달에 두차례 만나 도시락을 나눠먹은 뒤 물물교환 장터를 열고 요리나 미술놀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기자가 방문한 이날 물물교환 장터에서도, 엄마들은 챙모자와 원피스, 신발. 머리띠, 청소도구 등 각자 쓰던 물건을 제비뽑기로 즐겁게 나눠가지고 있었다.

‘다행’ 모임을 이끌고 있는 김수화(40·도봉구 방학동)씨는 “여성민우회생협의 협동복지기금 200만원을 지원받아 지난해 9월부터 모임을 시작했다”며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또 엄마들은 엄마들대로, 친구를 만나고 마음을 나누는 만남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참 좋다”고 말했다. 장재현씨는 “16개월 된 우리 아이가 또래 친구와 함께 어울리면서 성격이 좋아지고, 엄마 친구들과 만나면서 내 삶도 풍성해졌다”고 말했다. ‘다행’은 장차 공동육아 협동조합으로 발전시켜나간다는 꿈을 갖고 있다.

여성민우회생협의 김연순 회장은 “사람들의 필요를 서로 모여 해결하자는 게 협동조합”이라며 “감좋은 공방은 20대부터 50대 여성이 힘을 합쳐 손노동으로 꼭 필요한 옷을 공급하는, 훌륭한 협동조합 사업모델”이라고 말했다. 또 김 회장은 “‘다행’ 모임에서는 엄마들이 함께 만나 아이 기르는 법을 서로 배우고, 집에서 쓰던 물건을 나눈다”며 “우리 생협이 그러한 협동조합의 싹을 계속 발굴하고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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