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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싱크탱크 광장] “사민당-‘재벌’ 타협? 사실과 다르다”
“복지국가 북유럽에도 ‘재벌’ 자리잡아”

등록 2012-06-19 22:10수정 2012-06-19 22:11

신정완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신정완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신정완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사민당-‘재벌’ 타협? 사실과 다르다”

“1938년의 살트셰바덴 협약은
노사분쟁 해결방식만이 의제…
소유보장과 고용증대·조세를
교환한 정치적 타협 아니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스웨덴 모델’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스웨덴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주요 정치적 화두로 대두된 ‘보편주의적 복지국가’ 모델의 대표 사례인데다, 1990년대 후반 이후 경제성장률, 인플레이션율, 실업률 등 거의 모든 거시경제지표에서 유럽 최상위권 성적을 거두어왔으며, 최근의 세계경제 위기로부터도 비교적 쉽게 탈출하였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모델 케이스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스웨덴 빅딜 모델’ 도입 가능한가

12월 대선을 앞두고 ‘재벌개혁(경제민주화)’과 ‘재벌활용’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위원 등은 스웨덴 복지국가를 예로 들며 재벌에 경영권을 보장해주는 대신 노동·복지·세제 등에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자는 이른바 ‘사회-재벌 대타협론(빅딜)’을 주장한다. 반면 김상조 한성대 교수,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 등은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스웨덴과 너무 다르고 사회와 재벌이 타협하게 할 현실적 방법을 찾기 힘들다고 반박한다. 이에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소장 이창곤)는 이 논쟁에 대한 이해를 돕고, 스웨덴의 빅딜 모델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2명의 스웨덴 전문가의 기고를 싣는다. 더불어 사회정책연구소와 스칸디나비아정책연구소(소장 최연혁 쇠데르퇴른대학 교수)가 공동주최해 다음달 2일 스웨덴 현지에서 열리는 ‘2012 스톡홀름 포럼’을 소개한다.

기획 : 한겨레 사회정책 연구소

그런데 스웨덴 모델을 선호하는 논자들의 일부는, 스웨덴의 산업구조가 수출 대기업 중심으로 짜여 있으며, 발렌베리 가문을 대표로 하는 거대 금융가문들이 주요 대기업들에 대해 강력한 소유지배력을 행사해왔다는 데 특히 주목해왔다. 세계 최강의 사민주의 정당과 노동조합이 있는 나라에서 한국의 재벌 체제와 유사한 기업지배구조를 용인해온 것은, 재벌 체제의 장점을 살려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이를 통해 투자와 고용 증대 효과를 보는 한편, 그 성과를 고율 조세를 통해 정부가 흡수함으로써 보편주의적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에서도 최근 강하게 대두된 의제인 ‘경제민주화’를 명분으로 재벌 체제를 약화시키거나 해체시키려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재벌 총수의 소유지배권을 보호해주고, 특히 재벌 가문 3세로의 경영권 상속을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가로 재벌 기업과 재벌 총수 가문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고 재벌 그룹 또는 총수의 사회공헌기금 출연을 유도하는 등의 방식으로 복지국가 건설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고, 재벌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 증대에 매진함으로써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대타협을 통한 복지국가 건설이야말로 ‘경제민주화’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논리는 필자가 보기에 스웨덴 모델의 역사에 대한 부정확한 지식에 기초해 있다.

이러한 논리를 제시하는 논자들은 스웨덴 사민주의 세력, 즉 사민당과 생산직노동조합 중앙조직(LO)이 발렌베리 가문을 대표로 하는 거대 금융가문들과 명시적 타협을 통해, 거대 금융가문들의 소유지배권은 건드리지 않는 대신에, 그 대가로 거대 금융가문들이 고율 조세를 수용하고 투자와 고용 증대에 매진하는 형태로 윈윈 게임을 전개하기로 약속한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예컨대 스웨덴식 협조주의적 노사관계 형성의 출발점으로 많이 거론되는, 1938년의 살트셰바덴 협약은 노사 간 분쟁사항의 해결방식만을 의제로 삼았지, 거대 금융가문의 소유지배권 보장과 투자와 고용 증대 및 고율 조세 부담을 정치적으로 교환한 타협이 아니었다. 그리고 복지국가 건설은 사민주의 세력과 대기업들 간의 타협과 무관하게 1930년대 초부터 사민당 정부가 일관성 있게 추진해온 프로젝트였다. 복지국가 건설의 핵심 원동력은 사민당의 장기 집권이었고, 이를 가능하게 한 핵심 요인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직률을 가진 생산직노동조합 중앙조직과 사민당의 밀접한 협력, 우파 정당들의 고질적 분열, 사민당의 우수한 정책 역량 등이었다. 살트셰바덴 협약 이후 1960년대 말까지 사민주의 세력과 대기업들 간에 협조적 관계가 유지되었던 것은 사실이나, 이것이 거대 금융가문들의 소유지배권 보장을 매개 고리로 하여 달성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소유지배권을 특권적으로 보장받는 대가로 재벌 총수 가문이 제공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투자와 고용 증대? 소유지배권을 보장받기 위해 일시적으로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소유지배권을 완전히 보장받은 이후에도 이러한 정치적 교환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재벌 총수 가문의 소유지배권을 보장해주는 대가로 투자와 고용 증대, 고율 조세 납부를 받아내자는 것은, 막대한 현찰을 주는 대가로 액수도 얼마 안 되고 현금 회수 여부도 불확실한 어음을 받는 것과 비슷한 일일 것 같다.

신정완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김인춘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연구교수
김인춘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연구교수
김인춘 연세대 동서문제연 연구교수
“복지국가 북유럽에도 ‘재벌’ 자리잡아”

“스웨덴 사회민주당은 집권후
1938년 협약 통해 노사대타협
대기업의 소유구조 보장…
한국도 대기업 구실 필수적“

최근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현안 중 하나가 재벌개혁으로 대표되는 경제민주화 문제이다. 그런데 재벌개혁의 방향으로 주주모델 방식과 이해관계자모델 방식이 진보진영에서 동시에 나오고 있다.

1997~98년 외환위기 이후 재벌개혁의 방안으로 미국식 주주모델 제도가 국내에 도입되어 왔다. 그럼에도 가족경영 등 재벌 체제는 더욱 강고해졌으며, 더 큰 문제는 기형적 주주모델이 초래한 막대한 비용을 국민들이 치르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미국식 모델이 가능하지 않음이 드러났고 더욱 심화된 재벌 체제 상황에서 기존 대주주를 견제하기 위해 또다른 대주주(예를 들어 국민연금 지분)를 만드는 방안까지 검토됐던 것이다.

이는 한국에서 미국식 외부 분산주주모델보다 지배주주모델이 제도적으로 용이함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장하준 교수의 재벌해체보다 국유화가 낫다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지배주주모델의 유용성과 불가피성을 강조한 것으로 이해된다. 평등과 사회적 신뢰를 자랑하는 북유럽 복지국가들에서도 집중화된 대기업 체제가 자리잡고 있다. 꼭 재벌 체제를 해체해야 경제민주화가 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한국의 재벌형 기업집단은 몇가지 중요한 우위 원천을 갖고 있다고 한다. 가족경영의 문제가 심화되었지만 재벌의 기업소유가 과연 본질적인 문제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스웨덴의 가족지배주주 체제와 복지국가의 공존 사례를 들면서 재벌 체제를 활용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이다.

장하준 교수의 소위 재벌활용론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만 장 교수 또한 현재 한국 재벌의 문제들을 그대로 덮고 가자는 뜻은 아닐 것이다. 현재의 재벌 체제로는 스웨덴 모델처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벌활용론은 기본적으로 민주적이고 투명한 재벌 체제를 전제하는 것이며 다만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복지국가와 재벌 체제 경영권을 상호 보장하자는 점에서 미국식 주주모델이나 재벌해체를 주장하는 측과 차이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재벌개혁론과 재벌활용론의 이분법은 잘못된 것이다.

스웨덴 사회민주당은 1932년 집권 후 1938년 살트셰바덴 협약을 통해 노사대타협을 이루었다.

자본과 정치세력 간 타협으로 사회민주당은 대기업의 기존 소유 및 경영구조를 보장해주었다. 이 과정에서 차등의결권이 보장되어 적은 지분으로 거대한 기업피라미드를 통제할 수 있게 되었고 교차소유제로 기업지배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당시 스웨덴 사민주의자들은 무엇보다 투자와 고용, 기업성장과 산업 경쟁력이라는 현실적 문제를 우선시했다. 강력한 대주주에 의한 안정된 기업지배구조는 단기적 이익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자본집약적 산업과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 있다고 보았다.

1950년대 이후 사회민주당의 정책은 대기업의 자본축적과 자본집중을 더욱 강화시켜주었다. 반면 스웨덴 대자본(가)은 투명성, 낮은 부패, 투자와 고용, 노사협력, 세금으로 복지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고용을 늘리고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여 경제성장에 기여한 것이다.

이는 지속가능한 복지국가의 핵심 조건이 된다. 스웨덴의 대기업은 경영권을 보장받지만 가족지배가 아닌 재단을 통해 지주회사를 지배하고 재단은 수익의 대부분을 공익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한국에서 복지와 증세, 고용확대, 비정규직, 장시간근로 개선 등의 문제에 대기업의 구실은 필수적이며 대기업의 구실을 도외시하고는 선진적 복지국가를 만들기는 어렵다. 장하준 교수의 주장대로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복지국가 건설에 있다. 대기업의 경영권을 보장하면서 더 많은 세금과 책임을 부담하게 하여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적 조정과 정치적 합의로 조세, 노동 및 복지정책과 연계한 한국식 빅딜모델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에 대한 시장규율의 압력수단만큼 정치사회적 압력수단 또한 기업지배구조를 효과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인춘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연구교수


‘2012 스톡홀름 포럼’ 스웨덴서 내달2일 개최

한겨레사회정책연 1돌 기념
‘스웨덴 복지의…비전’ 주제

‘2012 스톡홀름 포럼’이 7월2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의 고틀란드 섬에서 열린다.

‘스웨덴 복지의 위기, 기회 그리고 비전’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스톡홀름 포럼은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소장 이창곤)와 스칸디나비아정책연구소(소장 최연혁)가 공동 주최한다. 이번 포럼은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설립 1돌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2일 열리는 포럼에 앞서 세실리아 세이데고르드 고틀란드 주지사가 환영사를 하고 김용익 서울대 의대 교수(민주당 의원)가 축사로 화답한다. 잉바르 칼손 전 스웨덴 총리가 ‘스웨덴 복지모델의 본질, 희망과 꿈’이라는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그 화려한 서막을 연다.

오전에 열리는 1세션은 ‘북유럽 모델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조건: 현재 위기의 진단과 미래의 해결책은?’이라는 주제로 스웨덴 의회의 바르브로 베스테르홀름 자유당 의원, 앙네타 루트로프 환경당 의원, 윌바 요한손 사민당 의원과 함께 이창곤 소장이 참가해 토론을 벌인다.

오후에 열리는 2세션에선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지방자치: 문제와 기회의 진단’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펼쳐진다. 한나 베스테렌 고틀란드 부시장과 카롤라 군나르손 스웨덴 지방자치협의회 부의장 등 스웨덴 지방자치단체 관계자와 김성환 노원구청장, 나소열 서천군수, 김윤식 시흥시장 등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장이 참가한다.

마지막 라운드테이블 토론은 ‘복지개혁의 딜레마: 세금, 국민여론, 그리고 경제성장’이라는 주제로 최연혁 쇠데르퇴른대학 교수가 사회를 맡고, 렌나르트 에릭손 스톡홀름대학 교수와 스벤 호르트 쇠데르퇴른대학 교수, 예란 테르보른 케임브리지대 교수, 정혜주 고려대 교수가 토론자로 참가한다.

3일 스톡홀름 포럼 참가자들은 해마다 7월 첫주에 열리는 알메달렌 정치박람회에 참석한다. 알메달렌 정치박람회는 스웨덴 총리를 포함한 정치인들과 700여개의 시민단체와 관련 기관이 참여해 정책토론과 정치를 논하는 대축제다. 스톡홀름 포럼 참가자들은 이날 오전 알메달렌 정치박람회 조직위원회를 방문한 뒤, 오후에는 고틀란드 지역 정당대표들과 ‘스웨덴 모델의 도전과 지역정치: 재원, 서비스 질, 그리고 주민 접근성’을 놓고 대화를 벌인다. 이날 오후 4시부터는 정치박람회 참가자들의 거리 난상토론회가 벌어진다.

정혁준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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