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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전통시장의 새로운 실험…조합 만들어 ‘점포 인수’ 나섰다

등록 2012-07-05 19:35수정 2012-08-17 09:00

5일 오전 서울 광진구 중곡동 중곡제일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5일 오전 서울 광진구 중곡동 중곡제일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99%의 경제]
광진구 중곡제일시장의 도전
오로지 돈과 이윤을 동력원으로 삼아 굴러가는 자본주의 체제가 곳곳에서 생채기를 드러내고 있다. 절대불변의 진리인 양 떠받들던 기존의 ‘경제 방식’을 차분하게 되돌아보며 그 한계를 극복할 지혜를 모을 때이다. 이미 세계 곳곳엔 ‘다른 경제’를 꿈꾸며 새로운 길을 찾아나선 사람들이 많다. 협동조합, 사회적 경제 등 ‘다른 기업’을 일구는 실험도 한창이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현장 속으로 매주 금요일에 찾아간다.

대형 유통자본이라는 ‘포식자’가 먹잇감을 찾아 어슬렁거리는 유통시장의 ‘정글’에서 전통 시장은 어떻게 지역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을까? 서울 광진구 중곡제일시장의 상인협동조합 박태신 이사장은 “조합화를 통해 상인들이 상점을 소유하고, 마을 기업으로 뿌리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45개 점포가 300여m 골목에 옹기종기 자리잡은 중곡제일시장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번영회나 상조회 수준인 상인회를 협동조합 형태로 만들어, 출자금을 모으고 있는 것. 이들의 목표는 시장 골목길의 건물들을 인수해 안정적으로 장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공동 브랜드를 만들어 ‘마을기업’ 형태로 발전하는 것이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이중고에 시달린다. 대형마트와의 경쟁에 늘상 치이지만, 장사가 좀 된다 싶으면 점포주의 임대료 인상 요구와 씨름해야 한다. 실제로, 상권이 활성화된 방학동 도깨비 시장 등에선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점포주를 중심으로 재개발이 진행되기도 한다. 결국 전통시장은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에는 여지없이 대형마트가 들어서게 된다. 서울 마포구 합정·망원동에서 일어났던 시장과 대형마트 사이 갈등이 이런 경우였다.

박 이사장이 상인협동조합을 결성한 것은 2004년. 출자금 모금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상반기였다. 협동조합 형태의 상인회가 공동 출자로 시장 소유에 나서는 것은 중곡제일시장이 처음이다. 중곡제일시장의 조합원들은 다달이 3만원 이상을 출자금으로 납부하고 있다. 조합 임원 20명은 별도로 각각 1억원의 출자금 모으기에 들어갔다. 지금 출자금을 납부하는 조합원은 65명. 전례없는 실험이라 반신반의했지만, 참여하는 조합원들이 쑥쑥 늘어나고 있다.

2004년 상인 협동조합 결성뒤
조합원 65명 지난해부터 출자
시장 소유 바꾸려는 첫 사례

최종적으로 ‘마을기업’이 목표
공동 브랜드·상품개발 적극적
“저리 융자 등 정부 지원 필요”

‘마을기업’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시장의 독자 브랜드와 상품도 개발중이다. 중곡제일시장에 특화돼 있는 떡집과 전·반찬 가게와 연계해 ‘제사상 차리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협동조합의 독자 브랜드인 ‘아리청정’을 상표 등록해 참기름·묵·소시지 가공 및 온라인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모두 지역 주민들의 삶에 밀착된 기획물이다. 박 이사장은 “모든 게 처음 벌이는 일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면서도 “국내 최초의 시장 협동조합 브랜드인 ‘아리청정’의 온라인 쇼핑몰을 8월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임채운 서강대 교수(경영학)는 “중곡제일시장의 도전은 전통시장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인 소유구조에 대해 조합원 출자금이라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시도로 본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체계적인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시장경영진흥원의 조사 결과를 보면, 안정적인 상업 환경을 갖춘 법인 시장의 점포별 매출액이 2008년 1억1932만원에서 2010년 1억4823만원으로 24%나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공설·공동 시장 등에 비해 높은 성장세였다.

그러나 현실이 녹록지만은 않다. 중곡제일시장 주변 상가 건물 60채를 매입하는 데 총 600억여원의 출자금이 필요하지만, 1년여 동안 모은 출자금은 1억 남짓에 불과하다. 그러나 박 이사장은 “초기에 조합 이사들이 투자한 금액으로 두어개 건물을 매입하기 시작하면, 출자금 모금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며 “저리 융자 같은 정책 지원이 있다면 더 쉽게 새로운 모델이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중곡제일시장 사례를 눈여겨보고 있다”며 “어떤 지원이 바람직할 것인지 정책 고민을 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중곡제일시장은 일본 도쿄의 ‘도와긴자 상점가조합’을 모델로 삼고 있다. 도와긴자의 상인들은 1970~80년대 거품경제 붕괴와 대형마트 출현으로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1990년대에 공동출자로 자본금 1350만엔의 조합형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그 뒤 지역 병원과 학교·기업 구내 식당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지역밀착형 ‘마을기업’으로 자리잡아, 지금은 지역주민 250여명을 고용하고 연매출 5억엔의 탄탄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폐점을 생각하는 동료 상인에게는 전업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독거노인과 아동을 위한 도시락 및 보육 서비스도 제공한다.

박 이사장은 “도와긴자의 성공은 지역사회와 함께했기에 이룰 수 있었던 것”이라며 “이곳 상인들 또한 대다수가 광진구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므로, 전통시장 활성화와 지역 사회 공헌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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