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 지시 등 정몽구 회장 혐의 확인한 듯
검찰의 현대차그룹 비자금 수사가 ‘9부 능선’을 넘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16일 “현대차 비자금과 경영 비리에 대한 수사는 대충 끝났다. 마무리를 하는 데 일주일 남짓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끝내기’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얘기다. 정몽구 회장 부자를 직접 조사하기도 전에 검찰이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이미 정 회장의 혐의를 상당 부분 확인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현대차 임원들의 구속 여부를 일괄적으로 결정하겠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임원들의 혐의와 임원들이 져야 할 ‘책임’은 서로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15일 정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정대(51) 현대차 재경본부 부사장과 김승년(50) 구매총괄본부 부사장을 조사한 뒤 집으로 돌려보냈다. 애초 검찰은 “(김 부사장 등을 조사하다가) 구속할 수도 있어 체포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채 기획관은 두 사람을 돌려보낸 뒤 “조사를 잘 받았다”고 말했다. 검찰 조사에 적극 협조했다는 얘기다. 검찰은 이들이 개인적으로 회삿돈을 빼돌린 것 외에 현대차 본사에서 수백억원대의 비자금 조성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들이 검찰에서 비자금 조성 지시 등 정 회장과 관련한 구체적 진술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검찰은 또 이들을 체포한 것이 “수사기법의 문제”라고 말했다. 두 사람을 체포해 압박하면서 ‘윗선’의 지시 등을 추궁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정 회장 부자의 소환 횟수를 되도록 최소화하겠다고 말해왔다. 충분히 준비한 뒤 부르겠다는 얘기다. 검찰은 정 회장이 19일 중국에서 귀국하면 현대차 본사와 글로비스, 현대오토넷 등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이유와 사용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혐의가 확인되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배임·횡령죄로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배임·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해당한다.
검찰은 현대차 비자금 조성과 ‘후계 구도’ 수사와 달리 비자금 사용처 수사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정 회장이 비자금의 사용처를 가장 알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정 회장의 조사를 계기로 사용처 수사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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