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살림의원의 이세원 간호사, 추혜인 원장, 그리고 살림의료생협 조합원들.
[99%의 경제]
서울 역촌동에 조합원 7백명
3억7천만원 모아 빚없이 출발
‘내 병원’서 의사와 수다떨듯 ‘여성주의’(페미니즘) 기치를 내건 의료생협 의원이 처음으로 탄생했다. 서울 은평구 역촌동 구산역 근처 빌딩에 자리잡고 지난 20일 첫 진료를 시작한 ‘살림의원’이다. 추혜인(34) 원장은 “처음에는 20~30대 비혼 여성주의자들이 모여 여성주의 의료공동체를 꿈꿨는데, 점점 지역 건강공동체를 잘 꾸려가는 것이 여성주의의 실천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살림의원을 운영하는 살림의료생활협동조합의 조합원은 700여명. 여성주의의 범주를 지역 주민들로 넓히면서, 조합원 이 쑥쑥 늘어났다. 앞으로 치과도 개원할 생각이다. 꿈을 꾸고 뜻을 모아 실행에 옮기는 데까지 4년의 시간이 걸렸다. 텃밭가꾸기와 운동 같은 소모임부터 먼저 꾸렸다. 아프기 전에 건강을 지키고 삶을 바꾸기 위한 마을 건강공동체의 실천을 한 셈이다. 진료과목은 가정의학과다.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동네병원이라는 의료생협 정신 그대로 ‘마을 주치의’를 실천한다. 조합원이라면 아이부터 노인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건강상담과 치료를 받고 호르몬 요법, 예방접종은 물론이고 암 검진도 가능하다. 하루 10~30명의 환자가 찾는 이곳엔 ‘3분 진료’라는 것도 없다. 의료진은 환자를 주눅들게 하지 않는다. 환자들은 ‘내 병원’에서 의사와 수다 떨듯 질문하고 자세한 설명을 듣는다. 의사는 항생제를 무조건 안 쓰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 조금 몸이 나아진다고 함부로 약을 끊으면 안 되는 이유도 설명해준다. 개인별 ‘맞춤 진료’도 가능하다. 기존 병원에서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건강상 비밀이나 염려도 이곳에서는 자연스럽게 얘기가 오갈 때가 많다. 이런 진료가 가능했던 건 병원 설립 때부터 수익창출에서 자유로운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이 모은 출자금은 3억7000만원, 빚은 한 푼도 없다. 큰 부자가 아니고선 한국 사회에서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추 원장은 “필수 진료를 하는 병·의원은 개인이 투자해 병원을 세우고, 빚을 갚기 위해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왜곡된 구조”라며 “병원이 실패하면 환자의 모든 기록과 병력관리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병원들이 원금과 이자 상환의 부담에서 자유롭다면 사려 깊은 상담과 진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살림의원은 다음달 8일 개원식을 한다. (살림의료생협 salimhealthcoop.or.kr)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사진 살림의료생협 제공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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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병원’서 의사와 수다떨듯 ‘여성주의’(페미니즘) 기치를 내건 의료생협 의원이 처음으로 탄생했다. 서울 은평구 역촌동 구산역 근처 빌딩에 자리잡고 지난 20일 첫 진료를 시작한 ‘살림의원’이다. 추혜인(34) 원장은 “처음에는 20~30대 비혼 여성주의자들이 모여 여성주의 의료공동체를 꿈꿨는데, 점점 지역 건강공동체를 잘 꾸려가는 것이 여성주의의 실천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살림의원을 운영하는 살림의료생활협동조합의 조합원은 700여명. 여성주의의 범주를 지역 주민들로 넓히면서, 조합원 이 쑥쑥 늘어났다. 앞으로 치과도 개원할 생각이다. 꿈을 꾸고 뜻을 모아 실행에 옮기는 데까지 4년의 시간이 걸렸다. 텃밭가꾸기와 운동 같은 소모임부터 먼저 꾸렸다. 아프기 전에 건강을 지키고 삶을 바꾸기 위한 마을 건강공동체의 실천을 한 셈이다. 진료과목은 가정의학과다.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동네병원이라는 의료생협 정신 그대로 ‘마을 주치의’를 실천한다. 조합원이라면 아이부터 노인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건강상담과 치료를 받고 호르몬 요법, 예방접종은 물론이고 암 검진도 가능하다. 하루 10~30명의 환자가 찾는 이곳엔 ‘3분 진료’라는 것도 없다. 의료진은 환자를 주눅들게 하지 않는다. 환자들은 ‘내 병원’에서 의사와 수다 떨듯 질문하고 자세한 설명을 듣는다. 의사는 항생제를 무조건 안 쓰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 조금 몸이 나아진다고 함부로 약을 끊으면 안 되는 이유도 설명해준다. 개인별 ‘맞춤 진료’도 가능하다. 기존 병원에서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건강상 비밀이나 염려도 이곳에서는 자연스럽게 얘기가 오갈 때가 많다. 이런 진료가 가능했던 건 병원 설립 때부터 수익창출에서 자유로운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이 모은 출자금은 3억7000만원, 빚은 한 푼도 없다. 큰 부자가 아니고선 한국 사회에서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추 원장은 “필수 진료를 하는 병·의원은 개인이 투자해 병원을 세우고, 빚을 갚기 위해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왜곡된 구조”라며 “병원이 실패하면 환자의 모든 기록과 병력관리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병원들이 원금과 이자 상환의 부담에서 자유롭다면 사려 깊은 상담과 진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살림의원은 다음달 8일 개원식을 한다. (살림의료생협 salimhealthcoop.or.kr)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사진 살림의료생협 제공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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