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보다 성과 중심의 정책수행이 문제
국민들과 소통 통해 신뢰회복 노력해야
국민들과 소통 통해 신뢰회복 노력해야
경제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의 지난 1년간 국정수행에서 국민과의 소통 미흡과 무리한 정책 밀어붙이기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또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제 주체들간 통합과 사회적 갈등 해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겨레>가 23일 민간경제연구소 소장 5명과 경제·경영학 교수 5명 등 모두 10명의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지난 1년에 대한 평가는 △매우 잘했다 △다소 잘했다 △그저 그렇다 △다소 잘못했다 △매우 잘못했다 5단계로 나눠 물었다. 설문항목별로 지난 1년 동안 잘한 일과 잘못한 일, 앞으로 4년 동안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두가지씩 고르는 방식으로 조사했다.
■ 전체적으로 ‘잘못했다’ 우세 이명박 정부 1년에 대한 평가는 ‘잘못했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10명 가운데 5명이 잘못(매우 잘못 4명, 다소 잘못 1명)했다고 응답했으며, 잘했다는 응답은 2명(모두 다소 잘했다)에 그쳤다. 나머지 3명은 중간 태도였다. 특히 경제·경영학 교수들은 5명 가운데 4명이 ‘매우 잘못했다’는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이명박 정부가 잘못한 일 1위는 ‘국민과의 소통 미흡 및 무리한 정책으로 사회갈등 야기’(7건)였다. 속도전을 내세우면서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해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진단이다. 경제 전문가들이 경제 현안이 아닌 정책 수행과정의 문제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 것은 이례적이다.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은 “과정보다 성과를 중시하는 정치 행태가 이해당사자들과의 소통 부족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7·4·7’(성장률 7%,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강국) 같은 ‘비현실적인 경제정책 목표’(3건), ‘서투른 경제위기 대응’(3건), ‘환율정책 실패’(2건) 등도 잘못한 점으로 꼽았다.
잘한 일로는 ‘관치해소와 규제완화 노력’(5건)와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5건)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일단 장기적으로 각종 규제를 풀고 관치경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데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공감했다. 다만 어떤 규제를 어디까지 풀어야 하는지에 대한 견해는 전문가들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특히 금융 규제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은 외화 유동성의 수급불안을 어느 정도 해소했다는 점에서 대부분 잘한 일로 꼽았다. 그 밖의 잘한 점은 ‘과감한 통화정책과 경기부양’(2), ‘녹색성장 전략 수립’(2) 등이었다.
■ 사회통합 강조 남은 4년 동안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분야도 ‘사회통합’을 들었다. 특히 하지 말아야 할 일로 ‘토목공사 위주 경기진작’(4건) ‘국민 지지 없는 무리한 정책 강행’(3건) ‘사회통합을 해치는 일’(2건) 등을 꼽아, 주요 쟁점 법안과 4대강 정비 등에 대해 충분한 의견 수렴과 토론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 밖에 감세 등 재정건전성을 해치는 일(3건)을 비롯해 ‘부의 불균형 확대’, ‘대립적 남북관계 지속’, ‘수도권 규제완화’, ‘잘못된 인사’, ‘경제위기를 틈탄 규제 강화’(이상 모두 1건씩) 등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금산분리 완화 등 제도적 변화를 충분한 안전장치나 사회적 합의 없이 무리하게 추진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4년 동안 반드시 해야 할 일로는 ‘일자리 창출과 적극적 경기부양’(4건), ‘잠재성장률 하락을 막기 위한 투자와 미래 성장동력 발굴’(4건)을 가장 많이 거론했다. ‘금융시장 안정과 경제위기 극복’(2건), ‘사회안전망 확충과 사회적 투자’(2건)가 그 다음을 이었고, 정책신뢰 회복, 재정건전성 확보, 공평한 교육기회 보장 등도 한건씩 올라갔다.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정책보다는 민생 해결과 미래 성장동력 강화에 역점을 두라는 취지로 해석됐다.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한 작은 정부’라는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장기적으로 규제완화를 추진하되 지금은 정부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대체적인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나 감세 정책은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과 미래 재정 수요 증가를 감안해 재정지출 확대로 가야 하며, 감세를 한다 해도 부유층보다는 저소득층 감세를 해야 소비진작 효과가 크다는 주장이다. 또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를 동시에 시행할 경우 재정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는 “정부가 감세를 추진하면서 동시에 747 등 성장 위주 정책을 추진하는 바람에 재정건전성을 악화시켰다”고 평가했다. 정남기 선임기자 jnamki@hani.co.kr
실업·금융불안 ‘발등의 불’
복지 투자로 고용 늘려야
경제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당면한 가장 큰 위기 요인으로 실업과 금융시장 불안을 꼽았다. 이에 따라 내수 진작과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에 따른 대량실업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경기침체의 악순환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적 불안도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했다. ‘현재 우리 경제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을 두 가지씩 고르라는 주문에,‘실업’을 9건으로 가장 많이 꼽았다. 이 가운데 ‘실업 대란으로 인한 정치·사회적 불안’이 5건이었고, ‘실업으로 인한 경기침체 악순환’ 2건, ‘실업으로 인한 양극화 심화’가 2건 등이었다. 이제민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포화상태에 있는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퇴출 등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고, 김영익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실업이 더 증가하면 소득, 소비, 생산이 침체하는 악순환으로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외화유동성 문제도 4건에 이르러, 금융 시장에 대한 전문가들의 불안감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실물 경기 악화로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이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고,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도 “수출 부진에 따른 경상수지 적자와 외국인 투자자의 탈출이 일어날 경우 외환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까지 금융위기가 실물 경기를 갉아먹었다면, 지금부터는 실물 경기 침체가 금융위기를 부추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대다수 전문가는 재정 확대를 통한 내수 진작과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한 신용경색 완화를 들었다. 재정확대와 관련해선, 취약 계층의 교육·복지·주거 등에 대한 투자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자는 의견이 우세했다. 이제민 교수는 “취약 계층의 상태에 대한 정보 수집과 복지전달 체계를 담당하는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어 실업대책으로 쓸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 정책 방향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1년 동안의 정책실패를 인정하고 7·4·7 정책을 완전히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박재하 금융연구원 부원장도 “7·4·7을 대신하는 뚜렷한 정책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한 작은 정부’라는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장기적으로 규제완화를 추진하되 지금은 정부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대체적인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나 감세 정책은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과 미래 재정 수요 증가를 감안해 재정지출 확대로 가야 하며, 감세를 한다 해도 부유층보다는 저소득층 감세를 해야 소비진작 효과가 크다는 주장이다. 또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를 동시에 시행할 경우 재정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는 “정부가 감세를 추진하면서 동시에 747 등 성장 위주 정책을 추진하는 바람에 재정건전성을 악화시켰다”고 평가했다. 정남기 선임기자 jnamki@hani.co.kr
실업·금융불안 ‘발등의 불’
복지 투자로 고용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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