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연대가 빚은 성장…경제위기도 못말린 성공스토리

등록 2012-08-23 19:31수정 2012-09-06 19:38

앰뷸런스 응급구조사들의 노동자협동조합을 이끄는 최고경영자 장샤를 보일리(오른쪽)와 운영책임자 루이 푸아리에가 첨단 장비를 갖춘 앰뷸런스에 나란히 앉아 있다.
앰뷸런스 응급구조사들의 노동자협동조합을 이끄는 최고경영자 장샤를 보일리(오른쪽)와 운영책임자 루이 푸아리에가 첨단 장비를 갖춘 앰뷸런스에 나란히 앉아 있다.
[99%의 경제]
캐나다 퀘벡주 대표 협동조합들

캐나다 퀘벡에서 협동조합이 이끄는 사회적경제는 든든한 성장동력이다. 세계 금융위기에도 협동조합 금융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3300개 협동조합이 9만개 일자리와 23조원 매출을 창출한다. 사기업보다 수명이 두배 이상 길고 고용창출에도 큰 구실을 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주정부와 시민사회의 건강한 파트너십에 주목한다. 지난주에 이어 한 차례 더 ‘퀘벡 모델’을 소개한다.

앰뷸런스 협동조합 ‘세탐’
부도회사 조합체제로 전환
심장마비 생존율 북미 2위
“이익내라 독촉 없어 가능”

농협연맹 ‘라쿠페데레’
주 농식품업계 1위·고용 5위
주 최대 주유소체인 ‘소닉’ 운영

성장의 열매
2004~2008년 총자산 31%↑
조합원·고용 각각 19%·16%↑

1988년 장과 루이가 일하던 퀘벡주 몬트리올의 앰뷸런스 회사(응급구조서비스 회사)가 부도를 냈다. 막막했다. 노동조합의 주축이던 두 사람이 찾아낸 기업회생의 길은 주식회사의 협동조합 전환이었다.

“노조원이던 응급 구조사 40명이 협동조합 결성에 참여했습니다. 1000달러씩의 출자금을 모았지요. 그리고 신용협동조합 ‘데자르댕’을 찾았습니다. 인수자금 120만달러 대출을 요청했죠. 협동조합 한다니까 의외로 쉽게 자금을 대주었어요. 일반 시중은행이었다면, 어림없는 일이었겠죠.”

앰뷸런스 노동자들의 협동조합인 세탐(CETAM)의 최고경영자 장샤를 보일리의 회고다. 세탐은 이제 316명의 응급구조사와 46대의 앰뷸런스를 보유한 알찬 회사로 성장했다. 연간 6000건의 응급구조에 나서는데, 심장마비 환자의 생존율이 북미에서 두번째로 높은 무려 20%에 이른다.

협동조합 세탐은 최고의 응급구조 역량을 유지하는 데 적극적인 투자를 한다. “초기에는 세탁기가 없어 침대 시트도 직접 빨았어요. 지금은 우리 세탐의 인력과 시설이 퀘벡 최고지요. 투약 처방 자격증을 가진 응급 구조사가 퀘벡 전체에 10명 있는데 그중 5명이 우리 세탐에서 일해요. 차량마다 산소 공급 장비도 갖췄어요.” 운영 책임을 맡고 있는 루이 푸아리에는 “이익을 더 많이 내라고 요구하는 주주가 없는 협동조합이기에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퀘벡 지역 60여개 민간 앰뷸런스 업체에서 일하는 응급 구조사는 주 40시간 이내로 근무하고 평균 연봉 5200만원(4만6000 캐나다달러)을 받는다. 세탐의 조합원들은 여기에다 900만원의 출자 배당금을 더 받는다.

퀘벡의 농업협동조합연맹인 라쿠페데레는 퀘벡주의 농식품업계 1위이고, 고용규모(1만여명)로는 퀘벡주 5위에 올라있다. 매출이 5조원대로, 자회사 네트워크까지 합치면 7조원대에 이른다. 돼지고기 시장에서 1위, 닭고기는 2위이고, 캐나다 최대 비료업체인 올리멜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몬트리올 외곽 시골마을인 몽마니의 주민들이 세운 캐나다 최대의 소비자협동조합인 야외장비업체 엠이시(MEC)의 몬트리올 매장 내부 모습. 조합원만도 캐나다 인구의 10분의 1을 웃도는 370만명에 이른다.
몬트리올 외곽 시골마을인 몽마니의 주민들이 세운 캐나다 최대의 소비자협동조합인 야외장비업체 엠이시(MEC)의 몬트리올 매장 내부 모습. 조합원만도 캐나다 인구의 10분의 1을 웃도는 370만명에 이른다.
대형 유통업체 아이지에이(IGA)와 제휴해 운영하는 점이 이채롭다.
대형 유통업체 아이지에이(IGA)와 제휴해 운영하는 점이 이채롭다.

농협에서 운영하는 주유소 체인 ‘소닉’이 퀘벡 최대 규모라는 점이 특히 이채로웠다. 농민 조합원들의 농사용 석유를 값싸게 공급하자고 시작했던 것이 지금처럼 커졌다고 했다.

“농민들의 필요에 따른 것이지요. 도심에는 우리 주유소가 드문드문 있고, 농촌 지역으로 나갈수록 ‘소닉’ 브랜드 일색으로 바뀝니다. 농기구와 농자재 및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소비자협동조합 위니마 매장이 소닉과 함께 있는 경우가 많아, 농민들이 한꺼번에 일을 다 볼 수 있지요.”(홍보책임자 방 마르크 댕데르) 위니마 또한 라쿠페데레의 자회사이다.

몬트리올 외곽의 몽마니 지역에는 대형 유통 업체인 아이지에이(IGA) 매장을 협동조합으로 운영하는 독특한 소비자협동조합이 있었다. 아이지에이의 브랜드와 노하우를 빌려오되, 판매가격은 조합에서 자체로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전체 주민 1만1000여명 중 5500여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해 있으며, 연말에 조합원이 돌려받는 배당금이 45만~56만원에 이르고 있었다. 그만큼 조합원들이 매장 이용을 많이 한다는 뜻이다. 몽마니 지역에는 ‘아이지에이 협동조합’을 모태로 캠핑장 협동조합과 생활용품 협동조합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이밖에 등산 등의 야외장비를 판매하는 협동조합 엠이시(MEC)는 캐나다 전체 인구의 10%가 넘는 370만명의 조합원을 보유한 캐나다 최대 소비자협동조합으로 성장했다. 캐나다 서부의 밴쿠버에 뿌리를 둔 엠이시는 1971년 대학 산악부원 6명이 학생회관의 작은 방에서 등산장비 판매를 시작했다.

다양하고 창의적인 성공 스토리가 이어지면서, 퀘벡의 협동조합들은 경제위기에 오히려 더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2004~2008년 사이 총자산이 30.6% 증가하고, 조합원과 고용도 각각 19.0%와 15.9% 늘어났다. 주정부를 사회적경제의 적극적인 파트너로 이끌어내는 데도 협동조합의 성공이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퀘벡주의 지역 총생산에서 3300개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경제 전체가 차지하는 몫은 최소 5%에서 최대 10%로 추정된다.

몬트리올/글·사진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주민참여 토대로 주정부 전폭 지원

퀘벡 모델 성공요인

전담부서 설치하고 세금감면도
사회적경제회의 네트워크 구실
다양한 사회연대기금이 뒷받침

데자르댕을 중심축으로 협동조합 기업들의 역할이 점점 커지자, 1960년대 초반 퀘벡주 정부는 협동조합 전담부서를 설치했다. 1980년대에는 세금감면으로 협동조합의 자본조달을 지원하는 ‘협동조합 투자계획’ 시행에 들어갔다. 2003년에는 협동조합발전정책을 채택해 협동조합 방식으로 지역의 일자리를 확충하는 한편, 협동조합의 다양성을 북돋고 성장을 지원하는 데에 나섰다. 이어 2008년에는 협동조합 기업들이 주정부가 운영하는 퀘벡투자기금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집단기업을 위한 행동계획’도 수립했다.

전문가들은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의 퀘벡 성공모델을 이야기할 때 협동조합과의 건강한 파트너십으로 사회적경제 지원에 나선 주정부의 역할을 빼놓지 않는다. 김창진 성공회대 교수는 “퀘벡 정부가 공공정책 수립에 시민사회단체를 적극 참여시키고 각종 기금 및 세제 혜택 등의 재정지원을 과감하게 하되, 협동조합 등의 운영에는 간섭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정태인 원장은 “퀘벡 협동조합 성공의 특징은 주민의 동의와 실천을 통해 사회경제적 발전을 이뤄냈다는 것”이라며 “협동조합 도시를 외치는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경제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공통분모로 묶어낸 ‘사회적경제회의’와 낸시 님탄 의장의 존재도 눈길을 끈다. 사회적경제회의는 우리의 노사정회의와 비슷한 1996년의 퀘벡의 경제 및 고용 정상회의의 산물로, 각종 사회적경제 부문의 네트워크 구실을 하고 있다. 정 원장은 “낸시 님탄이란 걸출한 인물이 퀘벡 지역의 여성, 문화, 환경 등의 각종 운동단체들을 묶어내자, 주정부는 샹티에와 협정을 맺어 효과적으로 지역발전전략을 수립 실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하나, ‘퀘벡 모델’의 성공을 뒷받침한 금융부문의 강력한 역할에도 주목한다. 주 정부와 데자르댕뿐 아니라 여러 협동조합연합회와 노동운동단체에서 다양한 사회연대기금을 조성해 협동조합의 신설과 투자 및 고용 유지를 지원하고 있다. 정 원장은 “퀘벡에서는 개발기금, 연대기금, 정부기금 등 여러 이름으로 사회적경제를 지원하는 다양한 기금이 운용되고 있다”며 “우리에게도 스스로의 투자결정으로 사회적경제의 자금 물꼬를 트는 기금의 존재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퀘벡 모델은 ‘협동조합 간의 협동’을 뛰어넘어, 사회연대를 통한 사회발전 및 복지체제를 구축한 매우 진보적인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김현대 선임기자

<한겨레 인기기사>

사표 품고 사는 직장인 위한 ‘사표 사용설명서’
꼭꼭 숨기고 가짜 찍어내고…5만원권 ‘돈맥경화’
나주 초등생 아버지 “물만 먹던 딸 이젠 죽을 먹네요”
“실수로 고환 제거하면 호르몬 먹으면 된다”
며느리도 몰라~ 편의점의 비밀 ‘진열 공식’
횡단보도에 누워있는 저들은 누구?
[화보] 매력 넘치는 ‘차칸’ 그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또 사이트 터질라…‘힐스테이트 세종 리버파크’ 청약 일정 변경 1.

또 사이트 터질라…‘힐스테이트 세종 리버파크’ 청약 일정 변경

[단독] 성 상품화 논란 ‘누드 촬영대회’에 지자체 예산 수천만원? 2.

[단독] 성 상품화 논란 ‘누드 촬영대회’에 지자체 예산 수천만원?

부영그룹, 또 출산 직원에 1억원씩…“아기 울음 소리 늘어” 3.

부영그룹, 또 출산 직원에 1억원씩…“아기 울음 소리 늘어”

8년 만에 출시하는 ‘닌텐도 스위치2’…게이머들 벌써 ‘두근’ 4.

8년 만에 출시하는 ‘닌텐도 스위치2’…게이머들 벌써 ‘두근’

‘적자 수렁’에 갇힌 K배터리 5.

‘적자 수렁’에 갇힌 K배터리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