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대회의실에서 이성태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출구전략 싸고 대립…재정부 열석발언권 갈등
후임 총재에 어윤대·강만수 등 MB 측근 거론
“정책공조 중요” “독립 훼손땐 경제 피해” 맞서
후임 총재에 어윤대·강만수 등 MB 측근 거론
“정책공조 중요” “독립 훼손땐 경제 피해” 맞서
11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이달 말 퇴임을 앞두고 사실상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했다. 기준금리는 13개월째 동결됐다.
채권시장에서는 금리가 일제히 하락했다. 한 채권딜러는 “사실상 금리상승의 ‘유일한 리스크’였던 이 총재가 퇴임하면서 시장이 ‘안도 랠리’를 펼쳤다”고 말했다. 이 총재 후임으로는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전 기획재정부 장관), 김종창 금융감독원 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모두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거나 경제관료 출신들이다.
‘흘러간 유행가’였던 한국은행의 독립성 문제가 다시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출구전략을 둘러싼 정부와 한은의 대립, 기획재정부의 열석발언권 행사가 논란에 불을 지폈다. 조만간 내정될 신임 총재와 다음달 교체될 2명의 금통위원 후임의 면면이 논란의 또다른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정부 “독립성 충분…위기상황엔 공조해야” 성장과 물가안정이 단기적으로는 어느 정도 상충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7% 성장’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와 ‘물가안정’이 존립 근거인 한은은 처음부터 ‘불화’의 씨앗을 가지고 있었다. 더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한은은 위기 대응을 위해 자의반 타의반 정부와 공조체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위기론’은 여전히 한은의 독자행보를 가로막는 논거가 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금융위기가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정부와 한은의 하모니(조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한은은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권한만 누리는 조직’”이라며 “현행법상 제도를 고치기 힘들다면 정부와 적극 공조를 할 수 있는 인사를 후임 총재로 임명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은 “한은의 독립이 ‘정부 안에서의 독립’이지 ‘정부로부터의 독립’이 되면 곤란하다”며 “중국 위안화 절상,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적으로 정부와 한은이 힘을 합쳐 대응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 “한은, 독자적 정책으로 정부 견제해야” 하지만 최근 한은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으며, 이는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안정에 해를 끼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중앙은행 전문가인 김홍범 경상대 교수(경제학)는 “모든 정부는 선거를 통해 집권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정책시야가 짧고, 과도한 경기부양을 하려는 특성이 있다”며 “그래서 선진국에서 중장기 정책시야를 가질 수 있는 중앙은행에 통화정책을 위임하고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은의 진정한 ‘협조’는 정부 뜻을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무리한 행보를 할 때 이견을 제시하고 균형을 잡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민간연구소 연구원은 “현 정부는 특히 단기 성과주의가 강하다”며 “개인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반대하지만, 현재 정부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한은을 압박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 “독립성 스스로 지켜야” 지적도 한은의 독립성을 중시하면서도 한은의 보수적인 행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은은 1998년 한은법 개정 이후 10여년 동안 정부정책·금융시장으로부터 유리돼 ‘절간’이 됐다는 비판을 적지 않게 받고 있다. 한은 출신 한 교수는 “한은이 그동안 경제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스스로 영향력을 축소해왔다”며 “현재 기준금리도 정부의 간섭 때문이 아니라 확신과 ‘용기’가 부족해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연구위원은 “변화한 경제환경에 맞추어 한은의 역할이 단순한 ‘물가안정’에서 ‘성장’ ‘금융시장 안정’ 등으로 넓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중앙은행 전문가인 김홍범 경상대 교수(경제학)는 “모든 정부는 선거를 통해 집권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정책시야가 짧고, 과도한 경기부양을 하려는 특성이 있다”며 “그래서 선진국에서 중장기 정책시야를 가질 수 있는 중앙은행에 통화정책을 위임하고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은의 진정한 ‘협조’는 정부 뜻을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무리한 행보를 할 때 이견을 제시하고 균형을 잡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재임 기간 ‘기준금리’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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