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업체 “대기업 막대한 이익은 딴세상 얘기” 한숨
국내 굴지의 휴대전화 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ㄱ사의 ㄴ 사장은 거래 대기업이 수조원의 이익을 달성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속이 쓰리다.
“10년 전만 해도 납품업체들이 돈을 벌었습니다. 경쟁이 심해지면서 납품단가 인하 압력이 가중됐죠. 처음엔 1년에 한번 정도이던 ‘네고’(단가 인하 요구)가 6~7년 전부터는 분기별로 한번씩, 1년에 네차례로 늘었습니다.”
애초 결정된 납품단가를 한번 네고할 때마다 3~8%씩, 1년에 20%가량 깎아줘야 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상당수 부품업체들이 도산했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대기업의 막대한 이익은 우리와는 딴 세상 얘기”라며 “연명이 목표인 부품업체들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휴대전화·자동차·조선 등 국내 기업들의 화려한 실적 이면에는 ㄴ 사장과 같은 중소기업인들의 피와 눈물이 배어 있다. 대기업들이 국제 무대에서 선전하는 것은 자체의 혁신 노력도 있겠지만 비용을 납품업체에 전가하는 고질적인 관행도 한몫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연구원이 2008년 납품업체 908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불공정거래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기업이 60.8%에 이르렀다. 지나친 납품단가 인하, 납품대금 결제기일 장기화, 구두 발주 등이 주요 내용이다. 특히 하청 단계가 내려갈수록 어려움은 가중된다. 1차 납품업체가 단가 인하를 경험했다는 비율이 33.1%였던 데 견줘 2차 벤더는 37.2%, 3차 벤더는 55.3%에 이르렀다. 납품단가 인하 부담이 먹이사슬의 맨 아래쪽으로 전가되고 있는 셈이다.
기술 유출도 고질적인 문제다. 2010년 중소기업청 설문조사 자료를 보면,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의 22.1%가 대기업한테서 기술제공 요구를 받았고, 그 가운데 80%가 기술의 일부 또는 전부를 제공했다고 응답했다.
대기업의 기술 탈취 유형은 크게 네가지다. 첫째는 납품업체 선정 과정에서 제안서를 제출받은 뒤 이를 활용하거나 납품업체의 경쟁사로 유출하는 것이다. 경쟁사와 가격경쟁을 시킴으로써 납품단가를 낮추는 효과를 낸다. 둘째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기술자료를 요구하는 것이다. 납품업체들은 거래 지속을 위해 기술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 셋째는 납품업체의 기술인력을 유출시키는 것이다. 이 인력을 대기업이 직접 채용하거나, 다른 경쟁사로 취업을 알선하면서 간접적으로 기술을 탈취한다. 넷째는 중소기업과 공동으로 기술 개발을 하다 핵심 기술을 얻은 뒤에 공동개발을 중단하고 자체 생산을 해버리는 경우다.
중소기업이 이런 불공정 행위에 대항할 수단은 마땅치 않다. 현 정부 들어 납품단가 조정 신청을 할 수 있는 권한을 협동조합에 부여하고, 기술 탈취 때 손해배상을 3배까지 물리도록 하도급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이 대기업한테서 불이익을 당할 우려 때문에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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