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국회에서 열린 ‘인구와 기후, 내일’ 창립포럼에서 나경원 이사장이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김병준 전경련 상근고문 등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상임고문을 맡은 김병준 전 회장직무대행을 겨냥해 “정경유착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인적 구성원은 다 물러나야 한다”고 직격했다.
이찬희 위원장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경련의 인적 쇄신이 중요하며,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정경유착의 고리가 있는 것처럼 의심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직접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6개월간 전경련을 이끈 김병준 전 회장이 상근고문으로 선임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전경련은 지난 22일 임시총회에서 김병준 전 회장직무대행을 상임고문으로 두기로 했다. 전경련에서 필요한 역할을 계속 하겠다는 김 전 회장의 뜻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류진 신임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인 출신이라는 배경보다는 사람 자체가 더 중요하다. 고문으로 모시면서 제가 필요한 게 있으면 자문도 구하겠다”며, 그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류진 신임 회장의 결정에 대해 이 위원장은 “옷을 제대로 입으려면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전경련은 정경유착이 문제가 돼 과거 흑역사를 만든 것이다. 단 1도 의심의 여지가 있는 것을 하면 안 된다. 아니면 계속 의심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찬희 준감위원장의 발언은 자가당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준감위는 지난 18일 임시회의에서 “전경련이 정경유착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다”는 만장일치 의견을 모으고도, 삼성 계열사들의 전경련 재가입에 제동을 걸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계 안에서도 김병준 상임고문 선임에 대한 우려가 비등하다. 정경유착 근절을 제1의 혁신 과제로 선언해놓고 ‘정권 대리인’으로 의심받는 여권 인사를 중용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4대 그룹 관계자는 “누가봐도 여권과의 연결고리 구실을 할 것이란 의심을 살게 뻔하지 않느냐. 시작부터 이러면 정경유착 근절 약속을 국민들이 믿겠냐”고 말했다.
특혜성 보은 인사라는 뒷말도 많다. 전경련 내규에 따르면 상근고문은 사무실과 개인비서, 운전기사 및 차량이 제공된다. 연봉이 10억원 안팎에 이른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다른 5대 경제단체장은 자신이 속한 회사에서 급여를 받기 때문에 별도 보수를 받지 않는다. 과거 전경련 회장을 지낸 이가 고문을 맡은 전례는 없다.
김회승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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