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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끄떡없는 ‘원주협동조합’

등록 2012-06-14 20:06수정 2012-06-14 22:32

‘행복한 달팽이’ 식당을 운영하며 로컬푸드 학교급식 사업을 벌이는 원주의 사회적기업 ‘맞두레’의 조세훈 대표(남자)가 직원들과 함께 환하고 웃고 있다.
‘행복한 달팽이’ 식당을 운영하며 로컬푸드 학교급식 사업을 벌이는 원주의 사회적기업 ‘맞두레’의 조세훈 대표(남자)가 직원들과 함께 환하고 웃고 있다.
[99%의 경제] 협동조합이 싹튼다
영세상인 고리채 해결하며 출발
3만5천명 조합원 연매출 184억
병원선 꼭 필요한 약만 처방하고
사회적 기업이 친환경급식 공급
스페인의 몬드라곤, 이탈리아의 에밀리아로마냐, 캐나다의 퀘벡 지역은 협동조합 경제가 잘 뿌리내린 세계적인 성공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2008년과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고용의 안정을 지켜내고 있다. 여러 사람이 뜻을 모아 건강한 협동조합을 이루고, 여러 협동조합들이 또 서로의 힘을 합친 덕분이었다. 우리에게도 희망은 있다. 강원도 원주에서 그 싹을 더듬는다.

◎ 동네빵집 생존 해법은

◎ 동네 생협, 이마트에 도전하다

◎ 한국의 몬드라곤, 원주를 가다

◎ 청년들아, 협동조합 가입하자

◎ 한국의 협동조합 시대를 열다

강원도 원주시 중앙동 122, 도심 번화가의 한복판에 소박한 6층 건물이 있다. 한국의 ‘몬드라곤’이라는 원주의 협동조합 경제를 떠받치는 심장부, ‘밝음의 집’이다. 지난 11일 3층의 밝음한의원 진료대기실에서 70대 할머니 환자를 만났다.

“여기는 내 안방이야. 아들 같은 원장 선생님이 참 좋아. 우리 같은 노인네가 자꾸 물어도 귀찮아하지 않지. 큰 병원처럼 약보따리 안기지 않고, 꼭 필요한 약만 처방해.” 대기실 벽에는 ‘환자의 권리장전’이 걸려 있다. 밝음한의원은 원주의료생활협동조합에서 세운 ‘협동조합 병원’이다. 단구동의 우리동네의원도 원주의료생협에서 운영한다. 밝음한의원과 우리동네의원의 주인은 바로 조합원인 할머니 환자들이다.

6층의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원주네트워크) 사무실을 찾았다. 2009년에 발족한 원주네트워크는 이 지역에 자리잡은 19개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들의 공동사무국 구실을 한다. “원주협동조합의 최근 역사는 1972년 밝음신협 설립 무렵으로 올라갑니다. 영세상인들이 신협을 설립해 고리채 문제를 해결했어요. 10년 만인 1982년에 이 건물을 세운 뒤로는 원주협동조합의 맏형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다른 협동조합들에 혈액을 공급하지요. 밝음의 집은 원주 지역사회를 이끄는 단체들의 둥지이고요.” 김선기 원주네트워크 사무국장의 말이다.

원주네트워크에 가입한 조합원 또는 회원은 3만5천명에 이른다. 단순 계산하면 원주 인구 32만명의 11%에 이르지만, 실제로는 중복 가입자가 많다. 연간 총매출액은 184억원이고, 고용인원은 388명이다. 신협과 생협을 모태로 의료생협과 육아·교육·급식 및 영농조합법인 등으로 계속 가지를 쳐나가고 있다. 최혁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기반조성본부장은 “원주에서 협동조합에 가입하면 먹거리를 사고, 아플 때 치료받고, 아이들을 맡기고, 꼭 필요한 돈을 빌리는, 기본적인 생활경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원주를 몬드라곤과 빗댄다는 것이 아직은 어림없는 일이지만, 원주에서 ‘협동조합 간의 협동’이란 문화를 정착시켰다는 점은 과소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친환경급식 사회적기업으로 발족한 ‘맞두레’가 대표적인 모범사례이다. 원주한살림, 원주생협, 남한강삼도생협, 원주가농 등이 2008년 친환경급식지원센터를 세우고, 지난해에 연매출 15억원의 사회적기업 맞두레를 진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출자자로 참여한 원주생협과 한살림생협은 맞두레에 1t 트럭을 무상 제공했으며, 원주가농은 친환경 쌀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일을 맡았다.

장애인과 고령자를 고용해 친환경 떡을 생산하는 ‘행복한시루봉’은 원주가농과 삼도생협에서 원재료를 공급받고, 원주한살림에서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받았다. 생태건축협동조합 ‘노나메기’는 시공 매출의 80%를 원주네트워크의 ‘내부거래’에서 올리고 있다.

조세훈 맞두레 대표는 “맞두레가 원주의 음식점들을 지역의 식재료를 이용하는 로컬푸드 음식적으로 바꿔나가는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며 “먹거리의 생산과 유통, 소비, 가공을 아우르는 지역 로컬푸드 시스템을 구축해 나간다는 장기 사업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장일순 선생을 기리는 무위당만인회의 김영주 상임대표가 장 선생의 생전 사진 앞에 서 있다. 두 사람의 표정이 편안한 조화를 이룬다.
장일순 선생을 기리는 무위당만인회의 김영주 상임대표가 장 선생의 생전 사진 앞에 서 있다. 두 사람의 표정이 편안한 조화를 이룬다.
오늘의 원주가 있기까지 천주교의 지학순 주교와 무위당 장일순이라는 두 ‘스승’의 존재는 절대적이었다. 무위당만인회의 김영주(78) 대표는 “장일순 선생은 여러 지역에서 모여든 인재들과 원주의 서민들을 높은 포부와 넓은 품으로 끌어안아 협동경제의 초석을 다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학순 주교는 장 선생이 일을 할 수 있도록 큰 그늘을 만들어주었으며, 1972년 독일에서 들어온 남한강 수해지원 자금을 협동 조직체들에 투명하게 공급해 지금 원주 협동경제의 밑거름이 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지 주교와 장 선생 두 사람이 닦아놓은 원주의 이타적이고 개방적인 문화는 원주의 협동조합들에서 일하는 사람들 면면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원주네트워크의 19개 협동조합 등을 끌어나가는 일꾼들은 대다수가 다른 지역에서 들어온 사람들이다. 원주 토박이들이 오히려 소수이다.

원주/글·사진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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