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협동사회네트워크 최정환 이사장
“돈을 쫓아가지 말고, 사람을 쫓아가라 했습니다. 장일순 선생이 1985년 원주에서 한살림을 처음 만들때에, 협동조합의 뜻을 분명히 세우셨어요.”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의 최정환(70) 이사장은 원주 협동조합운동의 산 증인이다. 원주네트워크의 전신인 원주협동조합운동협의회 회장을 맡았으며, 1997년 외환위기 때에는 밝음신협의 이사장으로 경영위기를 극복해냈다. ‘우리집을 못찾겠네요’라는 작은 식당의 주인으로, 24년째 직접 쟁반을 나르고 있다.
-한살림이 어떻게 태어났나?
“72년에 밝음신협에 이어 1985년에 한살림을 설립했어요. 그 무렵 통일벼를 증산하느라 농약을 많이 치고, 그때문에 많은 농민이 죽어나갔어요. 지학순 주교와 장일순 선생이, 농민 살리자고 한살림을 만드셨던 겁니다. 돈 벌자고 시작한 사업이 아니에요. 농민들한테 ‘농약 치지 마라, 우리가 그 쌀 사주겠다’ 하신 거죠. 박재일(작고) 초대 이사장이 농민들 쌀 팔아주겠다고 서울에서 가게를 시작했어요. 밝음신협의 조합원들은 배당금을 의무적으로 떼어 한살림에 출자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는데?
“외환위기 때에 이사장을 맡아 8년 연입했습니다. 직원들을 많이 줄였는데, 조합이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사장 판공비와 법인카드를 몽땅 없앴습니다. 농협중앙회장이 7억원 연봉받고, 일부 신협 이사장들도 많은 연봉받는다는데, 비상근의 취지에 맞게 무보수로 봉사해야 합니다. 그러면, 서로 이사장 하겠다고 덤비는 일도 없겠지요. 협동조합이 협동조합답게 가기 위해서는, 이사들이 먼저 올바른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협동기금을 조성한다는데?
“외환위기가 또 닥치면 한방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미리 협동기금을 조성해야 합니다. 새로 시작하거나 어려움을 겪는 협동조합을 스스로 살릴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원주한살림은 오래 전부터 순잉여금의 5%를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협동기금 조성에 모든 협동조합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
-무위당(장일순의 호)과의 인연을 이야기해달라
“89년에 형편이 어려워 식당을 해야겠다고 말씀드렸더니, 밝음신협에서 500만원을 대출받게 도와주셨어요. 그리고 ‘네가 3년만 쟁반을 들고 직접 나르면, 나보다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하셨어요. 지금도 사람 쓰지 않고, 아내와 둘이서 쟁반 나르고 음식 만듭니다.”
최 대표는 “장일순 선생은 ‘자랑하지 말고, 밑으로 기어라’라고 가르치고, 지학순 주교는 장일순 선생의 큰 그늘이 돼주셨다”면서 “원주에서 협동조합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두 어른의 말씀을 깊이 새긴다”고 말했다.
원주/글·사진 김현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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