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한은 대회의실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개회를 선언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 총재의 임기는 3월 말에 끝나 금통위 주재는 이날이 마지막이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임기 마지막 금통위서도 ‘기준금리 2.0% 동결’
“설득과 합의 어려웠다” 의사결정 아쉬움 토로
“설득과 합의 어려웠다” 의사결정 아쉬움 토로
‘인플레이션 파이터’는 마지막 결정타를 날리지 못한 채 결국 링을 내려왔다. 물가상승과 자산거품의 위험성에 대해 누구보다 강경하게 경고해 와 ‘매파’로 불렸던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하지만 그도 끝내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못했다. 11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현행대로 연2.0%에서 동결했다. 이날 금통위는 3월말 임기 만료에 이르는 이 총재 주재의 마지막 회의였다. 이 총재는 2006년 4월 취임 당시 “불확실성의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실제로 부동산 가격 상승에 맞서 취임 4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두 차례나 올리는 등 소신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인플레 파이터’, ‘매파’라는 시장의 평가가 따라붙었다. 하지만 이 총재는 전대미문의 금융위기를 맞아 연 2.0%의 초저금리를 사상 최장 기간 동결한 채 임기를 마치게 됐다. 그의 임기가 끝나는 이달 31일까지 금리 결정을 위한 금통위는 예정돼 있지 않다. 그는 이날 금통위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신을 꺾었다는 평가에 대해 “통화정책은 소신으로 하는 게 아니라 전문가적인 입장에서 해야 하고 혼자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맞받았다. 그는 “상황이 바뀌는 데 소신이 안 바뀐다면 잘못”이라며 “2006년 5월과 2009년 5월의 생각은 전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 총재 재직 4년의 평가에 대해서도 “금통위가 했던 일이나 의장으로서 했던 일에 대해 여러가지 해명이 필요한 부분도 있겠지만 결국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도 금통위 의사결정에 대한 아쉬움도 아울러 토로했다. 그는 “큰 배는 방향 전환이 빨리 안 되기 때문에 미리미리 조금씩 움직여야 하는데, 설득과 합의가 쉽지 않았다”며 “사람마다 다 생각이 다르고 합의를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결국 그런 문제가 통화정책을 하는 데도 그대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자신은 기준금리를 올리고 싶었지만, 금통위원들의 반대로 행동에 옮기지 못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나라 전체적으로 제도를 운영하는 데 정제되고 절제된 의사소통이 있다면 신뢰를 얻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부 관료들의 ‘지나친 금리 간섭’을 겨냥한 듯한 발언도 빼놓지 않았다. 금리 인상 전망에 대해서는 “금융완화 기조는 적당한 시기에 줄여가는 쪽으로 (금통위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단지 시점이 언제인지 확인하고 의견을 맞추는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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