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포스코관에서 ‘지속가능한 사회국가의 전략’이란 주제로 열린 2012년 비판사회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전환의 정책, 진보의 대안
비판사회학회 춘계학술대회
비판사회학회 춘계학술대회
“예전 산업사회연구회 토론회에 온 것 같다.”
지난 28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열린 비판사회학회 춘계학술대회가 끝난 뒤 많은 참석자들이 비슷한 감정을 토로했다. 1980~90년대 한국 학술운동은 경제학과 사회학, 정치학의 경계를 넘나들었고, ‘이론’과 ‘실천’, ‘학술’과 ‘운동’의 간격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학계는 점차 ‘(분과)학문’의 성벽을 높여왔다. 정세와 정책, 전략과 주체 등이 학술대회에서 다뤄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래서 ‘전환의 정책, 진보의 대안’을 주제로 싱크탱크와 학계 연구자들이 펼친 이날의 공방은 신선했다.
4·11 총선에서 여야의 정책경쟁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대선 과정에서는 한국 사회 미래 논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그래서 더욱 치밀하면서도, 종합적인 그림이 필요하다. 종합토론 발제자인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의 “지속가능한 사회국가를 위한 비전”이 목표했던 바이다. 토론자와 청중들은 그 의미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상황 인식과 목표, 전략과 경로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적극 개진했다.
정태인 원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장기 침체가 본격화되고, 국제 통화체제, 패권교체, 에너지·생태 위기가 중첩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각 위기의 고유한 해결책을 찾되, 2012년은 ‘정권교체’가 아닌 ‘시대교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속가능한 사회국가’가 지향해야 할 비전으로 제시되었고, 시장경제-공공경제-사회경제가 조화를 이루는 ‘시민 주도의 생태적 복지국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위기’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부터 의견이 갈렸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현재 상황은 미·중 두 패권국가로 안정화되고 있다고 보거나, G2나 G8, G20 등의 형태로 위기 해결이 모색되는 국면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윤진호 인하대 교수는 “2012년 정권교체의 의미가 너무 강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형제 울산대 교수는 “사회국가와 시장의 관계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일영 한신대 교수나 박순성 민주정책연구원장은 2008년 이후 한반도가 ‘심각한 변동기’ 또는 ‘역사적 분기점’에 들어섰다는 데 동의하면서 ‘지속가능한 사회국가’ 개념을 옹호했다. 방청석에서 ‘지속가능한’이라는 형용사에 상응하는 내용이 부재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에너지와 환경에 대한 고려가 별로 없고, 특히 ‘후쿠시마 이후’에 대한 인식이 불충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제통화·패권 교체에
에너지 위기 얽힌 시대
지속가능 사회국가 지향
시민주도 생태적 복지를 정 원장은 ‘지속가능한 사회국가’를 위해 수출과 내수의 균형, 소득주도형 성장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현실화를 통해 중하위 노동자의 소득을 올리고, 연대적 노동시장과 안정적 내수 확대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은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득주도 성장은 현 정부에서도 시도되고 있다”며 “고용률, 임금근로자 비율 상향과 임금(소득) 격차 완화 및 합리화 등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했다. 윤진호 교수는 수출 주도와 소득 주도의 혼합전략이 필요하다며, 좀더 확장된 개념인 ‘사회적 성장’ 개념의 사용을 제안했다. 특히 구갑우 교수는 ‘사회국가’ 담론이 유통되고, 소비되기 위해 ‘대량설득무기’가 더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소득주도 성장모델은 ‘아래로부터의 성장’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주주, 노동자, 하청기업, 지역주민, 소비자를 포함하는 이해당사자 전체의 이익 관점에서 재벌을 볼 것을 제안했고, 이윤과 위험을 공정하게 공유하는 ‘기업집단법’ 제정을 주장했다. ‘에밀리아로마냐형’이라 이름 붙인 중소기업 네트워크의 구축, 사회경제와 협동조합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사회경제와 복지국가의 결합으로 효율성과 만족도를 모두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현실화 통해
중하위층 소득 올려야
수출·내수 균형성장 가능 이에 대해 윤진호 교수는 ‘핵심적인 것’에 천착할 것을 요청했다. 재벌개혁의 핵심인 ‘정경유착’을 언급하지 않은 점, 신산업정책을 중소기업 관련 논의로 국한한 점, 협동조합의 성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조형제 교수도 글로벌 기업인 국내 대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어디까지 가능할지에 대해 분명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일영 교수는 사회적 경제가 5% 규모만 되어도 사회의 작동원리와 구성방식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강조했다. 에밀리아로마냐형 중소기업 정책의 성공은 중앙정부의 지원 전략과 긴밀히 연관돼 있음을 강조한 방청석 의견도 있었다.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 전략도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정 원장은 달러 패권이 20년 안에 무너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중국의 높은 성장률과 동아시아 내부 분업으로 지역의 경제적 위상은 더욱 빠르게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부정적 태도와 현재진행형인 영토 갈등, 역사 분쟁이 공동체 형성을 어렵게 만든다고 했다. 그는 공통의 환율정책과 자본통제, 역내투자를 통한 불균형 해소, 동시다발적 에프티에이(FTA) 전략 폐기 등을 제안했다. 구갑우 교수는 동아시아 공동체와 협력을 논의하면서 ‘안보’와 ‘북한’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기존 안보국가 개념을 그대로 둔 채 사회국가나 복지국가를 만들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현 정부에서 이미 한·중·일 간 제도적 네트워크는 많이 만들어졌지만, 동아시아 다자간 협력 모델의 핵심인 북한이 빠져 있는 문제가 이날 발표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지적이었다. 노항래 진보정책연구원장 역시 북한 문제나 한반도 통일 비전이 동아시아 공동체 논의에 충분히 결합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일영 교수는 ‘공동체’ 개념의 모호함이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네트워크’ 개념을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동아시아공동체 중요해져
한반도 통일 비전 포함해
다자간 협력모델 논의를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박순성 원장은 ‘전환의 정책’만큼 ‘전환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총선 패배의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실력과 도덕성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노항래 원장 역시 야권연대의 공과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미래 비전을 구체적 정책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정태인 원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집권을 꿈꾼다면 “정책의 큰 그림과 굵은 줄기”를 미리 마련해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특정 정당이나 개별 싱크탱크, 연구자 개인의 몫이 아닐 것이다. ‘지속가능한 사회국가 비전’은 완성된 책자의 요약 발표문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갈 세계를 위한 첫 발표문 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홍일표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iphong1732@hani.co.kr
국내유입 외국자본 일정비율
한국은행에 예치하도록 하자 자본유출입 규제 어떻게 재벌/금융정책 세션에서는 국제금융계의 ‘현금인출기’란 조롱을 듣는 한국 경제가, 세계 금융위기의 ‘유탄’에 더는 시달리지 않기 위해 자본유출입 규제를 도입하자는 제언이 나왔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김병권 부원장은 자본유출입 규제는 세계 금융위기의 전염 위험을 줄여 ‘금융 안전판’을 마련하는 일이자 외환보유액을 과도하게 쌓아둠으로써 생기는 손실을 줄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외환유동성 비율 규제와 같이 현 정부에서 시행된 자본유출입 규제는 은행의 단기차입을 억제하는 데는 어느 정도 효과를 봤으나 외국인이 증권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데 따른 시장의 변동성을 줄이는 데는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고 밝혔다. 칠레 등 단기부채 비중 줄고
외국인 직접투자 증가 효과 이에 따라 김 부원장은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자본의 일정비율을 중앙은행에 예치하게 하는 ‘지준예치금’(URR) 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1990년대 초반 이 제도를 도입한 칠레와 콜롬비아는 대외채무에서 단기부채 비중은 감소한 반면 외국인 직접투자는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최근 타이도 외국인 해외차입과 증권투자에 대해 30%를 의무적으로 예치하게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김 부원장은 “우리는 처음에 10% 정도를 의무적으로 예치하게 한 뒤 자본유입이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봐가며 예치금 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이자”고 제언했다. 아울러 파생상품 및 외환거래에 대해서는 ‘금융 거래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진호 교수(광주과학기술원)는 이런 조처가 도입되려면 정치세력이 더 큰 규모의 개방을 선호하는 지금까지의 정책노선에서 탈피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고, 경제관료 역시도 개방만능주의에서 벗어나도록 정치적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기업 정규직도 급격히 줄어
파견법 등 법적제도 정비 필요 노동자 빈곤화 막을 대책은 노동/복지정책 세션에서는 한국의 노동시장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또는 중심과 주변으로 나뉘어 임금이나 근로조건의 격차가 심해지는 이중구조 이외에도, 지금은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와 같은 중심부마저 급격히 줄어드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은수미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당선자(전 노동연구원 연구위원)는 ‘한국의 노동이중화: 중심은 있는가?’란 발제에서 1000명 이상 사업장 종사자 비율은 1993년 13.6%에서 2009년 6.1%로 줄었고, 대기업일수록 비정규직을 많이 활용하고 신규채용을 억제하는 등 ‘정리해고-신규채용 억제-비정규직 활용’이 관행으로 자리잡았다고 밝혔다. 1천명 이상 사업장 종사자 비율
1993년 13.6%→2009년 6.1% 발제자는 중심부를 확대하고 주변부의 불안정성과 사회적 위험을 완화하는 한편 주변부에서 중심부로의 이동을 촉진할 정책 조합을 실행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정부의 정책을 친고용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 공공부문의 간접고용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고, 기업한테 고용구조를 공시하도록 하며, 이를 국내총생산(GDP)의 10%가 넘는 공공부문 조달과 연계해서 기업의 자발적인 협조를 유도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노동의 이중화를 낳는 중요한 요인인 아웃소싱을 규제하기 위해 파견법,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을 개정하는 등 법적·제도적 정비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이환 교수(서울과학기술대)는 토론에서 “이중 노동시장에 대한 근본적 대안은 노동조건의 사회적 평준화를 추구하는 것”이라며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리를 관철하고, 필요하면 중심부(대기업 정규직)의 임금도 연대임금 정신에 입각해 낮출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에너지 복지, 연료비 지원 대신
그린홈 보급 등으로 전환해야 에너지정책 전환 제안 봇물 환경/에너지정책 세션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원자력 의존 감소, 녹색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해 전향적인 제안이 쏟아져 나왔다. 한재각 부소장(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은 ‘지금은 큰 그림이 필요하다: 포스트 후쿠시마와 한국의 에너지정책 도전’이란 발제에서 2030년까지 원자력의 단계적 폐쇄, 2050년까지 1차 에너지 소비를 2010년 대비 25% 저감,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공급, 온실가스 2050년까지 2010년 대비 최소 80% 이상 감축 시나리오를 제안했다. 2030년까지 원전 단계적 폐쇄
에너지 저소비 산업구조 돼야 한 부소장은 이를 실현하는 방안으로 에너지 저소비 산업구조로의 개편, 탈핵에너지 전환 기본법 제정, 지역 에너지 소비 총량제 및 에너지 자립 목표 설정, 지방 인구 및 산업 구조의 개편, 에너지 복지의 내용 전환(연료비 지원 방식에서 에너지 효율화 및 그린홈 보급으로 전환), 전력 요금의 사회적 원가주의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정치적 측면에서 녹색복지, 녹색경제 동맹과 이를 대변하는 정당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특히 올해 말 대선이 지나면 국가에너지기본계획(2008년 발표·5년마다 갱신)과 전력수급기본계획(2010년 발표·2년마다 갱신)이 발표된다. 이와 관련해 박년배 교수(세종대)는 토론에서 △온실가스의 전향적 감축과 원자력의 단계적 축소 △총에너지 소비 저감 △재생에너지 확대를 기본으로 한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다음 정부에서 진지하게 검토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광우병 조사단 구성 ‘요지경’ …9명중 8명이 ‘전·현직 공무원’
■ ‘야동’에 민감한 남자 이유있었네
■ 파이시티 도계위 명단에 MB정부 요직 인사 포진
■ 이종범 “야신 김성근에 배우고파”
■ 그 아저씨가 아빠같아 벗어날수 없었습니다
에너지 위기 얽힌 시대
지속가능 사회국가 지향
시민주도 생태적 복지를 정 원장은 ‘지속가능한 사회국가’를 위해 수출과 내수의 균형, 소득주도형 성장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현실화를 통해 중하위 노동자의 소득을 올리고, 연대적 노동시장과 안정적 내수 확대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은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득주도 성장은 현 정부에서도 시도되고 있다”며 “고용률, 임금근로자 비율 상향과 임금(소득) 격차 완화 및 합리화 등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했다. 윤진호 교수는 수출 주도와 소득 주도의 혼합전략이 필요하다며, 좀더 확장된 개념인 ‘사회적 성장’ 개념의 사용을 제안했다. 특히 구갑우 교수는 ‘사회국가’ 담론이 유통되고, 소비되기 위해 ‘대량설득무기’가 더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소득주도 성장모델은 ‘아래로부터의 성장’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주주, 노동자, 하청기업, 지역주민, 소비자를 포함하는 이해당사자 전체의 이익 관점에서 재벌을 볼 것을 제안했고, 이윤과 위험을 공정하게 공유하는 ‘기업집단법’ 제정을 주장했다. ‘에밀리아로마냐형’이라 이름 붙인 중소기업 네트워크의 구축, 사회경제와 협동조합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사회경제와 복지국가의 결합으로 효율성과 만족도를 모두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현실화 통해
중하위층 소득 올려야
수출·내수 균형성장 가능 이에 대해 윤진호 교수는 ‘핵심적인 것’에 천착할 것을 요청했다. 재벌개혁의 핵심인 ‘정경유착’을 언급하지 않은 점, 신산업정책을 중소기업 관련 논의로 국한한 점, 협동조합의 성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조형제 교수도 글로벌 기업인 국내 대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어디까지 가능할지에 대해 분명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일영 교수는 사회적 경제가 5% 규모만 되어도 사회의 작동원리와 구성방식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강조했다. 에밀리아로마냐형 중소기업 정책의 성공은 중앙정부의 지원 전략과 긴밀히 연관돼 있음을 강조한 방청석 의견도 있었다.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 전략도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정 원장은 달러 패권이 20년 안에 무너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중국의 높은 성장률과 동아시아 내부 분업으로 지역의 경제적 위상은 더욱 빠르게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부정적 태도와 현재진행형인 영토 갈등, 역사 분쟁이 공동체 형성을 어렵게 만든다고 했다. 그는 공통의 환율정책과 자본통제, 역내투자를 통한 불균형 해소, 동시다발적 에프티에이(FTA) 전략 폐기 등을 제안했다. 구갑우 교수는 동아시아 공동체와 협력을 논의하면서 ‘안보’와 ‘북한’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기존 안보국가 개념을 그대로 둔 채 사회국가나 복지국가를 만들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현 정부에서 이미 한·중·일 간 제도적 네트워크는 많이 만들어졌지만, 동아시아 다자간 협력 모델의 핵심인 북한이 빠져 있는 문제가 이날 발표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지적이었다. 노항래 진보정책연구원장 역시 북한 문제나 한반도 통일 비전이 동아시아 공동체 논의에 충분히 결합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일영 교수는 ‘공동체’ 개념의 모호함이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네트워크’ 개념을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동아시아공동체 중요해져
한반도 통일 비전 포함해
다자간 협력모델 논의를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박순성 원장은 ‘전환의 정책’만큼 ‘전환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총선 패배의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실력과 도덕성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노항래 원장 역시 야권연대의 공과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미래 비전을 구체적 정책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정태인 원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집권을 꿈꾼다면 “정책의 큰 그림과 굵은 줄기”를 미리 마련해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특정 정당이나 개별 싱크탱크, 연구자 개인의 몫이 아닐 것이다. ‘지속가능한 사회국가 비전’은 완성된 책자의 요약 발표문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갈 세계를 위한 첫 발표문 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홍일표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iphong1732@hani.co.kr
국내유입 외국자본 일정비율
한국은행에 예치하도록 하자 자본유출입 규제 어떻게 재벌/금융정책 세션에서는 국제금융계의 ‘현금인출기’란 조롱을 듣는 한국 경제가, 세계 금융위기의 ‘유탄’에 더는 시달리지 않기 위해 자본유출입 규제를 도입하자는 제언이 나왔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김병권 부원장은 자본유출입 규제는 세계 금융위기의 전염 위험을 줄여 ‘금융 안전판’을 마련하는 일이자 외환보유액을 과도하게 쌓아둠으로써 생기는 손실을 줄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외환유동성 비율 규제와 같이 현 정부에서 시행된 자본유출입 규제는 은행의 단기차입을 억제하는 데는 어느 정도 효과를 봤으나 외국인이 증권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데 따른 시장의 변동성을 줄이는 데는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고 밝혔다. 칠레 등 단기부채 비중 줄고
외국인 직접투자 증가 효과 이에 따라 김 부원장은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자본의 일정비율을 중앙은행에 예치하게 하는 ‘지준예치금’(URR) 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1990년대 초반 이 제도를 도입한 칠레와 콜롬비아는 대외채무에서 단기부채 비중은 감소한 반면 외국인 직접투자는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최근 타이도 외국인 해외차입과 증권투자에 대해 30%를 의무적으로 예치하게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김 부원장은 “우리는 처음에 10% 정도를 의무적으로 예치하게 한 뒤 자본유입이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봐가며 예치금 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이자”고 제언했다. 아울러 파생상품 및 외환거래에 대해서는 ‘금융 거래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진호 교수(광주과학기술원)는 이런 조처가 도입되려면 정치세력이 더 큰 규모의 개방을 선호하는 지금까지의 정책노선에서 탈피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고, 경제관료 역시도 개방만능주의에서 벗어나도록 정치적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기업 정규직도 급격히 줄어
파견법 등 법적제도 정비 필요 노동자 빈곤화 막을 대책은 노동/복지정책 세션에서는 한국의 노동시장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또는 중심과 주변으로 나뉘어 임금이나 근로조건의 격차가 심해지는 이중구조 이외에도, 지금은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와 같은 중심부마저 급격히 줄어드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은수미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당선자(전 노동연구원 연구위원)는 ‘한국의 노동이중화: 중심은 있는가?’란 발제에서 1000명 이상 사업장 종사자 비율은 1993년 13.6%에서 2009년 6.1%로 줄었고, 대기업일수록 비정규직을 많이 활용하고 신규채용을 억제하는 등 ‘정리해고-신규채용 억제-비정규직 활용’이 관행으로 자리잡았다고 밝혔다. 1천명 이상 사업장 종사자 비율
1993년 13.6%→2009년 6.1% 발제자는 중심부를 확대하고 주변부의 불안정성과 사회적 위험을 완화하는 한편 주변부에서 중심부로의 이동을 촉진할 정책 조합을 실행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정부의 정책을 친고용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 공공부문의 간접고용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고, 기업한테 고용구조를 공시하도록 하며, 이를 국내총생산(GDP)의 10%가 넘는 공공부문 조달과 연계해서 기업의 자발적인 협조를 유도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노동의 이중화를 낳는 중요한 요인인 아웃소싱을 규제하기 위해 파견법,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을 개정하는 등 법적·제도적 정비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이환 교수(서울과학기술대)는 토론에서 “이중 노동시장에 대한 근본적 대안은 노동조건의 사회적 평준화를 추구하는 것”이라며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리를 관철하고, 필요하면 중심부(대기업 정규직)의 임금도 연대임금 정신에 입각해 낮출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에너지 복지, 연료비 지원 대신
그린홈 보급 등으로 전환해야 에너지정책 전환 제안 봇물 환경/에너지정책 세션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원자력 의존 감소, 녹색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해 전향적인 제안이 쏟아져 나왔다. 한재각 부소장(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은 ‘지금은 큰 그림이 필요하다: 포스트 후쿠시마와 한국의 에너지정책 도전’이란 발제에서 2030년까지 원자력의 단계적 폐쇄, 2050년까지 1차 에너지 소비를 2010년 대비 25% 저감,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공급, 온실가스 2050년까지 2010년 대비 최소 80% 이상 감축 시나리오를 제안했다. 2030년까지 원전 단계적 폐쇄
에너지 저소비 산업구조 돼야 한 부소장은 이를 실현하는 방안으로 에너지 저소비 산업구조로의 개편, 탈핵에너지 전환 기본법 제정, 지역 에너지 소비 총량제 및 에너지 자립 목표 설정, 지방 인구 및 산업 구조의 개편, 에너지 복지의 내용 전환(연료비 지원 방식에서 에너지 효율화 및 그린홈 보급으로 전환), 전력 요금의 사회적 원가주의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정치적 측면에서 녹색복지, 녹색경제 동맹과 이를 대변하는 정당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특히 올해 말 대선이 지나면 국가에너지기본계획(2008년 발표·5년마다 갱신)과 전력수급기본계획(2010년 발표·2년마다 갱신)이 발표된다. 이와 관련해 박년배 교수(세종대)는 토론에서 △온실가스의 전향적 감축과 원자력의 단계적 축소 △총에너지 소비 저감 △재생에너지 확대를 기본으로 한 국가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다음 정부에서 진지하게 검토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광우병 조사단 구성 ‘요지경’ …9명중 8명이 ‘전·현직 공무원’
■ ‘야동’에 민감한 남자 이유있었네
■ 파이시티 도계위 명단에 MB정부 요직 인사 포진
■ 이종범 “야신 김성근에 배우고파”
■ 그 아저씨가 아빠같아 벗어날수 없었습니다
연재싱크탱크 광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