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➊ 동네빵집 생존 해법은
➋ 동네 생협, 이마트에 도전하다
➌ 한국의 몬드라곤, 원주를 가다
➍ 청년들아, 협동조합 가입하자
➎ 한국의 협동조합 시대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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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로 대표되는 자본주의적 기업과는 다른 기업, 다른 경제의 세상이 열리고 있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올해 말에 발효되면, 농민과 소비자, 노동자들이 ‘우리의 기업’을 세워 경제적 성과를 나눌 수 있게 된다. 노동자협동조합을 꿈꾸는 기업 ‘일과 나눔’의 미래를 함께 날아본다.
연매출 20억원에 직원 100여명. 건물 청소와 노인 돌봄 등의 저부가가치 서비스 사업 분야 회사다. 1인당 매출액은 2000만원에도 못 미친다. 노동집약적인데다 직원들은 저임금에 시달리지는 않을까? 주식회사 ‘일과 나눔’의 겉모습에서 떠오르는 생각이다. 이제 속으로 들어가 보자.
사장과 직원의 구분이 없다. 중요한 사안은 조합원 총회에서 결정한다. 원칙적으로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8시간을 넘지 않는다. 동종 업계보다 30%쯤 높은 임금을 받는다. 한 직원의 얘기대로, “풍족하진 않아도 알찬 삶을 꾸릴 수 있는 정도”다. 노동자협동조합을 표방하는 ‘일과 나눔’의 본모습은 이렇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자리잡은 ‘일과 나눔’은 여느 회사와 다르다. 2009년 10월 남양주 내 자활공동체 4곳이 합쳐져 설립된 이 회사는 이윤은 뒷전이고, 고용과 직원 복지를 최우선으로 여긴다. 회사의 설립 목적 자체가 ‘지역 내 노동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이다. 지난해 소폭의 적자를 냈지만 인위적 구조 조정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올해 직원 수를 더 늘릴 궁리를 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 시대에 이런 회사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월급이 100만원을 넘으리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3년째 남양주의 한 도서관을 청소하는 성계숙(62)씨는 월급날만 되면 신이 난다. 하루 7시간씩 주 6일 도서관을 청소하고 받는 월급이 지난해 초부터 30% 이상 오른 것이다. 그전에는 일반 용역회사에 소속돼 일하면서 85만원을 받았다. ‘일과 나눔’으로 직장을 바꾼 뒤로 월급이 115만원으로 훌쩍 뛰었다.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성씨에게는 “마술 같은 변화”였다.
‘일과 나눔’에는 직원이 곧 주주이자 사장이다. 열매를 독식하는 이가 없으니 수익이 자연스레 직원에게 고루 돌아간다. 일반 용역회사와 달리 ‘일과 나눔’은 용역비의 82%를 인건비로 지급한다. 회사 관리비로 4.25%를 떼고, 나머지는 4대보험 비용 등에 쓰인다. 일반 청소 용역회사는 용역비의 50~70%만을 인건비로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씨는 다달이 조합비로 5000원을 내지만, 조합을 탈퇴할 때, 즉 회사를 그만둘 때 돌려받을 수 있다.
남양주 4개 자활공동체 모여
이익보다 고용·복지가 최우선
‘직원이 곧 주주’ 수익 독식 없어
연말이면 조합 설립 족쇄 풀려
‘1주1표→1인1표’ 법인격 전환
신명나는 노동자협동조합 ‘성큼’
직원이 곧 주인이다 보니 고용 불안 걱정도 없다. 직원 김경례(63)씨는 “다른 회사에 다닐 때는 언제 잘릴지 몰라 늘 불안했는데 여기서는 그런 염려가 없어서 좋다”고 말했다. ‘일과 나눔’에서는 직원을 강제로 해고하지 않는다. 조합원의 안정적 고용이 회사 이익보다 우선한다. 지난해의 소폭 적자는 내부 유보금으로 상계했다.
임금과 고용 안정성이 높다 보니, 직원 만족도도 자연스럽게 높기 마련이다. 지난해 10월 한국협동조합연구소가 펴낸 ‘일과 나눔’ 직원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적인 만족도가 5점 만점에 3.9점이었다. ‘보통’ 수준인 3점을 뛰어넘어 ‘만족한다’인 4점에 가까웠다. 연구소는 “개인의 비전, 직무노동, 운영방식, 공정대우, 내적 동기나 관계적 측면의 만족도가 특히 높다”고 분석했다.
사회적 기업인 ‘일과 나눔’은 사실상 노동자협동조합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여전히 주식회사이다. 지금까지는 노동자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근거법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말에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되면, 협동조합 설립을 가로막는 족쇄가 대부분 풀린다. 농협과 생협, 신협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협동조합의 설립이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일과 나눔’은 올해 말에 노동자협동조합으로 전환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엄재영 사업운영본부장은 “우리는 고용을 위한 사회적 기업인데, 그동안 주식회사라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었다”며 “법인격이 바뀌면서 목적에 좀더 충실한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중장기적으로는 의사결정이 ‘1주1표’에서 ‘1인1표’ 방식으로 바뀌는 등 조합원들의 인식과 참여도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강민수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사무국장은 “사실상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면서도 협동조합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사회적 기업들이 주식회사 법인격을 대거 협동조합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남양주/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