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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싱크탱크 광장] “사회적기업, 소비자 선의에 기대지 마라”

등록 2012-08-07 19:52

‘사회적기업 어떤 성과 내고 어떻게 알려야 하나?’라는 주제로 한겨레경제연구소가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연 사회적기업 전문가들과의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신승미 트래블러스맵 경영실장, 김종각 사회적기업진흥원 본부장,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서재교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라준영 가톨릭대 교수, 조영복 부산대 교수.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사회적기업 어떤 성과 내고 어떻게 알려야 하나?’라는 주제로 한겨레경제연구소가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연 사회적기업 전문가들과의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신승미 트래블러스맵 경영실장, 김종각 사회적기업진흥원 본부장,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서재교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라준영 가톨릭대 교수, 조영복 부산대 교수.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사회적기업 성과 어떻게 높일까’
전문가 좌담회
정부의 사회적기업 육성정책이 시작된 지 5년이 지났다.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만 650개가 넘었고, 인증 전 단계인 예비사회적기업까지 합치면 2000여개가 되니 저변도 넓어졌다. 빗대자면 사회적기업은 새싹에서 묘목으로까지 자라난 것이다.

그런데 사회적기업이 원래 목적인 사회문제 해결을 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도 있다. 최근 경제적 자립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영리기업이 대거 진입하는 등 원래 목적에 소홀해졌다는 비판도 있다. 한겨레경제연구소는 사회적기업 전문가들과 좌담회를 열고, 어떻게 사회적기업을 지속가능하게 하고 원래 목적인 사회적 성과를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참석자 : 김종각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사업운용본부장, 라준영 가톨릭대 교수, 신승미 트래블러스맵 경영지원실장, 조영복 부산대 교수

사회 :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사회 최근 경제상황에서 사회적기업은 왜 주목받고 있나?

 라준영 복지국가로 가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론 가운데 하나로 사회적기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영리기업은 시장 실패를, 국가는 정부 실패를 이미 경험했다. 비영리 영역도 혁신성을 의심받고 있다. 여기에 대안으로 사회적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김종각 사회적기업은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 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의 역할을 대체한다기보다는, 사회 혁신을 이끄는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신승미 탈무드에는 고기를 잡아 주는 게 아니라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은 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고기를 잡는 산업 자체를 바꾸려고 한다. 트래블러스맵의 경우 여행 산업 자체를 혁신하려고 노력한다. 여행 매출 대부분이 유통과정의 이익으로 남는 현재 구조를 깨뜨리고, 최대 70%가 현지 주민에게 환원되는 공정여행을 추구하는 이유도 이런 혁신을 위해서다.

 사회 이런 사회적기업이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과거 사회적기업에 대해 논할 땐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면서 재무적 가치의 중요성을 많이 언급했다. 하지만 원래 목적인 사회적 가치를 놓치면 지속가능하기 어렵다고 본다. 사회적기업이 추구하는 재무적 가치조차도 자신이 갖고 있는 상품의 스토리를 팔아 유지하는 것인데, 결국 그 스토리는 사회적 가치다.

김종각 사회적기업진흥원 본부장

“소비자들이 알아볼 수 있는
가치 창출하는 것이 중요
유기농 제품 판매 한살림도
처음에는 안 팔렸다”

 조영복 과거 사회문제 해결방식은 정부나 비영리기관의 봉사정신에 맡겼다. 사회적기업은 재정적 안정과 사회적 성과를 함께 추구한다. 상당한 시간 동안 이러한 방식이 전세계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본다.

  사회적기업은 시장과 기업 논리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라, 재무적 자립을 무척 강조하곤 한다. 하지만 시장이 결핍되어 제품이 공급되지 않는 시장 실패와 근본적으로 시장에서의 문제 해결이 곤란한 시장 실패는 다른 개념이다. 예를 들어, 보청기의 경우엔 충분히 시장 논리로 풀 수 있는 문제다. 이는 시장에 맡기되 시장이 잘 돌아가도록 도와주기만 하면 된다. 반면 장애인 고용은 시장 논리로 도저히 풀기 힘든 문제다.

 사회 그렇다면 장애인 고용 같은 분야에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지 않나?

  정부 지원이 필요하되, 시장 시스템을 현명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때 사회적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즉 큰 사회적 성과를 창출하는 사회적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면 기업조직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시장 실패를 해결할 수 있다. 가령 다른 곳에서 해결할 수 없는 장애인 고용 문제를 제대로 해결한다면, 적자가 난다 하더라도 더 많은 보조금을 지원해 이를 장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게 사회 전체적으로는 이익이다.

라준영 가톨릭대 교수

“전북 전주시 사례가 있다
청소입찰에서 자본금 제한 없애고
평가 배점에 변화 줘
사회적기업이 선정됐던 적 있다”

  소비자들이 똑똑해져서 사회적기업이 더 탄력을 받을 것 같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멀리 떨어진 이들의 고통에 대한 공감 능력이 커졌다. 사회문제에 대한 자각도 과거보다 높아졌다. 외부환경은 좋아진 셈이다. 다만 이런 소비자들의 기대를 맞추도록 사회적기업의 역량도 높아져야 할 것이다. 어떤 제품을 생산할 때 이 제품이 과연 팔릴 것인가를 가장 크게 고민하듯이 사회적기업 역시 사회적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가 우리 사회의 ‘사회문제 해결 시장’에 수요가 있는지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 지역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를 사회적기업이 간파하고 해결할 때 지속가능성이 높아진다.

  사회문제 해결 시장에서 ‘사회문제를 풀어내는 데 이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해당 사회적기업이 보여줄 수 있어야 지속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제품 시장에서도 최소한의 역량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

왼쪽부터 김종각, 라준영, 신승미, 조영복.
왼쪽부터 김종각, 라준영, 신승미, 조영복.
  우리나라 여행 시장은 초저가 시장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 생기는 적자를 현지에 부담시키고, 현지에서는 옵션이나 쇼핑 등을 강요하면서 적자를 보전하는 게 기존 여행상품 구조다. 가격 경쟁에서 가치 경쟁으로 구도를 바꿔야 이런 구조를 깰 수 있다. 한 사회적기업이 하기는 버거운 일이고, 사회 전체 인식을 바꾸는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

  소비자의 선의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알아볼 수 있는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기농 제품을 판매하는 한살림만 해도 처음에는 안 팔렸다. 10년을 고생했지만 지금은 궤도에 올랐다. 가치로 가격을 극복할 수 있는 시장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기업 제품이기 때문에 사라고 하는 순간 실패한다. 제품 자체가 경쟁력 있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평가기준이 미흡한 것은 개선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공공시장에 진출하려고 해도 평가기준이 가격만 따지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신승미 트래블러스맵 실장

“성장기 들어선 사회적기업
자본 필요할 때 조달 위해
사회적 성과 측정하고 공시하는
시스템 정착되어야”

 사회 그렇다면 사회적기업의 사회적 성과를 제대로 측정하는 게 필요하지 않나?

  사회적 성과를 화폐 가치만으로 표현하는 일은 어렵지만 매우 강력하고 가치있는 일이기도 하다. 영국도 지난 10년간 사회적 가치 평가 도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다. 도구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측정 지표를 공유하고, 누적시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속적으로 실제 측정 사례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영국 지방정부에서는 완전하지 않다 하더라도 여전히 사회적투자수익률(SROI)이라는 지표가 기존 투자수익률(ROI)을 대체해 활용되고 있다.

  하나의 기준으로 측정하는 것은 불가하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측정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적기업도 5년 정도 되었으니,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끈기 있게 해야 한다. 측정과 평가에는 성과 개선이라는 목적도 포함되어 있으니, 사회적기업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지속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사회 측정한 결과를 제대로 공시하고 활용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트래블러스맵은 2011년 2월에 사회적 투자를 모집해 2억원을 모았다. 당시에 사회적투자수익률로 사회적 성과를 보여줬다. 외부 투자자와 이해관계자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에 사회적 성과를 측정하고 공시할 필요가 있어 스스로 실행했다. 하지만 이 결과를 검증하는 제도가 없어 한계가 있었다.

조영복 부산대 교수

“정보기술의 발달로
멀리 떨어진 이들의 고통에 대한
공감 능력이 커졌다
외부환경은 좋아진 셈”

 사회 사회적기업이 사회적 성과를 공시했을 때, 공공기관 등이 나서서 그 성과를 기준으로 평가해 구매에 참고하면 효과가 크지 않을까?

  공공구매는 그야말로 공공 가치를 우선해야 하는데, 가격을 중심으로 평가하니 사회적기업이 접근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평가의 배점을 바꾸어 주는 방법으로 가능하다. 지난해 전라북도 전주시 사례가 있다. 청소사업 입찰에서 자본금 제한을 없애고 사회적기업에 가점을 주는 등 평가 배점에 변화를 줘 낙찰업체로 사회적기업이 선정됐던 적이 있다. 다만 이 경우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은 사회적기업이 보장해줘야 한다. 사회적기업 간 협력을 활성화하는 등의 보완책이 뒤따라야 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성장기에 들어선 사회적기업이 자본이 필요할 때, 이를 조달하기 위해 사회적 성과를 측정하고 공시하는 시스템이 정착되어야 한다고 본다.

 정리 서재교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jkseo@hani.co.kr


주목받는 ‘사회적기업 경영공시’

‘취약계층에 일자리
얼마나 제공했는지’ 등
비재무적 성과들 공개
지속가능성 높이기 방법

최근 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로 사회적기업 경영공시가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기업의 경영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다양한 이해관계자로부터 신뢰를 확보하는 게 목적이다. 소비자·투자자·기부자 등 사회적기업 이해관계자의 입장에서 보면, 더 나은 사회적기업을 가려낼 수 있는 좋은 데이터를 확보하도록 해주는 일이다. 주식투자자의 의사결정에 상장기업의 경영공시가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특히 사회적기업의 경영공시는 재무성과뿐만 아니라, 사회 및 환경성과와 같은 비재무적 성과가 경영공시 항목에 포함된다.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얼마나 제공했는지’, ‘지역사회에 무료 사회서비스를 얼마나 제공했는지’, ‘친환경 제품이나 재활용품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등의 비재무적 성과가 사회적기업에선 중요한 성과로 간주된다.

사회적기업이 비재무적 성과를 중요하게 간주하는 것은 그 경영 특성 때문이다. 우선 사회적기업은 성과가 아니라 프로세스, 즉 과정 중심 경영을 지향한다. 투자와 생산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 즉, 재무성과뿐만 아니라, 생산과 운송, 판매에 이르는 가치사슬상의 경제, 사회, 환경적 편익의 총합이 사회적기업의 최종 성과다. 따라서 경영 과정에서 야기할 수 있는 사회 및 환경성과가 중요한 평가 잣대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고려한 ‘이해관계자 경영’이 필요한 것도 사회적기업이 비재무적 성과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주식회사로 대표되는 영리기업의 의사결정은 대부분 주주, 즉 투자자 중심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통해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투자자는 물론이거니와 정부를 비롯한 유관기관, 대기업 등 협력사 네트워크, 소비자, 시민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로부터 존립의 기반을 부여받는다.

이런 특성 때문에 사회적기업은 재무성과뿐 아니라 비재무성과도 중요하다. 하지만 비재무성과를 측정하고 관리하는 방법론 개발은 미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사회적투자수익률’(SROI: Social Return on Investment), ‘균형성과표’(BSC: Balanced Scorecard) 등을 활용한 일부 사례 연구가 있긴 했지만, 이론적 어려움과 적용의 한계로 사회적기업 전반의 참여와 동의를 구하진 못했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올해 6월부터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한겨레경제연구소는 ‘2012 사회적기업 경영공시 작성 및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평가지표 체계화와 측정방식 개선을 통해 사회적기업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으로 진행중이다. 평가지표는 공통지표와 자율지표로 구분하고, 사회적기업의 미션과 비전을 담을 수 있는 보조지표도 추가해 체계성을 강화했다. 측정 방식은 기존에 양적 성과뿐만 아니라 질적 성과도 담아낼 수 있도록 표현 방식을 다양화했다.

서재교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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