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환율을 관리하는 중국인민은행(왼쪽). 지난 2일 중국 베이징 시단지역 의류 상가 안에 입주해 있는 한 현지 은행의 환율 전광판을 베이징 시민들이 쳐다보고 있다.
베이징/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달러대비 위안화 가치 1년새 6.5% 껑충
‘경기과열·인플레 잡기’ 평가절상 잰걸음
‘경기과열·인플레 잡기’ 평가절상 잰걸음
진단! 차이나 리스크 /
⑦ 위안화절상 적극 나서는 중국
중국 베이징에 나가있는 산업은행 직원들은 지난해 9월부터 이전에 달러 기준으로 받던 월급을 위안화 기준으로 받기 시작했다. 강봉구 차장은 “달러값이 뚝뚝 떨어지면서 월급을 받으면 앉은 자리에서 몇 만원씩 손해가 났다”고 말했다. 지난 4일 베이징 금융가에 위치한 베이징은행 본점에서 만난 외환딜러 리샹(31)은 “개인이나 기업 모두 달러가 생기는 즉시 팔려고 한다”며 “달러를 가지고 있으려는 데가 없다”고 말했다.
위안화의 절상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물가상승과 무역흑자로 인한 과잉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중국 당국이 위안화 절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속도가 더 빨라져 7% 이상 절상될 것으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위안화 가치는 달러 대비 6.5%나 올랐다. 2005~2006년의 연간 절상률은 3% 전후였다. 특히 지난해 10월 이후 절상 속도가 더 빨라져 11월 0.93%, 12월 1.29%, 올해 1월(25일까지) 1.34%로 가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 28일에는 중국 인민은행 고시 위안화 기준환율이 달러당 7.1006위안으로 사상 최초로 7.2위안 아래로 내려갔다. 중국이 변동환율제를 도입한 2005년 7월22일 8.11위안으로 출발한 이후 11% 정도 절상된 셈이다.
중국은 해마다 엄청난 무역흑자를 보고 있기 때문에 항상 달러를 위안화로 바꾸려는 수요가 외환시장에 넘쳐난다. 만약 인민은행이 개입해 달러를 사들이지 않으면 위안화 가치는 단숨에 뛰어오르게 되고 수출기업은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타격을 받게 된다. 인민은행은 이런 위험을 막고자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환율을 당국이 생각하는 적정 수준에서 조절하고 있다. ‘능동적으로, 통제가능한 범위에서, 점진적으로 진행한다’는 것이 중국 당국의 위안화 절상 3대 원칙이다.
그동안 위안화 환율이 너무 높다는(저평가돼 있다는) 국제 사회의 비난에도 거북이 걸음을 걷던 중국 당국이 갑자기 발걸음을 빨리 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심각해진 물가 불안과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한 것이다.
위안화 절상은 중국이 국외에서 수입하는 상품의 가격을 하락시켜 물가 안정에 도움을 주게 된다. 샤오겅 브루킹스-칭화 공공정책연구센터 소장은 “물가 상승률이 5% 이상되면 위안화 절상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절상 속도가 빨라진 지난해 11월은 물가도 급등한 시점이다.
또 수출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수출이 감소하고 무역흑자가 축소된다. 이는 과잉 유동성과 경기 과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위안화 절상이 금리인상과 함께 긴축정책의 한 축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승호 중국삼성경제연구원 원장은 “과잉 유동성의 근본 원인이 무역흑자와 핫머니 유입에 있는데 위안화 절상은 두 가지를 모두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국제 사회의 위안화 절상 요구에 대응하는 측면도 있다. 이철성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 소장은 “위안화 절상은 물가 억제와 국제적 위안화 절상 압력 대응 등 다목적 카드가 될 수 있다”며 “그동안은 환율을 절상하면 수출기업이 타격을 입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컸는데 당국이 일정 수준 절상은 별 무리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전문가들은 올해 절상 속도가 지난해보다 조금 높은 7% 안팎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션밍까오 씨티은행 중국법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7.5%, 내년에는 10% 절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샤오겅 소장은 4~8%, 외환딜러인 리샹은 8~9%를 예상했다.
중국의 위안화 절상은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발 인플레이션’을 야기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이문형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위안화 절상과 중국 내 물가상승이 합쳐지면 우리 입장에서는 수입가격이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수출 환경도 악화된다.
하지만 중국 지도부의 ‘고성장 추구’ 입장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경기가 경착륙할 정도의 무리한 절상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또 올해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가 악화돼 애초 예상보다 수출에 타격을 입는다면 자연스럽게 절상 속도 또한 느려질 가능성이 크다.
베이징/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중국 외환보유액 추이 / 중국 위안화 환율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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