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 함께 일하는 세상의 몇몇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함께 일하는 세상 제공
[99%의 경제]
대기업 자회사 인수한 사회적기업가의 도전기
대기업 자회사 인수한 사회적기업가의 도전기
▶이철종(38)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회적기업가다. 10년 전 자활센터의 청소부 3명과 세운 ‘함께 일하는 세상’(함세상)은 직원 200명이 넘는 경쟁력 있는 청소 기업체로 뿌리를 내렸다. 2008년에는 겁없이 대기업의 청소 자회사를 인수하는 도전에 나서기도 했다. 이 대표는 협동조합에서 새로운 미래를 보고 있다.
‘함께 일하는 세상’ 이철종 대표
2003년 직원 4명 주식회사 설립
승합차에 청소도구 싣고
아파트단지 돌며 전단지…
지금은 직원 220명·자회사 4개 월급여 100만원
처음부터 협동조합 방식 운영
동종업계보다 월급 10~20% ↑
근로조건 나아지면서
생산성·품질 좋아지는 ‘기적’ 2009년 웅진 자회사 인스케어 인수
이듬해 7억 적자…자본 잠식
피말리는 구조조정으로
위기 넘기고 지난해 흑자
“수업료, 엄청 치렀습니다” ‘사회적기업 함께 일하는 세상’(함세상)의 이철종(사진) 대표는 착한 기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큰 별이다. “2002년 경기도 시흥의 자활센터에서 간사로 일할 때였죠. 2003년까지는 정부 지원을 보장받고 있었지만, 그래 봤자 청소 사업에서 일하는 직원 1명의 월매출이 20만원 안팎이었거든요. 정부 지원 끊어지면 모두 주저앉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죠.” ‘독립’의 뜻을 세운 이 대표는 2003년에 직원 4명의 함세상을 주식회사로 설립했다. 협동조합은커녕 사회적기업도 없었기 때문에 주식회사 형태를 빌릴 수밖에 없었다. 승합차에 청소도구를 싣고 아파트단지를 돌며 전단지를 붙였다. “모두 절박한 심정으로 일을 했어요. 청소 품질이 올라가고 신뢰가 쌓이면서, 공공기관과 병원에서 일감이 들어오더군요.” 사업이 풀리면서, 그전 자활센터의 직원들을 불러들여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주 40시간 노동과 초과근로수당과 같은 근로기준법 조항은 철저히 지켰다. 지금은 직원 220명, 연매출 50억원, 자회사 4개의 사회적기업을 정부 지원 없이 끌어나가고 있다. 취약계층 직원이 절반 이상인데도, 동종 업계보다 10~20% 높은 월 100만원선의 급여를 지급한다. ‘함세상’은 더 짧은 시간 일하고 더 많은 급여를 지급하는, 사회적기업의 성공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처음부터 협동조합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했습니다. 근로기준법을 다 지키고도 남으면 이익 창출하고, 그게 안 되면 적자를 감수한다는 원칙을 지켰습니다. 이익을 얼마 내겠다는 목표를 정해놓고, 그에 맞춰 급여를 책정하는 영리기업과는 전혀 달랐지요. 이윤을 가져가는 기업주가 없으니, 그만큼 고스란히 직원들의 주머니로 돌아간 셈입니다.” 근로조건이 나아지면서, 생산성이 높아지고 서비스 품질이 좋아지는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시장에서 브랜드를 인정받으면서 용역비도 다른 업체보다 10~20% 더 받을 수 있게 됐다. 제대로 서비스하고, 제값 받고, 직원들에게 제대로 돌려주는 구조가 정착돼간 것이다. 이 대표는 “칭찬을 받기엔 많이 부끄럽다”고 했다. “아직도 근로기준법의 하한선을 겨우 맞춰내는 정도이지, 처우와 복지에서 갈 길은 아주 멀다”고 털어놓았다. 잘나가던 함세상은 2009년에 웅진그룹 계열의 홈클리닝 자회사 인스케어를 인수했다. 청소 시장을 선도하는 사업체가 되어 보자는 의욕이 넘쳤다. “기관 위주의 영업에서 가정 청소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자는 생각이었죠. 하지만 한달 적자가 1억이 넘던 영리회사를 끌고 가기에는 우리의 힘이 너무 부쳤습니다.” 함세상은 인수 이듬해인 2010년 한해에 무려 7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3억원대의 누적흑자를 한순간에 날리고 2억5000만원의 자본금도 완전 잠식당했다. 80명이 넘던 인스케어 본사 직원을 25명으로 줄여 22개의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분화하는 피말리는 구조조정으로, 겨우 최악의 위기를 넘겼다. 인스케어는 지난해 5000만원의 소폭 흑자로 전환했다. “수업료, 엄청 치렀습니다. 그래도 기회가 생기면 또 도전해야죠.” 함세상은 수원의 본사(함세상)를 비롯해, 경기 시흥(우리누리)과 부천(파랑새야), 서울 서대문(한누리)에서 4개의 브랜드로 청소용역 사업을 벌이고 있다. 5년 뒤까지 각 지역에 뿌리를 둔 자회사를 모두 10개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새 자회사는 모두 협동조합으로 설립할 겁니다. 처음부터 협동조합 기업문화를 키워나가는 거죠. 이미 주식회사 문화에 젖은 기존 회사들은 차근차근 협동조합으로 바꿔나가야죠.” 10년의 성공과 좌절을 겪은 젊은 사회적기업가는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이란 것도 삶의 팍팍함에 찌들어 있는 소시민들과 함께 잘살고 잘 먹는 길을 찾아보자는 것일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같이 성장하지 않고 나만 독식하면 결국 주변이 취약해지고, 경제 전체의 성장동력이 사라집니다. 혼자서 열을 성장하는 게 아니라 열명이 하나씩 성장하는 지역 중심의 성장모델을 찾아야 합니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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