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가자시티 남부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폭발 연기와 파편이 솟구치고 있다. 가자시티/EPA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 사태로 국제유가가 한때 5% 급등했다. 정부는 “현재 중동 인근에서 항해 또는 선적 중인 유조선 및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모두 정상 운항 중”이라고 밝혔다.
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8일 밤 9시(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11월 인도분)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5.3%(4.39달러) 상승한 배럴당 87.18달러까지 올랐다. 같은 시각 런던 선물거래소(ICE)에서 북해산 브렌트 원유 선물(12월 인도분) 가격도 전 거래일보다 5.1%(4.37달러) 오른 배럴당 88.95달러에 거래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원유 생산지가 아니어서 양측의 충돌이 원유 시장에 끼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 하지만 이란이 하마스의 공격을 지원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트레이더들 사이에서 충돌 확대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해 보복할 수 있고, 일각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까지 나온다. 충돌이 격화하면 이란이 전 세계 석유의 20%가 지나다니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국제금융센터는 보고서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모두 산유국이 아니라서 국제유가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번 충돌로 국제 유가가 단기 상승한 후에 다시 안정화될 것으로 본다”면서도, “확전 여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이란으로 전선이 확대되거나 다른 중동 산유국들이 개입하게 되면 국제유가 급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동발 국제유가 상승으로 지난해에 이어 제2차 글로벌 인플레이션 흐름이 부상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달러화는 강세를 보여 블룸버그 달러 현물지수는 0.2% 상승했고,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도 0.08%포인트 오른 4.80%를 나타냈다. 또다른 안전자산인 금 현물 역시 온스당 1850.52달러로 1% 상승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이 보고서에서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으로 글로벌 원유수급이 타이트한데다 미국 전략비축유가 40년래 최저 수준인 상황에서 중동발 공급충격이 가세하면 최근 국제유가 강세 기조가 더욱 강화될 소지가 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번 중동발 위험이 커져 세계경제 및 국제금융시장에서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질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국내 석유·가스의 비축량 현황 및 수급 비상 계획 등을 점검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중동 인근에서 항해 또는 선적 중인 유조선 및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모두 정상 운항 중”이라며 “무력 충돌이 이뤄지고 있는 지역이 국내 주요 원유‧가스 도입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과는 거리가 있어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도입에는 차질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중동은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67%, 가스의 37%를 공급하는 지역이다. 정부는 유가의 상승세 지속 여부는 이스라엘 주변 산유국의 대응 등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고, 과거 중동의 분쟁 사례와 현재 국제정세 등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김회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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