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싱싱하고 50% 싼 농민매장…“농가소득 2배 뛰었어요”

등록 2012-07-26 19:48수정 2012-08-17 09:36

지난 24일 오전 전북 완주의 로컬푸드 매장. 이양순(오른쪽)·진순 자매가 새벽에 수확한 유기농 채소의 소포장 진열을 마친 뒤 활짝 웃어 보이고 있다. 매대 위쪽에는 자매의 사진과 전화번호 등이 적혀 있다.
지난 24일 오전 전북 완주의 로컬푸드 매장. 이양순(오른쪽)·진순 자매가 새벽에 수확한 유기농 채소의 소포장 진열을 마친 뒤 활짝 웃어 보이고 있다. 매대 위쪽에는 자매의 사진과 전화번호 등이 적혀 있다.
[99%의 경제] 전북 완주 용진농협 로컬푸드 매장
농민은 공판장에서 상추 4㎏을 팔아 1만원을 받는다. 소비자는 같은 상추를 며칠이 지나 3만원에 산다. 소비자는 시든 상추값으로 3만원이나 지불했는데, 고작 1만원을 손에 쥔 농민은 항상 가난하다. 소비자가 2만원을 치르고, 농민이 2만원을 고스란히 가져가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전북 완주의 로컬푸드 직매장이다, 일본에는 그런 매장이 1만곳이나 있다.

시골의 작은 농협에서 ‘로컬푸드 밥상혁명’을 일으켰다. ‘농가소득 2배, 소비자가격 반값’이라는 믿기지 않는 기적을 이뤄냈다. ‘그날 수확한 농산물을 그날 판매한다’는 무한대의 싱싱함이 소비자의 감동을 일으켰다. 유통 마진의 거품을 100% 걷어내, 소비자값을 절반 떨어뜨리고도 농가소득을 2배로 늘렸다. 5~10분 거리의 농가에서 직접 농산물을 가져오니 이산화탄소 배출 또한 크게 감축된다. 소비자의 안전 식탁과 농가소득을 보장하고 환경에도 이롭다는 로컬푸드 성공모델의 주인공은 전북 완주군 용진농협과 신뢰로 뭉친 농민들이다.

“꼬박꼬박 월급 받는 느낌이 좋아요. 그것도 2배로. 우리 농민이 매장 농산물을 직접 소포장하고 가격도 스스로 매겨요.”

이양순(60)·진순(49) 자매는 전북 완주의 최고 유기농사꾼이다. 지난 24일 이른 아침 완주군 용진면 용흥리의 이씨 자매 농장( 7743㎡)을 찾았다. 자매는 2㎏들이 상자에 금방 딴 상추를 종류별로 나눠 담고 있었다. 일을 마치자 동생 진순씨가 자동차 핸들을 잡았다. 올해 4월에 문을 연 용진농협의 로컬푸드 매장까지는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작은 묶음으로 포장한 뒤 바코드 가격표를 붙여 매대에 진열했다. 이날 자매가 매긴 가격은 깻잎 30개 묶음 1500원, 청로메인 상추 200g 1500원, 쌈모듬 300g 2000원이었다. 인심 좋은 자매는 50g씩 푸짐하게 더 담았다. 10분 거리의 홈플러스 매장에서는 일반 상추를 100g에 1200원으로 2배 비싼 값에 팔고 있었다.

“지난 주말에는 하루 세차례 상추를 날랐어요. 매장에 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내 물건이 얼마나 남았는지 핸드폰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거든요. 평소 20박스 팔리는데, 주말이면 80박스까지 나가요. 물건이 모자란다 싶으면 곧바로 상추를 가게로 실어 나르죠. 신기하게 잘 팔리는 게 마술에 걸린 것 같아요.”

자매의 수입은 평일 20만원, 주말 80만원에 이른다. 농협의 수수료 10%를 떼도, 월 1000만원대의 순소득을 올리는 셈이다. 그전 유기농 전문매장으로 2㎏에 7000원씩 납품할 때도 괜찮은 값을 받는다 했는데, 그때보다 50~70% 이상 소득이 더 늘어났다. 일반 공판장으로 공급하는 경우와 비교하면, 소득 차이가 2배에 이른다.

그날 수확, 그날 판매
로컬푸드 매장 안에 개인매장
손전화로 매대 확인…물건 채워
지불하는 건 농협수수료 10%뿐

가구당 월 300만원 매출
180농가 대부분 소농·고령농
후한 인심에 대형마트의 반값
280㎡ 매장 월매출 6억 ‘깜짝’

소비자들도 “대만족”
입소문 내고 단체쇼핑 오기도
“마트 대신 매주 1~2번 찾아요”

같은 용흥리의 이금이(53)씨는 이날 호박 20개, 옥수수 10묶음, 오이고추 30봉을 팔아 1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2년짜리 초보 농사꾼인 홍씨에게 로컬푸드 매장의 출현은 기적 같은 일이었다. “로컬푸드 매장 안에 내 개인매장이 생겼지요. 그게 없었다면 보따리 이고 시장으로 나갔겠죠. 지금은 겨울에 무얼 내놓을까,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어요.” 전주의 모래내시장에서 노점상을 하던 용진면 설경마을의 홍의선(56)씨는 “이제 매주 급여를 받는 안정적인 농민이 됐다”며 웃음을 지었다. 판매대금은 월요일마다 통장으로 꼬박꼬박 입금된다. 홍씨는 이날 대파 30묶음을 팔아, 3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주말이면 3배 이상 수입이 늘어난다.

소비자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매장이 좁아 주말이면 어깨와 어깨가 부딪친다. “확실히 싱싱해요. 값도 싸죠. 집 근처에 롯데마트가 있지만 매주 1~2차례 꼬박꼬박 여기로 옵니다. 용진농협 로컬푸드 매장을 가보라고, 입소문을 내고 다녀요.” 전주시 송천동에서 왔다는 40대 주부 김미옥씨의 말이다. 아파트 주부들이 자동차 한대에 나눠 타고 ‘단체 소비’를 하러 오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용진농협의 이중진 차장은 “그날 따서 가장 잘 익은 토마토와 자두, 상추를 맛볼 수 있는 곳은 우리 로컬푸드 매장밖에 없을 것”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달걀(유정란)의 유통기한은 3일로 잡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날 것만 팔고 있다. 두부와 만두 같은 가공품도 하루를 넘기지 않는다. 일반 대형마트 매장에서는 흔히 덜 익은 과일을 따서 하루이틀 걸려 들여와 저장고에서 3~4일이나 1주일 이상 묵혀두고 판다. 맛과 싱싱함에서 비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정완철 용진농협 조합장은 “1년 이상 6차례 교육을 받은 농가들만 매장에 물건을 들여놓을 수 있고, 농민들 스스로 가격을 너무 높게 매기지 않는 상호신뢰의 문화도 형성되고 있다”며 “특히 180여 농가 대다수가 소농이고 고령농이라는 점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용진농협의 로컬푸드 매장은 최근 주간 매출이 1억5000만원대에 이르러, 7월 한달 6억원대 매출이 기대되고 있다. 280㎡에 불과한 면 단위 작은 매장에서 40만 중소도시 대형할인매장의 평균 매출(연 40억원대)을 능가하는 무서운 기세를 올리는 것이다. 180여 농가가 매장에서 올리는 평균수입만도 월 300만원을 넘어서고 있다.

임정엽 완주군수는 “소비자가 신선한 로컬푸드 농산물에 이렇게 목말라한다는 사실을 그동안 아무도 몰랐다”며 “행정(지자체)과 농협이 손잡으면 농민과 소비자를 감동시키는 로컬푸드 매장을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열 수 있다”고 말했다. 완주군은 전주시민이 즐겨찾는 모악산 입구에 용진농협 3배 규모의 로컬푸드 매장을 내년 4월에 하나 더 열 계획이다.

완주/글·사진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9년간 아버지가 몹쓸짓…이젠 좀 말해야겠다”
“장준하 가족 월세집 산다”…누리꾼 “국가보훈처 뭐하나”
한화 내부문서엔…“김승연 회장은 신의 경지”
“카톡 왕따” 여고생 자살
“삼환 협력사 ‘줄부도’ 위기…사장들 유서 갖고 다녀”
채시라 “티아라 은정이 물어보는 것 있다면 도울 것”
[화보] 장준하 선생을 기억하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중국 개발 ‘가성비 최강’ AI 등장에…미국 빅테크 ‘패닉’ 1.

중국 개발 ‘가성비 최강’ AI 등장에…미국 빅테크 ‘패닉’

투자·절세 ‘만능 통장 ISA’…증권사·은행 어느 쪽 선택할까? 2.

투자·절세 ‘만능 통장 ISA’…증권사·은행 어느 쪽 선택할까?

임시공휴일 지정하면 해외로 떠나 ‘내수 진작’이 반감된다? 3.

임시공휴일 지정하면 해외로 떠나 ‘내수 진작’이 반감된다?

내란 쇼크에 원화 실질가치 엉망…64개국 중 63번째 4.

내란 쇼크에 원화 실질가치 엉망…64개국 중 63번째

휴게소 인기 메뉴 우동, 5년간 가격 얼마나 올랐나 5.

휴게소 인기 메뉴 우동, 5년간 가격 얼마나 올랐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