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복귀 시간문제” 관측
삼성은 29일 이건희 전 회장의 사면이 이뤄지자 “이 전 회장은 평창 올림픽 유치 활동에 전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복귀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았다. 다만 “시기적으로 지금은 거론할 때가 아니다”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올림픽 유치 명분으로 사면을 받았는데, 벌써 마음이 딴 데 가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의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 전 회장의 경영복귀는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적절한 시기에 명예회장에 오르거나 주요 계열사의 등기이사로 등재하면서 공식적인 활동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그룹 고위 임원은 “사면이 되면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게 자연스럽다는 내부 분위기가 있는 건 사실”이라며 “불가피하게 이 전 회장이 불명예 퇴진했지만 삼성뿐 아니라 국익을 위해서도 명예회복의 기회를 주는 게 필요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는, 사실상 지난해 4월 삼성의 쇄신안 발표 이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뜻한다. 삼성은 이 전 회장 퇴진 뒤에도 줄곧 “그룹의 주요 투자나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있다”며 오너 경영 체제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의 연착륙을 위해서도 ‘이건희 체제’가 필요하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사장 등 3세들로의 경영권 승계가 이제 막 시작 단계이고, 계열분리를 포함해 이 전 회장의 재산 상속 문제도 남아 있다”며 “이런 문제를 잡음 없이 교통정리하려면 선대의 힘과 권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도 이 전 회장이 막후에서 그룹 경영을 좌우하고 있지만 그룹 총수로서의 공식적인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재벌가의 속성상, 선대 회장 사후에 교통정리에 나설 경우 ‘형제의 난’ 등 분란을 일으키기 쉽다는 것이다. 과거 재벌그룹의 선례를 보면, 대부분 선대 회장을 명예회장 등으로 그룹의 중심에 둔 상태에서 경영권 승계와 계열분리 작업을 진행했다.
김회승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