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 서비스화 전략’을 놓고 격돌하고 있다. 케이티(KT)는 5일 한국교육방송공사(EBS)와 인공지능 미래 교육 디지털 혁신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KT 제공
인공지능(AI) ‘열풍’이 지나간 자리에 빅테크 기업들이 ‘수익화 전략’을 놓고 격돌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사람처럼 응답하는 ‘챗지피티(ChatGPT)’ 출현을 계기로 ‘생성형 인공지능’ 열풍이 불어닥친 지 1년, 이제 업계에서는 ‘이 기술을 어떻게 서비스화해 수익을 창출할 것인가’가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들이 저마다의 인공지능 사업 전략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인공지능의 서비스화’를 어떻게 해내느냐에서 승패가 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장 두드러진 흐름은 자체 개발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로 ‘비투비(B2B·기업 대 기업의 거래 시장)’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의 전통적인 강자 아이비엠(IBM)은 지난 5월 인공지능 플랫폼 ‘왓슨엑스(x)’를 발표했다. 인공지능 비용과 데이터 유출에 대한 기업의 걱정을 덜고자 메타의 ‘라마2’ 같은 개방형(오픈소스) 모델을 활용할 수 있고, 기업 자체 서버에서도 작동되도록 했다. 이미 삼성에스디에스(SDS) 아메리카와 인텔 등이 도입했다.
지난 8월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 ‘하이퍼클로바엑스(X)’를 선보인 네이버클라우드는 기존 클라우드 사업과 연계해 직접 판매에 나섰다. 지난달 26일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현대아이티앤이(IT&E)와 계약을 체결하는 등 비투비(B2B) 시장을 공략 중이다. 지난 8월 말에는 오픈에이아이(OpenAI)도 챗지피티의 기업용 버전인 챗지피티 엔터프라이즈를 발표해, 기업용 인공지능 시장에 뛰어들었다. 기업용은 개인용보다 속도와 보안 부분을 개선했다는 설명이다.
개발에 많은 비용이 드는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을 보다 경량화해 라마2를 내놨던 메타는 자사의 광고·마케팅 도구에 이 기술을 접목하는 쪽을 선택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을 운영하고, 매출의 90% 이상을 광고로 채우고 있는 메타는 5일 “디지털 마케팅 도구로 생성AI 기술을 주목한다”며, 인공지능 기반 광고 도구 도입을 선포했다.
자체 개발 초거대 인공지능 ‘믿음’ 발표를 앞두고 있는 케이티(KT)는 일찌감치 이 기술을 인공지능 스피커 ‘기가지니’, 통신과 인터넷텔레비전(IPTV) 등 자사의 서비스에 접목할 계획을 밝혀왔다. 이에 더해 케이티는 5일 한국교육방송공사(EBS)와 인공지능 미래 교육 디지털 혁신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비에스 학습 콘텐츠 80만편을 인공지능 학습 엔진 기술과 결합해 학습 플랫폼 사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리서치는 지난해 1198억달러(155조7천억원) 수준이었던 인공지능 시장 규모가 연평균 38.1%씩 성장해, 2030년에는 1조5910억달러(2065조9135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 모델 개발 경쟁에 뒤쳐지지 않으려 노력해왔다면, 이제부터 관건은 어느 기업이 더 잘 서비스화해 수익을 창출하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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