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
[99%의 경제]
HERI의 시선
HERI의 시선
서민들을 위한 마이크로크레디트를 표방하고 나선 미소금융이 미소를 잃었다. 최근 1심 판결이 난 횡령사건은 언급할 필요조차 없는 망신이다. ‘민생포럼’과 ‘사람사랑’ 두 단체의 대표자는 미소금융 지원금 23억원을 부동산 구입 등 개인적 용도로 썼다는 판결을 받았다. 미소금융중앙재단의 담당 부장은 뇌물을 받고 지원기관을 선정했다는 판결을 받았다.
게다가 5월 말 현재 미소금융의 대출액 4450억원 가운데 49%가 운송업에 몰려 있다고 한다. 소형 트럭을 담보로 대출해 준 것이다. 애초 저소득층한테 담보 없이 대출을 제공해 주어서 사업을 통해 자립하도록 하며 빈곤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와는 어긋난다.
애초 ‘빈곤문제 해결’이라는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철학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이름만 베껴 사업을 시작한 게 문제였다. 정책당국은 미소금융을 서민금융상품으로 본다. 심지어 햇살론 같은 은행 창구에서 취급하는 상품과 같은 선상에서 인식한다. 그러다 보니 미소금융이 자영업 대출이 되어버린 것도 당연하다.
물론 그런 대출도 필요하다. 그러나 시중은행, 신협, 마을금고, 신용보증기금 등 그런 일을 해야 하는 기관은 많다. 민간 기부금까지 거기 쏟아부을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과포화 상태인 자영업자들은 빌린 돈으로 사업을 더 벌여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살기는 더 어려워진다.
대기업들이 정부 눈치를 슬슬 보며 미소금융에 돈을 쏟아붓는 바람에, 다른 영역 기부금은 줄게 된다. 어찌 보면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가야 할 돈이 자영업 경쟁을 부추기는 데 사용된 셈이다.
미소금융은 사회적 금융의 일환이어야 한다. 원래 마이크로크레디트는 ‘빈곤’이라는 사회문제를 ‘금융’이라는 방법을 통해 해결해 보자는 데서 출발한 사회적 금융이었다. 미소금융은 금융권 기부금과 휴면예금을 재원으로 출발했다. 원래 공적인 기금을 재원으로 한 금융이니 전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되는 게 맞다.
이 모든 문제는 마이크로크레디트나 사회적 금융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출발했다. 복지와 경제, 시장과 사회를 이분법적으로 보는 시대는 끝났다. 사회적 금융이나 사회적 기업은 모두 시장을 수단으로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목적을 이루려는 시도다.
미소금융은 사회문제 해결에 투자하는 자금이 되어야 한다. 외국 사회투자은행 등 사회적 금융의 사례를 참고하면 된다. 물론 그 철학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람이 그 일을 맡는 것이 출발이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 timela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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